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난민을 소재로 한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의 워싱턴 초연을 맞아 열린 북한 토론회를 들여다봅니다.
북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두 자매가 있습니다. 동생은 어려운 형편에도 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지만 의사는 치료비만 요구합니다. 언니의 병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굶주림과 가난이 심해지자, 자매는 탈북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동생만 성공해 미국에서 살고 되고, 언니는 실패해 북한에 남게 됩니다.
탈북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가 이달 초부터 워싱턴 극장 무대에 올라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인권을 다룬 영화, 음악극(뮤지컬), 그리고 다수의 책이 발표됐지만, 연극이라는 형태로 북한주민의 삶을 미국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은 이 작품이 처음입니다.
연극은 북한 주민이 날마다 마주하는 고통과 탈북 여정의 공포, 그리고 삶에 대한 질문을 미국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의 니콜라스 해미세비츠 학술연구국장은 이 작품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매우 창의적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합니다.
(니콜라스 해미세비츠) 예술은 종종 여러 당면 문제와 의견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서 우리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북한이 최고 정치권력을 교체한 올해, 우리는 쉽게 북한의 지정학적, 경제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이런 모든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번 작품이 북한의 인권 유린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연극의 주인공은 평양이 아닌, 시골 출신입니다. 이 작품은 여성들을 통해 식량난, 보건시설의 열악함, 북한 전역에 만연한 질병 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인권 단체들이 그동안 북한의 인권 유린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는데 성공했지만, 북한 인권이라는 소재를 연극이란 형식으로 녹여내 보여주는 접근법은 매우 창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쓴 한국계 미국인 극작가 미아 정 씨는 워싱턴의 울리 맘모스 극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사람이 폐쇄된 사회에서 살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미아 정) 북한 사람들은 저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제 자신에게 늘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과 외부세계의 차이가 아니라, 열린사회와 닫힌 사회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비록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보지 않았어도, 폐쇄된 공간에서 숨 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 혼나서 한동안 방에서 못 나오는 벌을 받아본 적이 있지요? 꽉 닫힌 사회에 사는 북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공감은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미아 정 씨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님도 (북한이 아닌) 한국 출신이라며, 자신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2명의 미국인 여기자 사건과 같은 해에 18년간 실종됐다 구조된 미국인 여성의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아 정)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유괴돼 납치범의 집에 감금됐던 제이시 두갈드가 18년 만에 경찰에 의해 구조된 사건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두갈드 씨는 구조됐을 때, 오히려 납치범을 옹호했습니다. 이들을 벌하기 위해 두갈드 씨가 증언자로 나서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흔한 증상입니다. 북한에 감금된 상태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과 이런 인질로 잡힌 사람들 사이에 유사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스톡홀름 증후군의 틀을 통해 북한을 바라봤습니다.
미아 정 씨가 언급한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 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이 범인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돼, 범인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 또한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미국 국방분석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가 빠르게 변했지만, 북한 주민은 여전히 체제의 인질로 갇혀있다는 이런 시각이 흥미롭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문제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2차 대전 중 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권 유린에 대해 당사국의 솔직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발리 민주주의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과거사 문제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 올바른 역사인식의 바탕 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성숙한 민주국가로서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오히려 그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유엔은 2003년 이래 '북한인권결의안'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의 지속적인 악화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면서 북한 인권문제도 거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볼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말할 자유가 없으며 발은 있지만 이동할 자유가 없다”고 한 한 탈북자의 진술을 인용하며 인권과 자유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전날과 개막일인 8일까지 이틀간 티베트인 6명이 독립을 요구하며 잇따라 분신했다고 인권단체와 티베트 망명정부 등이 밝혔습니다. 7일 당일에만 5명이 분신해 하루 동안 발생한 티베트인 분신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에 따르면 8일 칭하이 성 황난 티베트족 자치주에서 한 남성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칭하이성에선 전날 저녁 탐딘 쏘라는 이름의 여성이 가족 소유의 목초지에서 몸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인권단체 ‘자유 티베트’에 따르면 7일 남서부 쓰촨성의 티베트인 거주지 아바현 공안 건물 밖에선 10대 승려 3명이 티베트 불교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귀환과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분신했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 집계로는 2009년 2월 이래 중국의 통치에 항거하는 뜻으로 이제까지 69명의 티베트인이 분신했으며, 이중 54명이 숨졌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