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카다피 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체포된 소식을 들여다봅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사망 이후 도피 행각을 벌여온 카다피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마침내 체포됐습니다.
'이슬람의 칼'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알 이슬람은 카다피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온 인물인데요.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한때 친서방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는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알 이슬람의 체포 사실은 최근 리비아의 국가과도위원회가 이끄는 리비아 과도정부의 압델 라힘 알 키브 임시 총리가 진탄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공식 확인됐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바쉬르 알 타예렙 진탄 여단장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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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쉬르 알 타예렙
) We are quite happy to capture him and that's why we...
(더빙) 사이프를 생포해서 상당히 기쁩니다. 그래서 리비아 국민에게 이렇게 신속하게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몇 시간 뒤에 체포과정을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 이슬람은 체포된 뒤 현지 사령관에게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 시신은 알진탄으로 보내 달라.”고 청했으며 체포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 이슬람이 타고 있던 차량에서는 현금 4000달러와 소총 몇 자루, 수류탄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현지 방송을 인용해, 알 이슬람이 석방 대가로 20억 달러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반군들이 “혁명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유 리비아 TV'가 방영한 구금된 상태의 알 이슬람의 사진에는 오른쪽 손가락 끝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담요로 덮은 채 뒤로 제쳐지는 듯 한 소파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실제로 알 이슬람은 손 부위가 썩어 들어가는 괴저병으로 손가락을 완전히 절단해야 할 처지입니다. 몇 주 전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 때문에 알 이슬람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중지 등은 잘려나간 상태입니다. 최근 알 이슬람을 진찰한 의사는 “알 이슬람의 손가락 상처가 괴저병을 앓고 있어 절단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 서방 진영이 체포된 알 이슬람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무부는 "알 이슬람의 체포와 재판은 40년간 지속된 리비아 '암흑의 역사'에서 벗어나는 계기"라면서 리비아 정부 당국에 이같이 촉구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리비아 과도정부는 알 이슬람이 국제적인 표준에 부합하게 재판을 받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성명을 통해 "리비아 당국은 알 이슬람을 절차에 합당한 방식으로 법정에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형사재판소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말 알 이슬람을 반인륜죄로 고소했던 국제형사재판소는 한발 더 나가, 알 이슬람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재판소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리비아인은 카다피 가족이 횡령, 축적한 수십억 달러의 행방을 알고 있을 알-이슬람을 국내 법정에 세우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사형에 이르는 살인 선동죄, 공금 남용죄, 그리고 용병 고용죄 등이 알 이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오사마 야헬 진탄 반군 지휘관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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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야헬
) "우리는 다른 나라 국민이 왜 사이프의 국외재판에 초점을 맞추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의 신뢰할 만한 사법체계가 사이프를 공정하게 재판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형사재판소의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수석 검찰관이 기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리비아 과도정부와 협상 끝에 알 이슬람을 자국에서 재판하겠다는 리비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카다피의 사망에 이어 과거 '카다피 정권'에서 2인자로 군림해 온 차남마저 체포됨에 따라 카다피 추종세력의 반격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대북 인권결의안을 찬성 112, 반대 16, 기권 55로 채택했습니다. 한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52개국이 공동 제출한 이번 결의안은 다음 달 중순 제66차 유엔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집니다. 지금까지 인권이사회가 가결한 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대북 인권결의안은 7년 연속 유엔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인권결의안은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벌, 대우, 정당한 절차와 법치의 부재, 정치적·종교적 이유에 따른 처형의 문제 등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비난하고 이 같은 상황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지난해 결의안과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지난해 결의안에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내용을 담은 전문 제10항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을 평가한다.”고 했지만 올해에는 “모든 한국인의 시급한 인도적 우려사항인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점을 우려하며, 향후 규모 확대와 정례화를 위해 필요한 남북 간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로 바꿨습니다. 또 성매매나 인신매매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의 철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 이집트 군부는 약속 이행에 실패했고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때보다 더 심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고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가 최근 밝혔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엠네스티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에 의한 인권유린은 매우 우려할만한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엠네스티의 필립 루터 중동ㆍ북아프리카국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수천 명의 시민들을 군사법정에 세우고 평화시위를 유혈진압하며 무바라크의 긴급조치법을 연장하는 것은 지난 1월 25일 시위자들이 그토록 없애고자 노력했던 억압정치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엠네스티는 특히 사법 분야가 이집트 군부에 의한 인권유린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9개월간 1만2000명의 시민들이 '암살'이나 '군 모욕'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았습니다. 이중 블로거인 마이켈 나빌 사나드 씨는3년 징역 선고에 항의해 단식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45일간의 정신병원 수감 선고를 받았고 심장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제공도 거부됐습니다. ‘블로거’란 ‘블로그,’ 즉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웹에다 일기처럼 적어 올려서, 다른 사람도 보고 읽을 수 있게끔 열어 놓은 글의 모음을 소유해 관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편, 지난달 9일에는 보안군이 콥트 기독교인들의 시위를 유혈 진압해 28명이 숨졌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