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미국 동부 메릴랜드에서 열린 탈북자 돕기 자선 음악회를 전해드립니다.
(‘가을의 속삭임’ 연주음)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26일 저녁 미국 동부 메릴랜드 베데스다의 랜던스쿨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연주한 ‘가을의 속삭임’ 일부입니다. 김 씨는 2001년 북한에서 프랑스의 작곡가 리처드 클레이더만이 쓴 이 곡을 연주하다 신고를 당한 게 탈북의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유학 당시 첫사랑에게 고백하기 위해 연주했던 ‘가을의 속삭임’이 보위부에 밀고 돼 소환 된 후 고된 심문과 위협을 받았던 탓입니다.
김철웅 씨는 자신의 이런 배경 때문에 지난해 타계한 미국인 지휘자 로린 마젤을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마젤은 2008년 미국과 북한 간 최초의 본격적인 문화 교류로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을 성사시킨 인물입니다.
(김철웅) 로린 마젤 선생님은 3년 전에 음악가에 대한 어떤 탄압에도 음악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제로 음악축제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마젤 선생은 과거에 연주했던 평양 음악회를 회상하면서 평양오케스트라의 수준에 감명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젤 선생은 무엇보다 당시 평양에서 연주했던 ‘파리의 미국인’과 같은 곡, 예컨대 ‘평양의 미국인’같은 곡이 곧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마침 음악회에 참석한 로린 마젤의 아들 올슨 마젤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평생 음악만큼이나 인권 개선과 평화에 상당한 관심을 두었다며 청중과 함께 아버지를 추모했습니다.
(올슨 마젤) 아버지는 북한 주민들의 끔찍한 고통을 가슴아파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과 자유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 음악당에서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 계속 북한 인권을 위한 자선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 먼저 하늘로 가셨습니다.
김철웅 씨에 이어서 무대에 선 탈북자 한송화 씨는 북한과 중국에 살 당시의 삶을 전하면서 굶주림과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증언했습니다. 한 씨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탈북과 북송을 네 차례나 겪으면서도 자유를 찾아 다시 국경을 넘다가, 2008년 2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한송화) 북한 당국과 김일성 우상에 충실했던 저의 남편은 계속되는 식량난으로 굶어 죽어가는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갔다 왔습니다. 하지만 고발자에 의해 체포돼 감옥으로 끌려갔고 박해와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한송화 씨는 이번 음악회가 북한과 중국에서 고통 받는 탈북자와 탈북 고아들을 구출하자는 취지로 열렸다며, 이들을 구하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습니다. 한 씨는 이번 음악회를 주최한 미국 내 인권단체 ‘재미탈북민연대’ 조진혜 대표의 모친입니다.
(한송화) 저희 세 식구는 주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고, 오늘 이렇게 자유의 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 있는 북한 고아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먹을 것을 갖고 돌아올게’ 하고 떠나간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금색의 목관악기 색소폰을 들고 나온 데이비드 타울러 씨는 김철웅 씨와 ‘어매이징 그레이스’를 협연했습니다. 이 곡은 원래 노예 상인이었던 영국인 선장 존 뉴턴이 회개한 후 작사한 노래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존 뉴턴은 전격적으로 노예상인 생활을 청산하고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목사가 됐습니다.
(Amazing Grace 연주)
영국이 노예무역을 폐지한 것은 1807년. 이날 미국과 북한의 음악가들이 이 곡을 연주한 것은 그로부터 200년이 훨씬 지났지만 북한에서 여전히 신음하는 현대판 노예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속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참석자들은 추측했습니다. 버지니아 라우든 카운티에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하다 최근 은퇴한 에스더 김 씨의 말입니다.
(에스더 김)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재미한인들도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물질적으로나 기도로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선정 문제를 놓고 달라이 라마 측과 중국 간의 기싸움이 2차전에 접어들었습니다. 티베트 망명 정부는 최근 중국 당국에 20년 간 연금된 제11대 판첸 라마 겐둔 치아키 니마 석방을 위한 국제적인 운동에 나섰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티베트 망명 정부 대변인은 국제사회에 대해 중국이 겐둔 치아키 니마를 석방하도록 압력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대변인은 5월 17일 국제 티베트 지지의 날을 맞아 국제 인권 단체들이 각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겐둔 치아키 니마 석방 촉구에 나서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로써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제11대 판첸 라마에 대한 정통성 논쟁에 다시 불이 지펴졌습니다. 10대 판첸 라마가 세상을 떠나자 1995년 달라이 라마는 6살이던 겐둔 치아키 니마를 11대 판첸 라마 환생자로 임명했지만 중국은 그를 인정하지 않고 기알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 환생자로 선출했습니다.
-- 해상 난민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호주 정부의 난민정책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호주는 약 50명의 베트남인을 태운 선박을 이달 초 적발한 뒤 이들을 호주 해군 함정에 태워 비밀 송환하는 계획을 수립해 시행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난민을 실은 호주 해군 함정은 17일 베트남 호찌민 인근 해상에 도착했고, 베트남 정부에 이들을 넘긴 뒤 복귀했습니다. 호주 내 베트남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이런 송환 방식이 전례 없다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호주는 16일에는 캄보디아 정착에 동의한 난민 1진이 곧 호주 수용소를 떠나 캄보디아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