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제 72차 유엔총회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총회에 뒤늦게 제출했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유엔 웹사이트에 공개된 보고서 첫 장을 보면 이번 보고서는 최근 검토된 북한 인권상황에 특별히 중요한 정치, 안보 관련 사건들을 고려하기 위해 마감시간을 지나 제출됐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26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자세한 구두설명을 할 예정입니다.
양윤정: 북한 인권 상황에 특별히 중요한 정치, 안보 관련 사건들은 뭘 말합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지난 일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북한 인권대화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관여(engagement)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 적대행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지역적, 국제적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남북대화에 통합되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양윤정: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8월에 취임해서 두 달 뒤에 첫 번째 보고서를 제출했으니까, 이번 보고서는 두 번째인 셈인데요, 작년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장명화: 무엇보다, 북한에 의한 납치자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 게 눈길을 끕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 한 해 일본과 한국 내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고 밝히면서,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12명의 일본인과 516명의 한국인이 행방불명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특히 새로운 형태의 이산가족에 주목하면서, 이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대다수가 중국과 한국에 가족들을 두고 있어섭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 사이에 16세 이하 어린이 여러 명을 비롯해 수많은 강제 북송 사례가 접수됐으며, 올해 7월 현재 200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중국 감옥에 수감돼 송환을 기다린다고 명시했습니다. 보고관은 또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여러 명의 탈북자를 만났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의 사례를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과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납치자 문제가 부각되겠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일본의 NHK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 기간에 1977년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 가족과 면담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입니다.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은 고령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와 어머니 사키에의 몸 상태를 고려해 최종 판단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이 면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인권 문제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여행하던 중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 탄압 행위를 거론한 뒤 "북한이 간첩을 위한 언어 교사로 쓰기 위해 일본 해변에서 13세 소녀를 납치하기도 했다"며 요코타 메구미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양윤정: 사실, 미국에서는 웜비어 사건 이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이 사건을 언급했습니까?
장명화: 네. 보고서는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내 구금시설의 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 3명과 한국인 6명 등 아직도 북한에 구금된 외국인들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이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이들 외국인 수감자들에게 필수적인 보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협약의 제36조를 인용했는데요, 이 조항은 외국인이 제3국에서 체포되는 경우, 또는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구금 또는 유치되는 경우, 자국의 영사기관에 통보할 것을 요청하면, 해당국은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체포, 구금, 유치 또는 구속된 자가 영사기관에 보내는 통신도 해당국에 의해 지체 없이 전달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의 사이에서 교섭 역할을 맡은 스웨덴 영사관 관계자들의 웜비어 면담 요청을 1년 넘게 거절해왔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돼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미국 행정부가 입수했다고 보도해, 북한 측의 구타설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최근 홍콩에서 열린 홍콩과 말레이시아 간 아시안컵 축구 예선전 경기장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조롱한 홍콩 시민들에 대해 "문명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가 모욕에 대한 처벌 방침을 분명히 했지만 홍콩인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중국과 홍콩 간에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는 12일 "홍콩은 법치 사회"라며 "국가를 모독한 경기장의 건달들은 법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홍콩 경기장에서는 10일 홍콩 대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홍콩 축구팬들이 야유를 보내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2014년 민주화 시위 좌절 이후 홍콩 시민들은 저항의 의미로 축구장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마다 야유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 시행 중인 국가법을 홍콩에도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보내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15일간 구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 박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엔은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최근 실태조사 결과, "미얀마 북부 라카인 주에서 벌어지는 로힝야에 대한 잔인한 공격은 이들을 미얀마에서 쫓아낼 뿐만 아니라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지난 8월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 반군 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한 이후 방글라데시로 피난 온 로힝야족 수백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유엔은 5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특히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의 역사, 문화, 지식을 말살하기 위한 목적에서" 로힝야족의 문화·종교·사회 지도자들뿐 아니라 교사들까지도 탄압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이들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달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탄압을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지칭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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