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체 발간한 인권보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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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이 자체 발간한 인권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요즘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청취자들을 위해 북한이 얼마 전에 발표한 인권보고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우선 보고서는 북한의 조선인권연구협회가 작성했습니다. 조선인권연구협회는 북한이 인권 연구사업을 목적으로 1992년에 설립한 단체입니다. 보고서의 골자는 북한이 인권이 잘 보장돼 있는 나라라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이 언론과 출판, 집회/결사, 그리고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고, 고문도 엄격히 금지된다고 설명합니다. 보고서는 또 여성과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인권도 잘 보장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인권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이 사실인지 간단히 살펴보면 좋겠네요. 우선 언론과 출판의 자유, 어떻습니까?

장명화: 북한의 언론자유 환경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벌써 몇 년째, 공신력 있는 여러 국제단체의 통계자료와 자체 조사가 보여준 결과물입니다. 가장 최근의 자료라고 할 수 있는 국제 언론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2014년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언론자유 지수는 97점으로 조사대상 197개국 가운데 최하위입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속적 권력 공고화로 북한의 매체환경은 세계 최악으로 남아있다"며 "유일 정당인 조선노동당이 모든 매체를 검열해 외부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모든 언론인은 당원으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모든 매체는 국가단합 강화의 선전과 선동 도구로 계속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장명화: 북한은 특히 올해 관영매체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올해 칠골교회의 개건 소식을 전하며 신앙의 자유를 강조한 부분, 잠시 들어보시죠.

(우리민족끼리) 칠골교회가 개건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가 마련되고 교인들의 신앙생활이 더 잘 보장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주장은 실상과 크게 다르다고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현재 서울에 정착한 탈북 작가 정진성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장진성)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 단 두 곳밖에 없는 그 십자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설교하는 목사도 있고, 참회하는 신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찬송가도 울립니다. 그러나 그 모든 쇼는 외국인들이 참관할 때뿐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북한 교회의 예수님은 김일성입니다. 평양의 목사는 특별히 선발되고 훈련된 조선노동당 열성 당원이며 비밀보안을 위해 참회하는 신자들도 교회 직원들의 가족입니다.

또 한국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건국 이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고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지속적인 탄압을 가했습니다. 그 결과, 해방 이후 30만 명에 달했던 기독교 신자는 1949년 북한 당국의 발표에서는 20만 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한국전쟁 이후 대대적인 탄압을 가해 북한에서 기독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양윤정: 그러니까 북한에서 종교 활동을 하면 처벌받는 겁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가 단적인 예입니다. 파울 씨는 북한 여행 중 공공장소에 성경을 둔 채 출국하려다 체포돼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기독교 선교사인 케네스 배 씨는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20개월 넘게 북한에 억류됐고, 지하교회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도 같은 혐의로 10개월째 억류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올해를 포함해 12년째 연속해서 기독교 탄압 1위국가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국제적 기독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스'의 로널드 보이드-맥밀런 담당관이 자유아시아방송에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로널드 보이드-맥밀런) 북한 당국은 기독교를 철저하게 뿌리 뽑으려 할 뿐 아니라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며 그 어떤 종교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인권 현황을 들여다보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북한에 과연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 금지, 여성이나 장애인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얀마 법원이 오보를 낸 언론인 5명에게 사회불안 조성을 이유로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미얀마 양곤 법원은 최근 주간지 '비 몬 테'의 기자 3명, 편집인, 소유인 등 5명에게 사회불안 조성을 이유로 모두 2년 형을 선고했다고 미국의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주간지는 지난 7월 아웅산 수치 여사와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과도 정부를 구성했다고 잘못 전한 시민단체 발표문을 실은 뒤 발행이 중단됐습니다. 법원은 언론인들이 사회 불안이나 공포 조성을 금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계는 언론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가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계는 이 주간지가 신생 언론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며, 해당 보도가 정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형량이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언론인들의 변호인들은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는 2011년 민주화 개혁과 경제 개방을 시작한 뒤, 민간 언론 설립을 허용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언론 자유 확대 조처를 했으나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위협하거나 가둬 언론 탄압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신임 유엔 인권담당 최고대표가 티베트 방문과 관련해 중국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이드 인권대표는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정례인권검토에서 티베트 방문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중국 당국과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에 임기를 마친 나비 필레이 전 최고대표도 인권 감시단의 티베트 방문을 허용해 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인권 활동가들은 그 동안 중국이 티베트 자치구의 종교적 자유와 문화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이후 중국의 억압에 반대하는 티베트인들의 분신자살 시위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