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수용소와 관련한 보고서 발표회를 들여다봅니다.
(데이비드 호크) 첫 번째는 전거리 12호 교화소에 여성 구역이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변화는 요덕이라고 알려진 15호 관리소의 한 구역이 해체된 것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국제적인 인권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씨가 최근 워싱턴에서 ‘숨겨진 수용소 제4편: 성적 탄압과 수감자 실종’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호크 씨는 2003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 ‘숨겨진 수용소 제 1편’을 탈북자의 증언과 그 현장을 보여주는 위성사진과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정치범 관리소와 교화소의 두 가지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함경북도 회령 시에 있는 전거리교화소에 여성 수감소가 생겼으며 여성 수감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함경남도 요덕 군에 위치한 요덕관리소 내 서림천 혁명화 구역이 해체되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는 이 같은 변화를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요덕수용소에 수감됐었습니다.
(정광일) 이런 보고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작년에야 깊이 깨달았습니다. 보고서가 왜 나와서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제가 작년 10월에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북한 당국이 방북을 허용하겠다면서, 특히 제가 있던 서림천 구역을 방북할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서림천 구역을 완전히 해체해 버렸더라고요. 북한이 꼼수를 부린 거죠. 물론 수감자들을 풀어줬다는 담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고서가 나옴으로서 북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북한이 국제여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0월 말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방북의 대가로 북한 인권결의안의 일부 조항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에 따르면,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을 포함한 북한 당국자들은 만남에서 특별보고관의 방북 문제를 먼저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방북을 요청한 것은 특별보고관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북한은 특별보고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보고관들이 방북을 요청하면 거부해왔기에 국제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정광일 씨는 이어 자신이 지난 6월 동료 수감자 180명의 이름과 나이, 수감 이유 등을 담은 보고서, '요덕수용소의 내 동료 수감자들: 서림천과 함께 사라진 180인'을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단체인 ‘노체인’의 대표를 맡은 정 씨에 따르면, 서림천에는 당시 400여명의 수감자가 있었는데, 목록의 180명을 포함해 서림천에 수감됐던 400여명의 수감자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화소 내 여성 수감소와 관련해, 정광일 씨는 시설 증강의 이유로 중국에서 강제로 북송되는 탈북 여성이 늘어나면서 호송 인력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광일) 북송 탈북자가 많다보니, 교화형을 받아가는 탈북자를 호송을 하는데 한 명의 교화생을 위해서 두 명이 호송해야 하는데, 벌써 열 명이면 20명이 따라가야 합니다.
함경남도 함흥, 평안남도 개천에도 여성 수감자를 위한 교화소가 있지만, 북한과 중국 간 국경 근처에 있는 전거리 교화소에 함경북도와 양강도 탈북자를 수감하기 위한 시설이 별도로 필요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보고서 발표회에서는 정치범 수용소 내 인권 유린 가해자의 이름을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베르타 코헨 씨는 북한 당국이 유사시 수용소 수감자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코헨 씨는 특히 북한이 존재를 부인하는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막고, 인권유린 가해자들에게 그들의 행동이 반인도적 범죄로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여성 정치범 20명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최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됐습니다. ‘여권 신장과 20명의 여성 정치범 석방 촉구 결의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여성 상원의원 19명이 공동으로 발의했습니다. 결의안은 "미국 정부가 9월 한 달 간 전 세계에서 부당하게 갇혀 있는 여성 20명의 석방 촉구 운동을 벌였다"며, "해당 국가들이 이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명 중 19명은 실명을 밝힌 반면, 북한의 여성 정치범은 수감된 인원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한 명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의 범위와 규모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결의안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8만에서 12만 명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가 수감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 중국의 인권 상황 개선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명한 인권운동가들과 인권단체들은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비정부기구 활동 제한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홍콩의 민주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수감됐다 지난해 8월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중국의 인권변호사 가오즈성 씨는 최근 미국 AP통신과 한 면담에서 수감 중 전기봉으로 고문을 당하고 수감 기간 내내 독방에 갇혀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가오즈성 씨는 지난 2008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12명은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시진핑 주석에게 복역 중인 류샤오보 씨의 석방을 정식 요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류샤오보 씨는 2009년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그의 부인 류샤 씨도 가택연금 중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