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무국적 자녀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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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럽북한인권협회의 북한 관련 최신보고서를 살펴봅니다.

(김옥정) 아이의 호적을 올리자면 남편과 결혼 등기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내가 북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못했어요. 제가 강제북송 되면 또 아이가 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호구를 올리지 않고 살았어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옥정 씨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자신이 중국 흑룡강성에 살았을 때 아들을 중국 호적에 올리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중국으로 도망쳐 나온 뒤, 중국인과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그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처럼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이 낳은 어린이들이 사실상 무국적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진단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인 '유럽북한인권협회'는 최근 공개한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 북한 난민의 무국적 어린이'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 대부분이 중국의 호적인 '호구'를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인 탈북 여성이 중국에 불법체류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면 신분이 노출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여성과 중국 남성의 결혼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0년 실시한 조사를 인용해,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2~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호구를 취득하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자로 전락한 이들 어린이들은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캐나다 출신 한인 2세 변호사인 실비아 김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실비아 김)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은 국적과 관련된 여러 혜택을 받기 위한 법적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교육, 의료 서비스, 결혼 허가증 받기, 은행 계좌 열기 등의 제반 사회복지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이 어린이들이 어머니가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되면 어머니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어린이들은 중국의 인정과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한국 정부로부터도 한국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TV조선은 2013년 어머니가 북한 사람이고 북송됐다는 중국 공식기록을 제출한 중국 내 탈북 2세의 한국 입국 요청이 거절된 사례를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어린이는 가까스로 입국까지는 허용됐는데, 그게 끝이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의 말입니다.

(천기원) 신분증 없이 사람만 있는 상태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중국 내 탈북2세를 받아주는 그런 법안이 한국에 없다는 거죠. 한국에서 빨리 법안을 제정하던지 현실적으로 만들어서 중국에 있는 많은 무국적 고아들을 도와달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가 10년 안에 전 세계 어린이들의 무국적 상태를 끝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탈북 2세 문제도 이 운동에 포함될 수 있도록 북한인권 관련 비정부기구와 시민단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비정부기구와 시민단체들이 아동 권익 옹호와 여성 권리 운동 등 분야에서 협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비아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실비아 김)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의 문제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포용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핵문제 해결이 먼저인가, 인권 상황 개선이 우선인가 등등 북한 문제는 상당히 분열된 실정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와 관련된 사안에 관해서는 다릅니다. 제가 이 보고서를 위해 조사하면서 깨달은 점이라면, 북한의 핵문제나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안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마저, 이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뭔가 당장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 무국적 아동 보호와 관련한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적어도 부모 1 명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추고 있을 경우 중국에서 태어난 모든 어린이들에게 호구를 발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을 대표하는 인권변호사 푸즈창 씨에 대한 재판이 푸즈창 씨가 구속당한 지 1년7개월 만에 최근 시작했습니다. 베이징시 제2 중급 인민법원은 당국자를 비난한 것이 '사회 질서를 파괴했다'고 해서 기소된 푸즈창 씨의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푸즈창 씨는 일관해서 무죄를 주장했으며,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중국 내 지식인도 언론 탄압이라며 푸즈창 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간 푸즈창 씨는 소송을 통해 '법치'를 실현하고 '언론 자유'를 신장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번 푸즈창 씨 재판은 중국 당정의 인권 변호사와 활동가에 대한 '정치 박해'로 간주하는 분위기인 만큼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소장을 보면 푸즈창 씨는 인터넷에 위구르족이 연루한 폭력 사건이 잇따르는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신장 정책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글 등을 올리면서 '민족의 증오를 선동하고 소동을 유발했다'는 혐의로 작년 5월 구속됐습니다.

-- 미국 인권운동가들이 자국민에게 최근 태국에서 들여온 껍질 벗긴 새우를 구입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태국의 수산물기업들이 직원들을 노예처럼 다루며 중노동을 시켜 깐 새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AP통신에 따르면, 새우 까는 노동자들은 돈도 받지 못하고 하루 16시간씩 노동에 시달리며, 대다수가 몇 달에서 몇 년씩 감금된 채 일하고 있습니다. 태국 업주들은 이들이 미얀마를 포함한 인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온 불법 노동자인 점을 악용해 툭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하며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합법적인 이민자들도 업주가 신분증명서를 강탈해 떠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뉴저지 주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그동안 '노예 생산품'인줄 모른 채 사먹었지만 일단 알고 나서는 불매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불매운동을 독려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