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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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시간에는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월드컵 고위 관계자) 오는 2022년 FIFA 월드컵 개최를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한국, 카타르, 미국이 서로 유치 경쟁을 했습니다. 최종 승리자는 카타르입니다. (환호)

FIFA 국제축구연맹이 4년 전 총회 투표에서 오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카타르가 승리했음을 발표하는 순간을 들으셨는데요, 카타르 정부는 개최권을 따낸 전후 경기장과 기간시설 공사 등 초대형 건설 사업을 무더기로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의 인구수 자체가 적어,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카타르에 들어가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카타르에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는데요, 요즘 카타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의 이주 노동자 수천 명이 임금 대부분을 북한 정부에 강탈당하고 있다고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현지 북한 노동자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정부가 지난 3년간 카타르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의 급여 중 90% 이상을 챙겼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 급여를 모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하지만, 실제로는 급여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거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997년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에 근무했고, 지금은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 림일 씨의 경험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림일) 1개월이 되고 2개월이 되고 3개월이 돼도 월급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당에서 주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당이 뭐예요? 김정일 아닙니까? 지금은 김정은이고요. 그 말 한마디에 누구도 말을 못합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북한 노동자는 "우리는 정부에 외화를 벌어주기 위해 이곳에 와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핵개발과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외국의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주된 외화 창출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됐다가 이탈해 현재 미국에 정착한 안드레이 조 씨의 말입니다.

(안드레이 조) 북한에 돈이 어디서 나겠어요? 생각해보세요. 해외에 노동자들을 많이 파견해 피땀을 흘려 번 돈을 국가에서 빨아들여가지고....

2022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루자일 신도시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설현장이 4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들이 속한 건설현장이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루자일 신도시 건설현장 중 한곳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는 가디언과 한 면담에서 "보통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임금을 받지 않는다"며 "돈이 개인적으로 직접 들어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해 다른 국적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오래 남아 밤까지 일한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 역시 해외에서 일했을 때 이같이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는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탈북자 김영석 씨의 말입니다.

(김영석)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16시간 고된 노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쉬는 날 없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국가 명절이 올 때까지 내내 일해야 했습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제노예노동반대기구의 에이던 맥퀘이드 대표는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강탈과 지나친 노동 강도 등을 거론하며 "정부 주도의 강제 노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독재정권이 카타르와 공모해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카타르 정부에 등록된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2천800명에 달합니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 노동사회부 대변인은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임금이나 처우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카타르 정부는 전 세계 각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는 모두 6만5천명에 달하며 주로 러시아와 중국, 몽골, 중동 등에 분포해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얀마 정부의 살인적인 탄압으로 국외 탈출하는 로힝야족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정부 보안군이 소형 목조선이나 작은 배에 타고 출국하는 난민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대가 심한 박해로 무리를 지어 출국하는 로힝야족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수법이나 활동 규모는 예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널리 퍼져 있고 조직적입니다. 미얀마 해군 함정들이 탈출하는 난민들을 항구 밖으로 안전하게 인도해 간 다음 외해에서 대기 중인 국제 인신매매 범죄조직이 운항하는 큰 배로 넘겨주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아라칸주 대변인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들은 그런 주장이 "헛소문"일 뿐이며 해군선이 그런 배에 접근했다는 얘기는 곤경에 처한 어선들을 구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벨트문학상 시상식의 수상 연설에서 "설사 벽에 갇혀 있더라도 벽이 없는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지금 벽과 싸우고 있는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일간지 디 벨트가 주는 벨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하루키 씨는 시상식에서 25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거론한 뒤 "세계에는 지금도 인종, 종교, 불관용, 근본주의, 그리고 욕망과 불안이라는 벽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루키 씨는 이어 "우리는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현실 앞에서 연약하고 부질없는 희망으로 보일지라도 꺾이지 않고 더 나은 더 자유로운 세계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콩에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자 자격 제한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40일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