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년째 ‘가장 부패한 나라’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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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발표된 '2013년 부패인식지수'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우선 청취자를 위해 해마다 발표되는 '부패인식지수'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부패인식지수'는 쉽게 말해 공공영역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패는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 직위의 남용"입니다.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의 유착 등을 어느 수준까지 인식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장치인 셈이죠. 독일 베를린의 비영리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세계 177 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데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인과 분석가 등의 견해도 반영됩니다.

양윤정: 평가 점수는 어떻게 매겨집니까?

장명화: 평가 점수는 0~100점 사이로 매겨지는데요,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낮습니다. 부패인식지수는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했고, 지난해부터 평가 기준을 100점 만점으로 변경했습니다.

양윤정: 이번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대상에 북한도 포함됐습니까?

장명화: 물론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부터 부패인식지수 평가 국가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사회 부패가 가장 심한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북한은 8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와 함께 공동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에 뽑혔습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이만큼 심각한 이유는 뭘까요?

장명화: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지키기 어렵거나 지키기 불가능한 규칙과 법칙이 많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많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장마당에서 이런저런 상품을 팔아서는 안 되고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면 안 되고, 집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생산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이런 규칙을 모두 다 지킨다면,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북한 경제가 돌고 있고 북한 주민이 그나마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법을 위반하는 거죠. 하지만 북한주민을 감시하는 간부들은 이러한 규칙위반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민간단체 '탈북지식인연대'의 현인애 부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현인애)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먹고 사는 생존 수단을 일탈자들에게 금전을 뜯어내는 데서 찾고 있습니다. 자기가 먹고 살기 위해 주민들을 더 열심히 통제하고 있다고 봅니다.

양윤정: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8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 관료와 사업가를 대상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교육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조선 익스체인지'가 지난여름 평양에서 '해외 부패방지법'을 주제로 연수를 진행했는데요, 북한이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일에 과연 관심이 있는 걸까요?

장명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말, 한번 들어보시죠.

(그렉 스칼라튜) 북한은 지난 60여 년간 계속 김 씨 일가 체제하에 있었지만 이 상황 속에서는 부정부패를 없애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이후로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부정부패도 심해졌고, 일단 부정부패를 없애려면 어느 정도 개혁 개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양윤정: 한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한국은 이번에 55점을 받아 46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1995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1년 43위였으나 다음해 2계단 하락한 뒤 올해 1단계 더 떨어졌습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지난해와 순위는 같습니다.

양윤정: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부패척결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12월 부정부패와 허례허식 척결을 위해 일련의 규정을 발표한 후 2만 명에 육박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가 규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는데요, 중국이 이번 조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하군요.

장명화: 중국은 40점을 받아 지난해와 같은 80위를 기록했습니다.

양윤정: 마지막으로, 올해 전 세계 부패인식지수에서 1등을 한 나라는 어딘가요?

장명화: 1등은 91점을 받은 덴마크와 뉴질랜드에게 돌아갔습니다. 미국은 73점을 받아 19위에 올랐습니다. 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는 5위, 일본은 18위를 기록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의 인권 변호사들이 재소자와의 접견을 허락하지 않고 재소자들을 강제 노역시킨다면서 후베이성 츠비시 교도소를 고등검찰을 포함한 관련 기관에 고소했습니다. 인권변호사 7명은 교도소 측이 지난 6월 수감된 황원쉰, 위안샤오화, 위안빈 등 인권 운동가들의 접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인권 운동가들은 지난 5월 츠비시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를 하다 공안에 국가안전위협죄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혐의가 공공질서위반으로 바뀌었는데도 변호사 접견이 거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고소장에서 교도소 측이 재소자들을 장시간 강제 노동시키면서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관련 기관에 해당 교도소의 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재소자의 기본 인권을 보장토록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인권 운동가들은 10여 년째 복역 중인 중국 민주화 운동 지도자 왕빙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24시간 동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왕빙장은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 머물며 민주화 운동 잡지인 '중국의 봄'을 발간했으며, 중국 당국에 의해 활동이 금지된 '중국민주동맹'과 '중국민주정의당'을 창설한 인물입니다.

-- 호주를 방문한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토니 애벗 총리와 회담을 갖고 외국 국적의 배우자 사이에서 자녀를 둔 경우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미얀마 헌법 개정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수지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습니다. 수지 여사는 애벗 총리와의 회담이 종료된 후 취재진과 만나 "미얀마는 이제 민주화를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헌법에 대한 수정 없이는 진정한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1년까지 미얀마를 통치한 군부는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을 탄압했지만 민족민주동맹은 지난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애벗 총리는 "미얀마에서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지 여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