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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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로에 선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을 들여다봅니다.

(슈웨 만) 내년 5월 헌법 개정과 관련한 국민 투표가 실시될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은 내년에 말 실시되는 총선 뒤 구성되는 새로운 의회에서만 개정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의 슈웨 만 하원의장이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입니다. 만 하원의장은 "현재 정치적 상황과 행정적인 절차로 헌법에 드러난 문제점을 개정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만 의장은 미얀마 군부 독재 시절 군 참모총장을 지냈으며 미얀마 군사 정권의 최고 결정 기관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에서 탄 슈웨 장군, 마웅 예 장군에 이어 3인자 역할을 했습니다. 만 의장은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웅산 수치 여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가로막는 헌법 개정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얀마 연방선거위원회는 내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미얀마 총선이 치러진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그동안 미얀마 야권은 지난 2008년 제정된 미얀마 신헌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민주주의연맹은 지난 7월 군의 입법 권한을 약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헌법 개정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청원서에 서명하며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현재 개정 논의가 되고 있는 헌법은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한다는 59조와 의회 의석 25%를 군부 인사로 채우게 하는 436조 등입니다. 헌법 59조에 따라 1999년 가택연금 당시 암으로 숨진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수치 여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미얀마의 헌법 개정이 내년 이후에나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자, 국민민주주의연맹의 냔 윈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는 미얀마 개혁을 억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냔 윈) 슈웨 만 의장은 헌법 개정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의원과 의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윈 대변인이 언급한 미얀마 개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년여 동안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그간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정치범 수백 명을 석방하고, 민간 언론 설립 허가 등으로 언론 규제를 완화했으며 변동환율제 도입, 중앙은행 독립, 외국인투자제한 완화, 경제특별구역법 개정, 외국은행 진출 허용 등의 경제 개혁 조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국제사회는 전격적으로 제재를 완화하고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지난해 초 미얀마에 5억 12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은행도 별도로 미얀마에 4억4000만 달러 규모의 융자를 승인했습니다.

미얀마는 심지어 북한의 개혁 모델로까지 떠올랐습니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는 지난해 말 "북한에도 미얀마에서와 같은 지원을 실시하겠다"며 "개방하려 한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북한도 미얀마의 민주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헌법 개정, 반군과의 휴전 협정 체결이 늦어지자 미얀마의 개혁이 정체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얀마 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몇 년 전 변화가 시작됐을 때 많은 이들이 희망했던 것처럼 진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일부 분야에서는 개혁 속도가 떨어졌으며, 심지어는 개혁이 퇴보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입니다.

(버락 오바마) 아직 어려운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더 어려운 선택들이 눈앞에 주어졌습니다. 미얀마의 개혁 과정은 완료돼지 않았고, 더욱이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 역시 최근 민주화 개혁이 지난 2년 동안 정체됐다고 비판했으며,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미얀마 개혁에 대해 낙관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에서 현대판 노예 생활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10만 명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의 대응은 세계 최하위로 평가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호주의 국제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이 최근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2014 국제노예지수' 보고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워크프리 재단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부채노동, 강제결혼, 아동에 대한 매매와 노동착취 등 노예계약에 의하지 않았지만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상태를 현대판 노예로 규정했습니다. 북한의 현대판 노예는 전체 북한 인구의 0.43%로 추정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우 정치범수용소와 노동교화소에서 강제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수감자들이 조직적으로 강제 노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모든 조사 대상국들이 현대판 노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현대판 노예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이번 정기국회 중에 반드시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류 장관은 최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의 축사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는 이에 기초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와의 협조 하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류 장관은 "북한 인권법 제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북한의 인권 참상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는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로서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장관은 "북한 인권문제는 만국 보편 가치의 문제이며 우리에게는 특히 동포의 문제"라며 "이제라도 우리는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북한인권법의 제정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