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중국 속국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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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이현서) 저는 인권과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왔습니다. 이 북한 정권은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 유린국가입니다.

탈북자 이현서 씨가 워싱턴 내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열린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밝히는 부분입니다. 이현서 씨는 자신의 탈북 경험담을 엮은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한 탈북자 이야기’의 출간을 기념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이현서 씨는 20분 가까이 이어진 연설에서 1995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인으로 가장하고 10년 넘게 선양과 상하이 등에서 살면서, 이름도 원래 박민영에서 미란, 순향, 순자 등으로 수차례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체포될 위기도 있었지만,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다, 2008년 중국의 탈북자 단속이 심해지자 서울로 갔다고 말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인과 재미 한인들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과 손전화로 어떻게 연락을 유지하는지부터 중국에 대한 북한 주민의 태도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 놓았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를 읽으면서 저는 당신이 손전화로 어머니와 남동생과 연락했다는 대목을 읽고 무척 놀랐습니다. 당신의 고향이 국경지대와 가까워서 손전화 사용이 쉬웠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이제는 손전화를 통해 북한의 내륙지방과도 연락이 가능한 겁니까?

이에 대해 이현서 씨는 고향이 압록강이 가까운 양강도 혜산에 살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씨는 중국에서 구입한 손전화를 어머니에게 보내 수시로 연락했다면서, 전화 사용료가 비싸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현서) 어떤 손전화를 북한으로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핀란드 업체인 노키아 손전화가 인기가 있었습니다. 모양은 투박했지만 튼튼하고 신호가 잘 잡혔습니다. 노키아 손전화를 10년 넘게 아주 잘 썼습니다. 엄마는 제가 보낸 손전화로 제게 자주 전화했습니다. 전화 사용료가 너무 비싼 게 흠이었습니다. 종종 제 월급보다 더 많이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잇달아 고발하는 탈북자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해외 공관에 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앞서 한국의 MBC 방송은 지난 6월 입수한 특별 공문에 인권 탄압 실상과 체제 고발에 자주 나서는 탈북자 24명의 사진과 최근 주소지, 인적사항이 담겼고, 이들을 추적해 처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현서 씨의 말입니다.

(이현서) 북한은 과거에도 탈북자를 공격했고 심지어 암살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렇게 될까 무섭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인권 유린 행위를 계속 저지르는 한, 침묵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하기로 결심했고, 힘들어도 견딜 생각입니다.

이 씨는 최근 손전화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가는 등 나름대로 조심하지만, 이제는 가까운 탈북자마저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붙잡힌 북한 간첩 49명 가운데 21명이 탈북자와 섞여 한국으로 들어간 위장간첩입니다. 기관별로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찰총국 5명, 군 보위사령부 3명, 조선노동당 35실 1명이었습니다.

한편, 한 중국계 미국인은 중국을 보는 북한 주민들의 본심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현서 씨는 중국은 외견상 북한과 가장 가까운 국가지만, 고 김일성 주석이 생전 강조했던 것처럼 절대 믿어서는 안 될 국가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식량위기 이후 이런 인식이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현서) 일부 북한 주민은 여전히 한국과의 통일을 꿈꿉니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의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되도 전혀 문제없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만 진다면 괜찮다는 겁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이처럼 바뀐다는 게 정말 충격적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약 76억 달러로 2013년에 비해 3.7%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는 69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으로 전체 대외무역의 90%를 점유한 셈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 남서부 윈난성 경찰이 2014년 이래 불법 출국을 기도한 553명을 체포하고 4명을 사살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윈난성은 베트남과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밀수, 밀입국이 횡행하는 지역입니다. 중국의 이 같은 체포와 사살은 최근 태국에서 송환된 109명의 위구르족 중 일부가 안보위협을 가한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보강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태국 정부는 이달 중순 방콕의 밀입국자 수용소에 있는 위구르족을 베이징으로 송환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중국 국적이 확실한 100여명만을 돌려보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신장 지역 소수 이슬람 위구르족 수백, 수천 명이 중국 국경지대에서 동남아시아로 밀입국해 터키로 향하고 있습니다.

-- 중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티베트 활동가이자 라마승인 텐진 데렉 린포체가 사망하자 이에 반발하는 티베트인의 항의시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린포체는 티베트 독립과 테러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13년째 쓰촨성 청두 인근의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최근 사망했습니다. 린포체 사망 확인 후, 린포체의 고향과 린포체가 수감생활을 한 청두에서 여러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티베트인들은 불교식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시신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화장했다고 주요외신이 보도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