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언론 탄압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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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얀마의 언론 탄압과 북한의 미얀마 언론에 대한 관심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미얀마 정부의 언론 탄압 기세가 점차 누그러들고 있다죠?

장명화: 네. 미얀마 당국은 최근 언론탄압에 항의하다 체포된 기자 23명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습니다. 태국의 일간지 더네이션에 따르면, 언론탄압에 대해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인 기자 23명과 시민운동가 수십 명에 대한 기소가 취하됐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 양곤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이 유명 인사들과 만나는 장소 바깥에서 당국의 허가 없이 언론 탄압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더네이션은 언론 탄압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테인 세인 대통령이 헌법상의 사면권을 발동해 기자들을 사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미얀마에선 그간 언론 자유를 향한 진보가 완만하게 이루어오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미얀마는 1962년 독재자 네 윈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래 50년 넘게 국가가 언론을 통제해왔지만, 2011년 3월 초대 민선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각종 개방 개혁조치를 취하면서 정치적 자유화에 대한 국내외적인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4월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신문이 시장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많은 미얀마 국민에게 민간 일간지를 보는 것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현 미얀마 국민 중 상당수는 1964년 당시 독재자 네 윈이 국영신문의 독점을 선포할 당시 태어나지조차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 3월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미디어 법 제정으로 미얀마 언론은 더 이상 국가의 통제와 검열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언론인이 국가 기밀을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게 됐었습니다.

양윤정: 미얀마 정부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바뀐 계기가 있습니까?

장명화: 지난달 중순 미얀마의 언론인들이 무기 공장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양곤에 있는 주간지 '유니티'는 지난 1월 미얀마 파욱 지방에서 정부가 1200㏊ 농지를 강제로 매입해 화학 무기를 제조하는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는 사실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측은 화학무기 공장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해당 주간지는 폐간됐습니다. 나아가 미얀마의 마그웨 법원은 이 매체 편집장과 기자 4명에 대해 국가기밀유지법 위반으로 중노동을 포함한 징역 10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자 국제사회에서 그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그리고 국제적인 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 기자회' 등은 이 판결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민주화 개혁을 추진 중인 미얀마의 언론 자유를 후퇴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사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매우 암울한 선고"라면서 "이 언론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이는 언론 자유의 분명한 퇴보"라며 "미얀마 언론 자유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마침,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순방의 일환으로 얼마 전 미얀마를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북한 관리가 혹시 미얀마의 언론과 관련해 언급을 했습니까?

장명화: 네. 미얀마 언론 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김석철 미얀마 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달 미얀마 언론기관인 '임시언론위원회'를 방문해 위원회 소속 언론인의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김 대사는 북한에 관한 정보가 대부분 간접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상황에서 미얀마 대중이 북한의 실상을 알려면 언론인들이 직접 북한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시언론위원회 관계자는 김 대사 등의 방문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며 미얀마 언론인의 방북 제안도 비공식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위원회에 한 시간가량 머무르며 위원회의 기능을 물었고 남북관계에 관한 말도 주고받았다고 이라와디가 전했습니다. 이라와디는 미얀마 주재 북한 대사관 측이 현지 언론인들을 만난 것은 양측 국교 재개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과 미얀마는 지난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국교를 단절해 2007년 복원했습니다.

양윤정: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처한 미얀마와 북한의 처지는 두 나라 모두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될 정도로 오십보백보였지 않았습니까? 현재 두 나라의 언론 자유 정도는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흥미롭게도 미얀마의 현지신문인 이라와디는 북한이 미얀마보다 언론을 훨씬 심하게 통제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긴 합니다. 앞서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2월에 발간한 ‘2014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은 총 180개국 가운데 179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미얀마는 15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에 비해 18단계나 올라간 것입니다. 물론 151위도 하위권이기는 합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당시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을 비롯한 언론자유 최하위 국가들은 정보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며 ”그곳에 거주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생지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국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으로 여겨지는 계급에 관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손으로 오물을 청소하거나, 마을 주민이 노상 배변한 곳에서 분뇨를 수거하는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보통 힌두교 신분 계급 제도의 최하위 계급에 속한 이들과 여성들이 수동으로 분뇨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종종 이들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이 없으며, 태생적으로 또는 결혼에 의해 이 같은 직업이 세습됩니다. 2011년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80여만 가구는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 분뇨를 수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유엔 시리아인권조사위원회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IS, 즉 ‘이슬람국가’의 유입으로 시리아 내에서 학살 등의 잔혹행위와 무력충돌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민간인 학살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와 북동지역은 매주 금요일마다 광장에서 참수형, 채찍질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강제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이를 지켜보도록 해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울로 핀헤이로 시리아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IS 대원들은 알레포와 알라카 지역에서 고문, 살해, 추방 등의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IS는 이 지역의 소수민족과 민간인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