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상당히 나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들어 국내외 언론이나 해외 기관에 자주 등장하고 있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 소식은 한국의 ‘연합뉴스’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서울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의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냉난방도 안 되는 열악한 숙소에서 8~10 명이 함께 거주하는 등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겁니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구 소련식 낡은 아파트나 지하대피소에서 숙식한다면서 북한 노동자 5 명이 추운 겨울날 디젤 난방기를 켜고 자다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또 하루 10시간 넘게 중노동을 하면서 일하다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간부들이 외면하거나 심지어 부의금을 착복하는 일도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노동자들은 현재 대략 몇 명이 어디로 파견됐습니까?
장명화: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4만 6천명입니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몽골, 중동 등 40여개국에 나가 있습니다.
양윤정: 4만 6천명이면 적은 수가 아닌데요, 이 수치는 김정일 정권 때보다 늘어난 겁니까?
장명화: 네. 김정일 사망 당시인 2011년 12월에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수는 대략 3만 6천명이었으니까요, 그때보다 1만명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 집권 이후 “한 두 놈 탈북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외화벌이 노동자를 파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노동자 1만 명을 해외에 더 보낸 후 통치 자금은 약 3000만 달러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자금은 김정은의 측근들에게 선물을 주고, 만찬 모임 등을 여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됐다가 이탈해 현재 미국에 정착한 안드레이 조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안드레이 조) 그런 돈이 어디서 났겠는가? 생각해보세요. 해외에 노동자들을 많이 파견해 피땀을 흘려 번 돈을 국가에서 빨아들여가지고 다 그런 부분에 들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양윤정: 해외에 파견된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은 많이 벌고는 있습니까?
장명화: 파견국과 업종에 따라 다른데요, 일반적으로 300-1000달러 선입니다. 통상 이 돈의 70-90%는 충성 자금, 당비, 세금, 보험료, 숙식비 등 명목으로 소속 외화벌이 회사를 통해 노동당 39호실에 송금됩니다. 노동당 39호실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죠. 해외 현지에서 노동자를 관리하는 보위부 요원들은 1인당 1만-10만 달러까지 평양으로 보내야하는 송금액이 할당돼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월평균 100-130달러에 불과합니다.
양윤정: 소위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보위부 요원들은 해외에서 뭘 합니까? 이들도 북한 노동자들처럼 건설, 벌목, 식당 등에서 직접 일합니까?
장명화: 전혀 아닙니다. 서울에 있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최근 한국 일간지인 문화일보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재외 북한 보위부원들은 해외 파견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한 뒤 약점을 잡아 자기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위부원들은 심지어 노동자들의 사업장에 정보원 2∼3명을 심어놓고 근로자들을 불러 ‘자유주의’ 행동을 했다고 뒤집어씌우면서, 무마 대가로 1∼3개월 월급을 통째로 가로채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돈을 상납하지 않는 노동자는 직무정지, 보직변경, 강제소환, 추방 조치를 취하는 등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보위부원들은 하루 30달러짜리 임대차를 타고 호화 주택에 거주하면서 각종 스포츠를 즐기고 있어 노동자들의 원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해외 파견 근무가 인기가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장명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탈북자들은 “보위부 요원들에게 갈취당해도 좋으니 북한 땅에 남기보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외로 가기 위한 경쟁은 오히려 치열하다고 합니다. 우선 해외 파견 추천을 받기 위해 20-30달러를 뇌물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환경을 심사하는 당 관계자들에게 20-40달러를 내기도 합니다.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질병 1개당 10-100달러를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뒤에도 현장 면접을 나오는 당 간부들에게 ‘휘발유 비용’을 비롯한 명목으로 70-80달러를 줘야 하고, 최종적으로 당 비서 면담 시 100달러를 내야 해외 파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외에 파견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이제는 국제사회가 해외에 파견 북한 근로자의 인권 문제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할 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