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저희 청취자를 위해 휴먼라이츠워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1978년 창설된 이래, 인권 학대 사례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여러 국가들이 1948년에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을 침해하지 않는지 감시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민주적 헌법의 근간이 되는 시민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들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담고 있죠. 이 단체에서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는 세계 인권의 현주소를 요약해 보여줍니다. 특히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로 야기되는 세계 각국의 언론 보도를 이용해서 인권 학대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고, 그들의 행동을 개선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90개국의 인권 현황을 조사한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 관련 핵심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북한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 체제에서 중국으로 탈북하다 잡힌 주민에 대한 심문과 고문이 늘어나 인권 유린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겁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이 유엔 인권조약을 비준했지만, 북한 정부는 시민 권리와 정치적 권리를 계속 억압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보안 요원들이 중국으로 탈출한 뒤 잡혀온 주민도 체계적으로 심문하고 고문한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사실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가 권력을 잡기 전에 서방국가인 스위스에서 공부했으니 온건할 것이라는 추정이 자주 나오지 않았습니까? 김 제 1비서가 지난 1991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스위스에 9년간 체류한 까닭이겠죠.
장명화: 네.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빈슨 아시아 지국장은 김정은이 서방 국가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이전 체제의 억압적 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권력을 승계한 북한에서 공개 처형,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 잔인한 강제노동 등의 체제를 계속 감독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체제에서 국가 이익에 반한 일을 가족과 세대에 걸쳐 조직적으로 집단처벌하고 있고, 이들 가족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굶거나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는 주민 이동이 더 어려워져 주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인권 유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로빈슨 지국장은 내다봤습니다.
양윤정: 게다가 공포정치로 나가는 김정은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도 지난해 말부터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장명화: 네. 보고서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해 12월 처형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공포심이 더욱 커졌다면서, 주민들에게도 밀수나 사기 등 비폭력적 위반행위에 대해 정부가 심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반역죄’를 씌워 공개처형한다고 보고서는 명시했습니다. 이번 장 전 부장의 체포와 재판, 처형 과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시민들의 눈에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비민주성, 반인권을 재확인시켰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아직 이런 잔혹한 일이 공공연히 일어난다는 것은 비극인 셈이죠.
양윤정: 휴먼라이츠워치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 같은 심각한 인권 문제를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장명화: 국제 사회가 북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인권이 최우선 문제이자 핵심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인류에 대한 범죄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그러고 보니, 유엔 산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를 심층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내달 중순 유엔 인권이사회 웹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쥬세페 칼란드루치오공보담당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얼마 전까지 최종보고서 준비를 했다면서 "2월 중순까지는 공식 보고서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최초로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결의한 뒤 세 명의 조사위원을 임명해, 북한인권 유린 실태를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마이클 커비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최종보고서는 3월 17일이나 18일경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인권 전문가들은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앞으로 북한 인권개선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여러 활동에 있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국제적인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인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최근 조세회피처 기업 명단 공개로 중국 지도부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는 중국 정·재계 핵심들이 막대한 부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과 함께 탈세라는 도덕적 해이까지 들춰냈습니다. 2012년 말 권력을 잡은 직후부터 부패에 관한 한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잡겠다” “뼈를 깎고 손목을 부러뜨리는 장수의 용기로 척결하겠다”고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은 매형이 탈세 의혹에 휩싸이면서, 진정한 부패 척결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 속에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서민 총리’로 불려온 원자바오 전 총리는 더욱 궁지에 몰렸습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지난 20일에도 언론에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운 적이 없다”는 공개편지를 보내 2012년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의 부정축재 보도를 부인했지만, 결국 사위와 아들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탐사보도 결과 후진타오 전 주석, 리펑 전 총리, 덩샤오핑, 예젠잉 전 원수, 왕전 전 부주석 등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친인척들이 줄줄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미얀마 군이 어린이 병사 96명을 추가로 석방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니세프, 즉 유엔아동기금 미얀마 사무소는 군이 어린이 병사 96명을 석방했다며 이는 군의 어린이 병사 활용 근절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로써 미얀마는 유엔과 어린이 병사 활용 근절에 관한 행동계획을 체결한 지난 2012년 6월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병사 272명을 석방했습니다. 오랫동안 정부군과 10여개 반군이 대치 중인 미얀마에서는 양측이 어린이들을 병사로 쓰거나 어린이들에게 군대에서 노동을 시키는 인권 유린이 지속돼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