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6.25 전시납북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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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6.25 전시납북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을 들여다봅니다.

박옥련

: 경찰인가 인민군인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리 집 유리창 바깥에 와서 한 열대여섯 명이 지켰어요. 항상 제가 기도는 많이 했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달라고요. 그런데 나이가 이제 그 사람도 98세이니까, 100세가 가까우니까 돌아가셨겠죠.

올해로 여든을 훌쩍 넘긴 박옥련 할머니. 61년 전, 20대의 새댁으로 검고 윤기 났던 머리 위엔 흰서리가 내려앉고, 고왔던 피부에는 세월만큼의 주름이 들어앉았습니다. 박 할머니의 남편 김점석 씨는 6.25 전쟁 때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10만 명에 가까운 ‘전시 납북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박 할머니는 졸지에 부모나 형제, 배우자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처럼 슬픔과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 한 맺힌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들에게 얼마 전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바로 한국 정부가 전시 납북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거죠.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6.25 전쟁 중 발생한 납북 피해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또 오는 2013년 말까지 신고를 접수해 전시 납북 여부를 심사할 예정입니다. 전시 납북자에 대한 신고 대상을 미국에 사는 재미 한인에게도 확대 적용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업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6.25전쟁 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자리에서 6.25전쟁이 남긴 큰 상처인 전시 납북자 문제가 이제야 다뤄지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성호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의 말입니다.

제성호

: 사실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납북자 문제가 해결돼야 마땅했습니다. 휴전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유엔군, 특히 미군이 중심이 돼서 속도를 내지 않습니까? 8만 명에서 10만 명의 전쟁 납치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정전협상에서 유엔군 수석대표가 납치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전협정에서 displaced civilian이라고, 실향사민, 원인이나 배경을 묻지 않고, 그냥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란 표현을 씁니다. 나중에 한국 측이 (북측에) 통지를 하고 실향사민 요청을 했는데, 북한은 단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이후 6,25 사변 피납치자 가족협의회이 구성돼 대략 63년경까지 활동해요. 한국 정부도 이승만대통령이 제네바 정치회담 때 문제를 제기하라고 했어요. 1955년, 56년경에도 뉴욕의 유엔대표에게도 훈령을 내려서, 알리라고 했지만, 정식 회원국도 아니어서 힘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964년에 전쟁 납북자 관련해 백만인 서명을 받아서 당시 외무부에서 유엔에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결을 보지 못하다가 시간만 가서 망각됐죠.

마침내 '6.25 전쟁 납북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납북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하고도 11년이 지난 2010년. 특별법이 제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현인택

: 이번에 제정된 전시납북자법은 이러한 국가의 존재이유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책무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합니다. 늦었지만 이번 전시납북자법을 통해서 우리는 납북자문제 해결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생각합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올 1월부터 전시 납북자에 대한 신고를 받았는데요, 올 상반기까지 420명이 납북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이 가운데 55명이 처음으로 전시 납북자 인정을 받았습니다. 전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납북자 인정을 통한 명예회복 못지않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생사확인입니다. 게다가 납북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만큼 숨졌을 경우 유해송환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은 북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와 '납북자는 없다'는 북한의 일관된 주장을 미뤄볼때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산하 북한인권 대사를 지낸 제성호 위원이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한을 보편적인 인권문제와 연계시키며, 북한 정부의 협조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까닭입니다.


제성호

: 보통 사람들은 북한 인권문제하면 북한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 주민의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감금, 신앙의 자유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좁게만 보면 안 됩니다. 북한 정권의 독재성, 반인권성, 반문명성에 기인해 발생하는 모든 인권 문제, 즉 북한 정권이 존재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문제를 북한 인권문제로 봐야합니다. 탈북자 문제도 그렇고,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면 남과 북에 흩어진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재회하고, 서신왕래를 하는 것, 이건 기본권입니다. 가족이 서로 만나고, 왕래하는 것은 가족권이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납북자는 원래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는데,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귀향의 권리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건 인권 침해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아랍연맹이 최근 카타르에서 회의를 열고 회원국 내 시리아 관리 19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의 여행을 금지하는 등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습니다. 아랍연맹은 또 성명에서 시리아와 아랍연맹 회원국을 잇는 항공편이 오는 15일부터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여행 금지자 명단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형제인 마헤르 알 아사드를 비롯해 정부 장관들과 정보기관 수장 등이 포함됐으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0여년 만에 버마를 처음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회동을 갖고 2박 3일간의 버마 방문을 마무리했습니다. 클린턴 장관과 수치 여사는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수치 여사의 자택에서 공식 회동하고 버마 민주화에 협력하자고 합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클린턴 장관을 만난 후 미국 정부의 개입 정책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미국의 개입으로 버마의 민주화 속도가 빨라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