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연장하자는 최근 미국 하원의 발의를 들여다봅니다.
북한의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미국 의회가 지난 2004년 제정했던 북한인권법 시한을 2022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4년 7월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그 해 9월 상원에서 통과됐습니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2004년 10월 18일에 서명하고 발효시켰습니다. 이 법은 4년 한시법으로 2008년과 2012년에 두 차례 연장돼 올해 말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궁핍한 북한 주민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특히 탈북자의 미국 정착을 지원하고, 탈북자 지원단체에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법 시행을 계기로 탈북자의 미국 망명이 성사됐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자 수는 지난 2006년 첫 입국 후 10년 만에 200명을 넘었습니다. 미국은 또 이 법에 따라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고 있습니다. 본래 임시직이었던 북한인권특사는 2008년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어 대사급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로버트 킹 특사가 이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미국의 비정부기구 '디펜스 포럼'의 수잔 숄티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이번 발의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미국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수잔 숄티) 훌륭한 발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는 미국인을 대표하는 미국 의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미국 하원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공화당 소속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하원의원이 발의했습니다. 로스-레티넌 하원의원은 지난 2012년 북한인권법 2차 연장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아 만장일치로 법안 연장안을 주도한 인사입니다.
로스-레티넌 하원의원은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의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 2011년에 하원 외교위원장직에 취임하자마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북 강경대응의 선봉에 서왔습니다. 숄티 회장은 올해 63세인 로스-레티넌 의원이 8세 때 쿠바로부터 건너왔던 충격적인 가족 탈출사로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수잔 숄티) 이 법안이 로스-레티넌 의원에 의해 발의된 것은 매우 적절했습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자신이 쿠바의 잔인한 공산주의 체제를 탈출한 사람입니다. 물론 쿠바의 공산주의 체제는 북한주민들이 신음하는 체제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이런 이유로 로스-레티넌 의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가족들과 함께 쿠바를 탈출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탈출과정을 이야기할 때면 깊이 공감하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발의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은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말살하고 있으며 수많은 주민이 영양실조와 기아, 수용소 강제노동에 시달려 목숨까지 잃고 있다"면서 "재승인 법안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 노력을 이어가고, 한반도 전역에 안정과 평화, 자유가 퍼져나가도록 북한 정권의 불법행위를 계속 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재승인 법안 발의에는 로스-레티넌 의원뿐 아니라 공화당의 맷 새먼, 스티브 샤보 의원,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의 엘리엇 엥겔 의원, 브래드 셔먼, 앨비오 사이르즈 의원 등도 동참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발의된 초당적 법안인 셈으로, 그만큼 공화당과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숄티 회장은 평가했습니다.
(수잔 숄티) 이번 법안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의해 발의된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의 두 주요 정당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한 함께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지난 2월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발의하고 채택했으며, 미국 하원에서는 9월 말 북한의 9월 9일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한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의 국제금융거래망에서 배제하고, 위반할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도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초강경 제재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노벨 인권상으로 불리는 마틴 에널스 인권상의 올해 수상자로 중국 반체제 인사 일함 토티 전 베이징중앙민족대학교 교수가 선정됐습니다. 마틴 에널스 인권상은 국제적 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전 사무총장 마틴 에널스의 이름을 따서 1993년 제정됐습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인 토티 교수는 중앙민족 대학에서 강의하며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정책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 뒤 2014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마틴 에널스 재단은 토티 교수에 대해 "중국이 침묵의 장막 뒤에 감추고 싶어 했던 억압적인 소수 민족 정책과 위구르족의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화해를 추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미얀마 국가인권위원회가 수년간 노예처럼 살아온 10대 소녀들에게 고발 대신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자, 인권위 지도부 4명이 사퇴했습니다. 프랑스의 AFP통신에 따르면, 양곤의 한 양복점 주인 가족은 5년간 양복점에서 일하던 10대 소녀 2명을 주기적으로 때리고, 찌르고, 다리미로 지지는 등 비인간적인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또 음식을 주지 않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노예처럼 부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사건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군부 독재 50년의 잔재로 인권침해가 만연하다며 공분했습니다. 수사 결과 피해 소녀들은 5년 전 11세, 12세의 나이에 가정부 일자리를 찾아 양곤의 양복점으로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소녀들의 가족이 수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매번 묵살 당했습니다. 여기에 인권위원회가 학대 사실을 외면하고 소녀의 가족들에게 형사고발 대신 4000달러 합의로 끝낼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양복점 가족들을 결국 체포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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