[인권, 인권, 인권] 유엔 총회 북한 인권 보고서

독일 체류중 밀입북했다가 탈출한 오길남 박사가 북한에 남겨진 두 딸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
독일 체류중 밀입북했다가 탈출한 오길남 박사가 북한에 남겨진 두 딸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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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제 67차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 이후 유엔이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할 때 당면하는 장애물에 실질적인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유엔 사무총장은 매년 유엔총회에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북한 인권 동향과 권고를 담았습니다. 반면,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매년 2차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각각 제출하고 있습니다.

반 사무총장은 보고서 개요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진행할 때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할 때 북한 정부가 자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약사항을 두는 바람에, 유엔 산하 인도적 기구들의 협상 과정은 여전히 길고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인권 상황의 감시와 관련해, 북한에는 독립적인 비정부 인권단체가 없고, 특히 여러 해 동안 국제 비정부 인권단체가 북한을 방문한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여러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 사무총장은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UNHCHR)의 말을 인용해,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간접적으로 북한 당국이 독립적인 전문가와 단체들로 하여금 북한 방문을 허용하라고 촉구한 셈입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로베르타 코헨 이사회 의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보고서 가운데 이 부분을 크게 주목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반기문 사무총장의 언급은 상당히 의미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포함한 북한의 시설에 독립적인 전문가나 단체가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 점은 처음입니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북한 주민이 북녘을 떠나 한국을 포함한 제 3국에서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했고, 이런 노력이 국제적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보고서에서 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유엔인권최고대표 (OHCHR)가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와 만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부분입니다.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올해 5월 29일 북한 대표와의 만나,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필레이대표는 북한 형법과 형사절차법의 개정과 관련해 기술적 지원을 하겠다고 재차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포함한 유엔 내 특별보고관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기술적 지원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유엔은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외에도 식량, 고문, 표현의 자유, 기아와 빈곤 등 40여개 주제에 대해 특별보고관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종교자유 특별보고관, 그리고 식량 특별보고관 등이 북한 측에 수차례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북한 대표는 필레이대표와의 면담에서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한에서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 대표와의 면담 하루 앞선 5월 28일 한국 출신 신숙자 씨 가족이 북한에 의해 '강제구금'됐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산하의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당시 신 씨와 두 딸 오혜원과 규원이 강제 구금됐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이 판정은 앞으로 유엔의 북한 관련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언급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북한은 신 씨가 지난 4월 간염으로 사망했고, 신 씨 모녀가 임의적 구금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유엔은 신 씨 모녀가 임의적 구금 상태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고서가 탈북자 강제북송 행태를 일삼는 북한의 주변국으로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보고서에 이어 이번 보고서도 북한의 주변국은 국제난민협약의 강제송환에 대한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의장의 말입니다.

(로베르타 코헨) 보고서는 여전히 주변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언급하면 정치적으로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음을 고려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앞으로 '주변국' 대신 '중국'이라고 밝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파키스탄의 아동인권운동가 말라라 유사프자이가 최근 파키스탄 북부 밍고라에서 하굣길에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머리와 목에 중상을 입었습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학교 버스에 타고 있을 때 괴한들이 나타나 "네가 유사프자이냐"며 따로 불러낸 뒤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유사프자이는 피격 직후 헬기편으로 인근 군병원에 이송된 뒤 두개골을 관통해 어깨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단체 대변인은 "유사프자이가 세속적이었기 때문에 습격했다"며 "어리지만 해당 지역에 서방문화를 도입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사프자이는 11세였던 지난 2009년부터 탈레반 치하에서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가명으로 영국의 BBC방송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글에서 유사프자이는 "탈레반이 여자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면서 "교육을 받으려는 열망 때문에 탈레반에게 참수당할까 두렵다"고 적었습니다.

-- 한국의 비정부 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인권위원회는 탈북자를 도와준 혐의로 세달 이상 중국에 억류된 전재귀 목사의 석방을 위해 한국 외교통상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목사는 연행되는 도중 중국 공안에게 휴대전화로 수차례 머리를 맞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지만 외교통상부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외교통상부가 공문을 보내 '중국 사법당국의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처를 하라'고 통보했다"며 "중국 눈치만을 보는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 김영환 씨 석방을 위해, 들인 노력을 전 목사에게도 똑같이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연구위원인 김 영환 씨는 중국에서 북한민주화 관련 활동을 하다 구금돼 114일간 갇혀있다 추방 형식으로 풀려나 바 있습니다. 전 목사는 탈북자 5명에게 숙소를 제공하다가 지난 7월 탈북자 밀입국 알선죄로 하얼빈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