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을 고립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부터 북한의 붕괴 이후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최근 워싱턴 북한인권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Gordon Flake) 북한이 12일 로켓을 발사한 사건은 외관상으로는 우리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오늘과 같은 인권 행사의 중요성을 돋보이게 합니다. 우리는 북한 로켓 발사에 관심을 갖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12일 기습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다음날인 13일.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의 민간연구소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의 말처럼, 이날 토론회에는 로켓 발사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 특사를 비롯해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미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발표한 북한정치범수용소에 관한 보고서를 간단히 설명하면서, 보고서가 집중적으로 관찰한 '22호 관리소' 이외에도 다른 정치범 수용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이겠습니까?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22호 관리소에 대략 3만 명의 정치범이 수감됐던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 매체는 식량난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22호 관리소의 수용인원이 3천여 명으로 줄었고, 이들은 다른 수용소로 옮겨졌다고 전합니다. 저는 이런 보도를 확인하거나 반박할 입장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수용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는 겁니다. 나치는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대인들을 죽였습니다. 유고슬라비아에서는 반인륜범죄의 증거를 없애려고 많은 이를 학살했습니다. 이런 유사한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수용소의 동향을 살펴보고 수감자들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한동안 북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가운데, 국제적 비정부기구인 '엠네스티'의 프랭크 자누지 부사무총장(deputy executive director)은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북한을 고립시키기 보다는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초까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정책국장으로 일했던 자누지 부사무총장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한반도정책 팀장을 지낸 뒤 존 케리 상원의원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인물로, 지난 3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회의에 참석해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국제사회의 일부 국가가 북한과 관련한 정책목표가 고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 저는 상당히 걱정됩니다. 이는 적절한 목표가 못됩니다. 목표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게 아닙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한 점에 대해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지리적, 혹은 물리적 고립은 가장 꺼려야 할 사항입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립 민주주의기금(NED)의 칼 거쉬만 회장은 북한의 고립, 제재를 넘어 북한의 붕괴 이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상반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칼 거쉬만) 우리가 앞으로 다뤄야 할 북한의 주요문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붕괴시 이행기 정의 (transitional justice)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는 게 유익합니다. 왜냐면, 북한 내에서는 지금 아주 많은 사람이 북한의 상황이 변하게 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다룰 방법은 있습니다. 진짜 범죄자와 단순한 노동당 간부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북한의 엘리트라고 다 범죄자가 아닙니다. 북한의 엘리트라도 한국의 일반 시민보다 못사는 이가 많습니다. 북한에서 진짜 범죄자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거쉬만 회장이 말한 '이행기 정의'란 원래 비민주주의 정권에서 이행하는 사회의 맥락에서 필요한 정의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행기 정의'는 최근에는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과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나 각종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한 법률 제정과 진상규명 위원회의 설치와 활동을 정당화하고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토론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인성 조사분석팀장은 수용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살인, 낙태 등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한 뒤 수용소에 대한 특별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군중 시위가 열렸습니다. 홍콩 명보는 수백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세계 인권의 날에 베이징 시내 량마차오루 인근 유엔 기구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중국에는 인권이 없다'는 내용이 적힌 구호판을 펼쳐들었습니다. 이들은 랴오닝, 상하이, 허베이 등 각지에서 상경한 인사들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징 당국은 대규모 공안 인력을 출동시켜 인근 도로를 봉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당국이 일명 '흑감옥'으로 불리는 사설 감금시설인 주징좡 구제센터로 참가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대형 버스를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 이집트 인권단체들이 새 헌법 초안 국민투표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아직 공식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슬람주의자들은 최근 27개 주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57%의 찬성표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7개 인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10개 지역에서 투표를 감독할 판사 수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중립적 감시원이 개표를 보지 못한 곳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판사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투표를 감독하거나 여성들이 투표를 못 하게 방해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투표소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았으며 기독교도들이 투표소에 못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고 인권단체들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지내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야권 인사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감독 불충분과 여러 위반 행위를 지적하면서 "나라의 운명을 놓고 장난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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