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청문회를 들여다봅니다.
(박지현) 우리 (중국 인신매매단)은 너를 돈으로 사왔기 때문에 너는 우리가 하란 대로만 할 수 있고, 또 너희 가족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네가 달아나면 너희 가족에 대해 공안에 이야기할 거라고...
1998년 북한 청진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박지현 씨가 강제결혼의 끔직한 기억을 털어놓았습니다. 탈출하자마자 중국의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져 중국인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박 씨는 중국 땅에 네 살 난 아들을 남겨놓고 강제 북송됐습니다. 박 씨는 수용소에서 또다시 탈출할 것을 막기 위해 다른 3명의 여성과 함께 쇠사슬에 묶여 지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현) 몸에 돈이 있는지, 다른 약품이 있는지 검사하고 신발과 옷가지를 모두 뺏기고, 옷만 입고 신발 없이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박 씨는 생이별한 아들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박지현) 제가 북한으로 잡혀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중국에 전화를 하니까 아들이 집에 머물러 있더라고요. 다음 날 전화해서 제가 엄마라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아들이 '엄마'라고 한마디 하고 울더라고요.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혀 세 차례나 북송됐던 탈북자 김송주 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용소의 방들은 수감자들이 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앉기조차 힘들 정도로 낮고 좁으며, 그런 곳에 40∼50명이 함께 지내야 했다는 겁니다.
(김송주) 무조건 죄를 덮어씌우려는 듯이 구타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했습니다.
김 씨는 무엇보다도 북한 수용소에서 거의 굶어죽을 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송주) 옥수수를 가루 낸건데 거기엔 겨도, 먼지도, 돌도 그대로 있고 그걸 갈아서 물을 넣고 끓여 죽물을 한국자씩 떠서 줍니다.
김송주 씨같은 민간인 뿐 아니라 북한 군인들도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북한군 출신인 최중화 씨가 전했습니다. 최 씨는 극심한 식량난에 형제 3명을 잃었습니다.
(최중화) 군인이 먹는 음식은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공급해야 하는데 부족현상으로 많은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북한 측에 런던 청문회 참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북한 인권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활동 자체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런던 공청회를 포함해 이전의 서울과 도쿄 청문회에서도 어떠한 반응이나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고, 조사위원회의 방북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북한 당국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공청회 활동을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감옥에서 시신들이 큰 수레에 실려 화장터로 옮겨졌고 (수감자)들이 굴욕적 상황에 있었다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원회가 증언을 들은 탈북자는 모두 150명에 이릅니다. 이를 토대로 북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커비) 우리가 발행할 보고서가 북한 정부에 영향을 미치길 바랍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가 세계와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위원회는 이달 말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그간의 경과를 보고한 뒤 내년 3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하면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처형 등 어둡고 무거운 장면이 그려지기 십상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지만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아 최근 사흘간 열린 북한인권국제영화제는 이 같은 문제점에 착안해 극영화와 기록영화 부문외에도 '엔트리' '해금니' 등 다양한 만화영화 작품을 포함시켰습니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면서도 북한사회와 인권의 실상을 대중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시도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주관한 영화제의 개막작은 '우리가족'으로 선정됐습니다. '우리가족'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화영화 '해금니'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실상 첫 부인인 성혜림의 친구였다는 사실 때문에 요덕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한 김영순 씨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개막작을 포함해 '국경의 강' '엔트리' '낯선 정착' 등 4편의 영화는 전문 인력에게 북한 인권 관련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공모전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 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도 동시 개최됐습니다.
-- 이란에서 인권 침해행위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유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아흐메드 샤히드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최신 보고서에서 올해 1월 이후 이란에서 23명의 언론인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40명의 기자가 국가안보와 적대선전죄로 법원에서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매달 1천500개에 달하는 웹사이트가 반종교적이라는 이유로 폐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샤히드 위원은 전했습니다. 폐쇄 사이트 중에는 소수 종교 관련 사이트를 비롯해, 뉴스나 음악, 여성 인권 등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평범한 웹사이트들이 포함됐습니다. 2011년 8월 이후 사형에 처한 마약사범은 무려 786명에 달했습니다. 이란에서는 마약밀매 말고도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하거나 동성애를 하는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으며, 태형과 사지절단형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샤히드 위원은 덧붙였습니다. 이란에서는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도 심해, 올해 5월 기준으로 이란에서 이단으로 여겨지는 '바하이교' 신도 109명이 감옥에 수감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샤히드 위원의 보고서 내용을 서면으로 전면 반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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