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 조사위 워싱턴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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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워싱턴 청문회를 들여다봅니다.

(조진혜) 볼을 차듯이 사람을 발로 찼고 맨손으로 때리다 못해 손이 아프면 가죽 장갑을 끼고 때리고...

최근 워싱턴에서 이틀간 열린 공개 청문회에서 탈북 여성 조진혜 씨가 식량을 구하러 중국으로 탈북 했다 북한 당국에 다시 체포돼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면서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1년 한시기구로 출범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등에 이어 탈북자와 전문가의 증언을 공개로 청취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북한에 강제 송환된 대다수의 여성은 구타와 고문 외에도 성적 착취를 포함한 참담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증언대에 나와 말했습니다. 코헨 선임연구원은 미국 국무부에서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정보 입수가 가능한 1972년부터 2010년까지 행해진 북한 내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성폭행은 상당히 흔한 일입니다. 특히 장기간 수감자들은 강간에 해당하는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소 여성들을 강간하거나 성고문을 가하는 일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관행화된 것은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강제 송환된 탈북자 가운데 중국인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을 상대로 강제 낙태 시술을 하는 것은 물론 영아를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본권 박탈에다, 하루 12시간 이상 강제노동, 영양실조, 공개처형 등 갖가지 인권유린이 일상화된 결과, 1980년대와 90년대에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 수준이던 북한 수용소 인원은 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적인 인권운동가 데이비드 호크 씨는 증언했습니다. 호크 씨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다룬 책 '감춰진 수용소'의 저자입니다.

(데이비드 호크) 정치범 수용소의 사망률이 입소율보다 훨씬 높은 까닭에, 2010년 현재 북한 수용소의 감금 인원은 최소 8만 명에서 최대 12만 명에 이른다는 게 보다 신뢰할만한 추정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공청회에서는 북한의 1990년대 대규모 기아 사태도 인권 문제로 다루어졌습니다. 탈북자 조진혜 씨는 아버지가 소를 훔쳤다는 이유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다 숨졌고, 언니는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갔다가 인신매매되고, 두 남동생은 굶어죽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조 씨의 가족을 비롯해 1990년대 수십만 명을 숨지게 한 기아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루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 국장은 "식량이 정권에 불신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북부 지역에서 전용됐다"며 "북한 정권은 2년 동안 이 곳으로 국제적 지원을 봉쇄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마커스 놀런드 북한 경제 전문가는 기아는 북한이 홍수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커스 놀런드) 60만 명에서 1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기근 이전 인구의 3%에서 5%가 사망한 것입니다.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입니다. 북한 정부가 이 비극의 원흉입니다.

마이클 커비 조사위원장은 "김정일 전 정권이 전투기 구매를 계속 해오고 식량 부족을 메울 식량 수입은 늘리지 않았다"는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공청회에 나온 북한 군사력에 관한 저명한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 씨에게 근거가 있냐고 질문했습니다. 버뮤데즈 씨의 답변입니다.

(조셉 버뮤데즈) 북한은 1990년대 아사 기간에 동유럽과 중국에서 군사 장비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기타 지역에서 상업적 방법으로 구매한 군사장비는 곧이어 북한군으로 전용됐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습니다.

한편, 공청회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를 비롯해 정계, 언론계, 학계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독립성, 불편부당함, 객관성, 투명성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 정부에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아직 입국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인권 분야의 대모로 불리는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재단 대표는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건 국가적인 불명예"라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아산특별강연의 연사로 초청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킨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예를 들며, "인권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른바 한국의 좌파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가장 소극적"이라며 "한국 국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결속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가인 숄티 대표는 북한자유연합대표, 자유북한방송명예회장,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활동가로 이번 강연에서도 북한 정권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과거 숄티 대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무너져야 할 북한 정권의 수명만 연장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숄티 대표는 "북한에 대한 지원은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으며 정권의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가 중국 지도부를 독재자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을 종이 호랑이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한 천광청 씨는 최근 워싱턴 언론박물관에서 열린 2013년도 자유상 수상식에서 "중국 지도부는 인민의 권리 각성에 내심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인민이 정보 차단과 봉쇄의 암흑기를 벗어나 정보 시대에 접어들면서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져 당국이 이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천 씨는 중국 지도부가 겉으로는 강력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허약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리면서 시각 장애인인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 당국을 겁낼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