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부터 요즘 북한이 유엔 총회에서 문제 삼고 있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들여다봅니다. 이번 시간에는 보고서 중 '최고지도자' 부분을, 다음 시간에는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북한 유엔대표부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보고관 방북의 대가로 보고서와 북한 인권결의안의 일부 조항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혀져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얼마 전 이뤄진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을 포함한 북한 당국자들과 만남에서 보고서와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하는 조항이 삭제돼야 특별보고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북한에 초청할 수 있음을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방북을 요청한 것은 특별보고관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처음입니다. 지금껏 북한은 특별보고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보고관들이 방북을 요청하면 거부해왔습니다.
양윤정: 청취자들을 위해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장명화: 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됐는데요, 한국, 일본, 영국, 중국 등을 방문해 탈북자, 납북피해자 가족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 공청회와 증인 개별 면담을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 사항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위원회는 지난 2월 최종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최고 지도층의 정책과 결정에 의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 범죄가 자행돼왔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공식 기구가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형사적 책임까지 규정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에서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최고지도자' 관련 부분은 뭡니까?
장명화: 부속서류를 포함해 400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북한이 '전체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많은 속성을 띠고 있다면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저질러져 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권침해의 주요 가해자는 조선노동당의 핵심 기관, 국방위원회와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효과적인 통제 아래 활동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조선인민군, 검찰소, 재판소, 조선노동당의 관료들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에 김정은 제1비서의 이름이 거론됐습니까?
장명화: 네. 보고서의 6장 "책임성의 보장: 특히 반인도범죄와 관련하여"는 국방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방위원회가 총리를 의장으로 둔 실제 내각보다 상위에 있다면서, 북한 헌법은 국방위원회의 결정과 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과 지시를 폐지할 권한을 국방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김정은 제1비서의 이름이 언급된 부분을 읽어드리죠. "조사위원회는 김정일이 처음 맡고, 2012년부터는 김정은이 맡은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간주됨을 확인한다".라구요. 현재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책임을 명확히 기술한 셈입니다.
양윤정: 보고서에 수록된 부록을 보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보고서 최종 발표를 앞두고 김정은 제1비서에게 편지를 보냈던데요, 최고지도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까?
장명화: 우선, 이 서신은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 및 조선노동당 제1비서 귀하께"로 시작됩니다. 주요 내용은 북한 관료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주민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겁니다. 국제법상 모든 국가 지도자는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 범죄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요, 설사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잠시 서신의 일부를 읽어드리죠. "조사위원회는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조선인민군, 검찰소, 사법부, 그리고 조선노동당 당국자가 반인도범죄를 저질렀거나 현재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여기에 소속된 직원들은 조선노동당, 국방위원회,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의 실제적인 통제 하에 있는 중심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때때로 귀하의 개인적인 통제 하에 활동하고 있다고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엔 기구가 북한정부 책임을 명시하고 김정은 제1비서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윤정: 마침,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관리들을 만난 후,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 조사 결과를 보고했는데요, 뭐라고 말했습니까?
장명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무시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이 무기 밀수를 비롯해 사형선고를 할 수 있는 죄목 9개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신문망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최근 심의에 들어간 '형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축소 대상은 무기·탄약 밀수, 핵 원료 밀수, 가짜 화폐 밀수, 화폐 위조, 불법자금모집, 조직적 매춘, 매춘 강요, 군사임무 방해, 전시 유언비어 유포 등과 관련된 죄목입니다. 중국은 2011년 형법 개정을 통해 문화재 밀수, 귀중 금속 밀수 등 비폭력 범죄 13가지를 사형선고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추가로 이런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9개가 삭제되면 법상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죄목은 55개에서 46개로 줄어듭니다. 상무위원회는 지난번 13개 사형 죄목을 삭제했어도 사회 치안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제외되는 죄목은 최고 무기징역으로 낮춰지겠지만 엄중한 처벌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2007년부터 사형 집행률이 매년 10% 정도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다 사형 집행국으로 꼽힙니다.
-- 태국 법원이 최근 노동착취를 고발한 국제 인권운동가에 대해 식품기업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태국에서 활동 중인 영국 인권운동가 앤드 홀 씨에 대해 태국 식품기업 내추럴 푸루트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홀 씨는 지난해 핀란드 시민단체인 핀와치가 실시한 태국 해산물과 파인애플 수출 기업들의 노동착취 실태 조사를 도왔습니다. 핀와치는 당시 내추럴 푸루트가 이웃 국가 미얀마 등에서 유입된 이민 노동자들을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속에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내추럴 푸루트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했습니다. 법원은 홀이 이 사안과 관련해 인터뷰한 장소가 태국이 아니라 미얀마라며, 태국 검찰이 이 조사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