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

탈북자 조셉 김(왼쪽 두 번째) 씨와 박연미(왼쪽 네 번째) 씨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인권특사, 톰 말리노스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와 함께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전했다.
탈북자 조셉 김(왼쪽 두 번째) 씨와 박연미(왼쪽 네 번째) 씨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인권특사, 톰 말리노스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와 함께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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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 국무부에서 최근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박연미) 중국으로 도망쳐 갔을 때, 중개업자를 만났습니다. 당시 겨우 13세이던 제게 중개업자가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거부하면 중국 공안에 연락해 북한에 송환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결국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나서야했습니다.

올해 21살의 탈북 여성 박연미 씨가 얼마 전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탈북 과정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박 씨는 중국과 몽골을 거쳐 지난 2007년 한국에 정착해 현재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박 씨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인 혜산에 살았던 데다 아버지가 노동당원이었던 덕에 특권계급에 속해 한국 드라마, 미국 영화, 프로레슬링 등 북한말로 '알판'이라 불리는 DVD를 자주 접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배급이 끊어지며 아버지가 밀무역에 종사해야했고, 나중에 발각돼 노동교화소에 끌려가 맞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친구의 어머니가 알판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당한 사례도 전했습니다.

박 씨에 이어 증언한 올해 24세의 조셉 김 씨는 집안의 유일한 아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9살 때 배급이 붕괴돼 굶주림과 가난 속에서 생활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배고픔과 다시는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비관이 북한과 중국 간 국경을 넘은 동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아픈 개인사를 털어놓았습니다.

(조셉 김) 제 누나는 중국 남자에게 팔렸습니다. 딸이 북한에서 비참하게 사는 것보다는 중국 사람에게 팔려 중국에서 사는 게 낫겠다고 믿은 제 어머니가 그렇게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밝히는 것은 처음입니다.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손가락질을 할까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럴 정도로 북한의 삶은 어렵고 절박했습니다.

2006년에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김 씨는 "미국이 쓰레기통을 뒤지던 나 같은 사람에게 재정착 기회를 줬고,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함께 길거리에서 자던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북한 사람은 강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들의 희망을 더 나은 미래로 바꿔주는 것은 밖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의 질의 응답시간에는 박연미 씨가 중국 지도자를 만나면 어떤 요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의 탈북자 송환은 범죄이며 어떤 나라도 천부적 인권을 함부로 빼앗아 갈수 없다면서 흐느껴 울어 잠시 장내는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박연미) 삼년 전에 '인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궁금해서 도대체 '인권'이 뭐냐고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더군요. 하늘이 인간에게 준 보편적 권리라고요. 북한에 살았을 때는 제가 이런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 권리를 저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연단에는 탈북 청년들과 함께 톰 말리노프스키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가 자리 잡았는데요, 두 탈북 청년의 증언을 들은 뒤 북한의 강제수용소 간수들과 상급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성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톰 말리노프스키) 우리는 당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인권 유린을 저지르는 당신들이 누군지 압니다. 당신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압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습니다.

말리노프스키 차관보는 남북한 통일로 북한 주민이 자유를 찾게 되는 날이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인권 유린의 가해자들에게 상부 조직의 명령에 단순 순응하기보다 양심의 소리를 따르라고 주문했습니다.

(톰 말리노프스키) 북한에서 인권 유린을 저지르는 개개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겁니다. 더 이상 인권 유린에 가담하지 마십시오. 왜냐면 언젠가 한반도 상황에 변화가 생길 때, 국제사회가 가해자가 누군지 가려낼 수 있는 만큼,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한편, 말리노프스키 차관보가 속한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은 최근 북한 인권단체에 각각 최고 25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한다면서, 북한 인권단체 자금지원에 관한 세부 기준이 담긴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자금 지원을 희망하는 인권단체는 북한인권 실태 개선과 증진에 관한 사업 의향서를 제출해야 하며, 의향서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언급한 북한 관련 권고 내용을 지원하는 활동이 포함돼야 한다고 국무부는 설명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인도의 아동인권 운동가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았습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열린 시상식에서 "파키스탄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소녀와 인도 출신의 힌두교도인 나이든 남성은 온 세계가 원하는 높은 수준의 결속이자 국가 간 박애의 상징이다"고 말했습니다. 유사프자이는 11세이던 2008년 영국 BBC 인터넷을 통해 탈레반 치하의 삶을 소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2012년 귀가 길에 탈레반의 총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유사프자이는 영국으로 이송돼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탈레반의 지속적인 위협에도 유엔 본부와 영국 버킹엄궁 등에서 연설하는 등 전 세계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인권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사티아르티는 1980년대 아동인권 운동에 투신한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 이란 정보 당국이 최근 유명한 여성 인권변호사 나스린 소투데 씨를 체포했다 수 시간 뒤 석방했다고 소투데 씨의 남편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서로의 개인정보와 글, 동영상 등을 상호 교류하는 온라인 인맥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란 정보 당국은 소투데 씨의 체포 사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소투데 씨는 2012년 유럽연합 의회가 주는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입니다. 소투데 씨는 이란 정부에 저항하는 선전활동을 펼치고 국가 안보를 해치려 모의한 혐의로 2010년 체포돼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석방됐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