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CBS 방송이 최근 탈북자 신동혁 씨를 통해 전한 북한의 강제 수용소 참상을 들여다봅니다.
(앤더슨 쿠퍼) 오늘밤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곳에 대해 전할 겁니다. 이 곳은 현대판 강제수용소로,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50마일 떨어진 깊은 산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 수감소입니다. 바로 제 14호 수용소입니다.
미국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 씨의 목소리입니다. '60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현역 시절 약물을 복용했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한 인기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 등 화제성 인물들이 첫 번째로 택하는 시청률이 높은 미국의 뉴스 프로그램입니다. 쿠퍼 씨는 미국의 케이블 방송인 CNN의 대표적 앵커이기도 합니다.
쿠퍼 씨는 평안도 내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신동혁 씨와 대담을 나누면서, 신 씨가 내리는 자유에 대한 정의를 듣고는 놀랍니다. 소말리아 종족분쟁을 비롯해 전 세계 대형사건 현장마다 쫓아다녀 웬만한 참상을 목격했지만, 신 씨가 태어나고 자란 수용소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겁니다.
수용소가 짝지어 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탈북 전까지 다른 사회를 접한 적이 없는데다, 인권이란 단어는 물론 김일성 김정일이란 말조차도 모르는 채 짐승처럼 맞으며 노동하던 신 씨. 어떻게 탈출을 기도하게 됐냐는 쿠퍼 씨의 질문과 이어진 신 씨의 대답, 잠시 들어보시죠.
(신동혁) 외부생활을 했다 들어온 박 씨의 이야기 중에 수용소 밖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통닭, 돼지 바비큐. 가장 중요한 것은 나 같은 수감자도 철조망을 넘어가면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앤더슨 쿠퍼) 사람들은 자유를 여러 방식으로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닭고기로 자유를 정의하는 경우는 처음 들어봅니다.
(신동혁) 저는 아직도 자유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앤더슨 쿠퍼) 그것이 당신에게는 자유라는 의미입니까?
(신동혁)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앤더슨 쿠퍼)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죽을 각오가 돼있었단 뜻입니까?
(신동혁) 그렇습니다.
당황하는 쿠퍼 씨에게 신 씨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악몽을 털어놓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와 형이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 신 씨는 이를 밀고했고, 눈앞에서 이들이 총살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는 겁니다. 신 씨는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비인간적인 관리소 생활에 익숙해져 눈물도 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앤더슨 쿠퍼) 어머니와 형을 신고해서 뭘 얻겠다는 것이었습니까?
(신동혁) 우선 배불리 먹었으면 하는...
(앤더슨 쿠퍼) 보다 많은 음식을 말입니까?
(신동혁) 네.
올해 초 신 씨의 이야기를 '14호 수용소 탈출'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한 미국의 언론인 블레인 하든 씨는 이런 신 씨를 탓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해야 했던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 씨가 살았던 세상은 밀알을 주워 먹은 어린이가 매 맞아 죽고, 신 씨 자신도 숯불 위에 거꾸로 매달려 불 고문을 받았지만 아무도 대들지 않는 그런 세상이었던 겁니다.
(블레인 하든) 신동혁 씨는 수용소 규정을 찬송가처럼 믿었습니다. 신 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판단할만한 나침반이 있긴 했습니다. 바로 수용소의 규정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수용소를 도망쳐 지난 2006년 남한에 입국한 신 씨는 지금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목숨을 건 자유의 결과로, 이제는 닭고기를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신 씨는 원했던 만큼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동혁) 뭔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친구들과 웃을 때면, 또는 돈을 벌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입니다. 곧 걱정하게 됩니다. 걱정하는 건 수용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여전히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처형되고 있습니다.
쿠퍼 씨는 끝머리에 신 씨가 지금 세계 곳곳을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권 옹호단체 행사에 나가 북한의 참상을 알리는가 하면,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도 만나고 다닙니다. 신 씨가 미국인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60분'에도 나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도 모두 참회하려는 맥락이라고 쿠퍼 씨는 설명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인권 운동을 벌이다 지난 3월 중국 공안에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돼, 114일 동안 구금돼 고문당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최근 북한 인권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석류장'을 받았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인권 문제를 국내외에 공론화시켜 국제적 관심을 제고시켰다는 점과 북한인권 정보조사 활동, 위급한 탈북자 지원, 북한 내 시민사회 기반 구축, 북한인권과 민주화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한 점 등을 인정받아 훈장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나에 대한 훈장 수여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인권 운동을 하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북한 내부에서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처벌받고 목숨을 잃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중국 공안을 피해가며 북한인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도 너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이자 '강철서신'의 저자로 유명한 김 연구위원은 1990년대 말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끼고 전향한 뒤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왔습니다.
-- 유럽 최대의 여성인권단체 '유럽여성로비'가 유럽연합에 성매매를 범죄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 내 200여개 여성인권단체의 연합체인 유럽여성로비는 유럽의회 회의에서 "성매매는 폭력이고 평등의 장애물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억압적인 규제를 취하는 것은 금지해야 하지만 성매매 알선과 대가성 성관계 요구는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10여 년 전 돈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행위를 불법화했으나 자발적인 성매매는 합법으로 남겨둔 스웨덴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1999년 이후 주변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길거리 성매매를 이용한 사람의 수가 3배로 증가한 반면 스웨덴에서는 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UN 통계에서 전 세계 불법행위로 발생하는 수익 중 인신매매가 마약거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면서 성 착취로 이어지는 인신매매 희생자의 85%가 여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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