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인권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하벨 전 대통령의 육성) 지금까지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반체제인사를 포함해 많은 인권활동가를 만나봤습니다. 각자 자국에서 인권이 억압되는 상황에 맞서 적극적으로 비판해 온 매우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들이 정치체제나 정치이념이 서로 달라도, 서로의 상황을 깊이 이해해서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독재주의건 전체주의건, 이들이 경험한 체제는 어느 나라냐는 전혀 상관없이 비슷한 방식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육성입니다. 북한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하벨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최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치러졌습니다. 하벨 전 대통령은 지난달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그동안 공산주의 정권 시절 감옥에서 얻은 만성 호흡기질환을 앓아왔습니다.
장례식에 이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의 40여년 공산주의 체제를 평화적으로 무너뜨린 소위 '벨벳혁명'의 주역인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국립민주주의기금'이 최근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중국 인권활동가 시아오롱 리 씨는 하벨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이렇게 상기했습니다.
(시아오롱 리) 저와 중국의 인권활동가 수명은 지난 2010년 11월 하벨 전 대통령을 프라하 자택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하벨 전 대통령이 중국의 반체제인사인 작가 류사오보 씨가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벨 씨는 첫 만남에서 중국의 민주화 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설명할 때는, '앗, 이 분이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소화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벨 씨는 1960년대 초 여러 희곡을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됩니다. 1968년 소련군이 체코의 민주화 시위인 '프라하의 봄'을 무력 진압한 이후 비판적인 작가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대통령에게 민주화를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내 투옥되는 등 반체제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77년에는 민주화와 인권 존중을 요구하는 내용의 77헌장을 발표했습니다. 하벨 씨는 즉시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하벨 씨는 공산체제가 붕괴한 후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첫 민선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3년까지 대통령직을 맡았습니다.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후 하벨 씨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막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하벨 씨는 특히 북한 인권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이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말, 들어보시죠.
(윤현) 한 5년 동안 북한의 인권에 대해 우리가 국제사회에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2002년 체코 공화국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저희 대표단을 만나줬습니다. 대통령 관저에 가서 하벨 대통령과 약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때 그 어른은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체코도 공산당 치하였고, 지금 북한에서 겪고 있는 인권침해를 우리도 겪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셨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조금씩 우리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벨 씨는 각국 요인들과 회견할 때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각국 언론에 북한 인권에 관한 논설을 기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벨 씨는 2004년 6월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과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지식인의 표상으로서 2004년 제7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하벨 씨에 대해 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인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하벨 씨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에 재차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수전 숄티) 고 하벨 대통령은 북한을 잔인한 독재주의 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크게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북한주민의 안녕을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아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자신이 반체제인사로 있을 때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하벨 전 대통령의 좌우명은 "진실과 사랑은 반드시 거짓과 증오를 이긴다!"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의 진실을 알려야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인권단체들의 국제적 연합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즉 ICNK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최근 '김정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영국, 프랑스, 태국 등 여러 나라에 주재한 북한대사관과 대표부에 전달했습니다. ICNK는 편지에서 "지금은 북한 역사에서 아주 결정적인 시기"라며 "북한정권의 오류를 바로잡고 조직적이고 전 사회에 만연한 인권유린을 즉각적으로 끝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또 김 부위원장에게 조부인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전에 국가정책의 진로를 전환할 것과 관리소, 즉 정치범수용소 내에 수감된 모든 북한 주민을 즉각 석방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하원의원이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피해학생일지라도 폭력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국가왕따방지법'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왕따'란 '왕 따돌림'의 준말로 두 명 이상의 폭력 학생들이 한 학생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며 집단으로 따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법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학교 폭력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최근 플로리다 주 민주당 의원 페레데리카 윌슨은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회견에서 '국가왕따방지법'을 올해 초 의회에 제출하기로 하고 연방 법무부 측과 법안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