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북 인권 토론회, ‘국제사회 공감대 필요’

0:00 / 0:00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년 북한인권 국제토론회'를 살펴봅니다.

(이성호)

방금 영어 통역을 통해 들으신 것은 한국의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을 역설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에 출범한 장관급 행정위원회입니다.

이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이 전반적으로 매우 심각하지만, 그 중에서 여성, 아동,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의 인권은 더욱 열악하다”며 “국제사회가 지속해서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북한이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처음으로 허용한 것은 어느 정도 국제사회의 요구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공동의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귈라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5월 3일부터 8일까지 평양과 황해남도 봉천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정한 독립적 전문가가 북한에 입국하는 첫 번째 사례여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귈라 특별보고관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주요 방북 결과와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영국에 있는 인권단체인 ‘유럽북한인권협회’의 마이클 글렌디닝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한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아귈라 특별보고관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글렌디닝) 유엔에서 인권을 감시하는 특별보고관들이,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최근 보도자료가 시사하듯이, 북한의 실태를 정면으로 논쟁하는 데 주저하고 북한에 접근하는 데만 연연해 비난을 가라앉힌다면, 북한 장애인 아동들의 권리가 개선되거나 보호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줄리 스미스 영국 상원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관행과 원칙이 북한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며 “북한 핵 문제 외에 인권 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유럽연합을 포함한 서구 세계뿐만 아니라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김정은 정권의 몰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돈사태를 막기 위해 전환기 정의 구현 문제를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환기 정의’란 정치적 체제 전환기에 진행되는 과거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자들의 처벌과 재발방지 조치를 말합니다.

(마크 토콜라) 전환기 정의는 형사적 처벌뿐 아니라 사회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투명하게 과거 범죄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통치구조와 법률체계를 수립해야 합니다.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티모시라는 이름의 탈북자는 토론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자) 여러분의 우애, 지지, 파트너쉽 등이 없다면 저희가 북한 정권에 대항해 싸울 수 없습니다. 북한에 정의가 구현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희 곁을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

영국의 런던퀸메리대학교에서 국가범죄에 관한 연구를 하는 토마스 맥마누스 박사는 시민법정을 통한 북한인권 유린 책임자 처벌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정부가 인권유린 가해자를 국내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엔의 임시법정 설치나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 인권 유린 문제를 회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인권 유린 가해자를 외국에서 체포해 그 나라에서 법정에 세우는 보편적 관할권 청구도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시민법정에서 세계인의 양심에 호소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북한문제에 관한 영국의원협회’, 그리고 유럽북한인권협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습니다. ‘북한문제에 관한 영국의원협회’는 영국 내 북한통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을 포함한 영국 의원 일행이 지난 2003년 9월 방북한 이후 결성되었으며, 북한의 인권, 민주주의 증진 등 영국 의원들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미얀마 군이 무장세력 토벌 작전을 빌미로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유엔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미얀마 군은 최근 관영매체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로힝야족 대상 보고서가 부정확하며, 거짓 또는 조작된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얀마 군은 유엔 측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3월초까지 라카인주의 29개 마을에서 2천875명의 주민을 면담해, 유엔이 제기한 18가지 의혹을 면밀하게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 204명을 면담한 결과,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 명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강간했다면서, 미얀마군의 행위가 전쟁범죄 수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중국 경찰이 최근 고문 의혹을 해소하고자 구금된 저명 인권운동가 장톈융 씨의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학대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홍콩의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후난성 창사 경찰은 최근 인터넷에 장톈융 씨가 건강한 상태로 건물 복도를 걷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경찰은 영상이 지난 17일 촬영됐다며 의사를 불러 장 씨의 기존 다리 상처를 치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장 씨의 변호인인 친천서우 변호사는 "고문 받지 않았다면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6∼7차례 접견을 신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