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인권 상황 논의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는 10일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논의합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는 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 상황에 대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10일 소집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3일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칠레와 프랑스, 요르단,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스페인, 영국, 미국 등 9개국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입장은 12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을 맡은 미국의 사만사 파워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달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할 주요의제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지 삼일 만에 나온 것입니다.
1일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12월 주요일정에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미국 AP 통신의 이디스 레더러 기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파워 대사에게 물었습니다. 레더러 기자는 1979년 평양을 방문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취재하고, 베트남과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기사를 쓴 아시아 통입니다.
(이디스 레더러) 12월 주요일정을 보니,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한 회의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작년 12월 22일에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아리아 포뮬러 회의가 열렸는데요, 후속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네요.
레더러 기자가 언급한 ‘아리아 포뮬러 회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 비공개 방식의 회의입니다. 이 회의는 1992년에 이 방식을 처음 도입한 당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디에고 아리아 대사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회의 방식은 주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 간에 의견 대립이 심한 안건을 논의할 때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4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아리아 포뮬러 회의를 열어 북한의 전반적 인권상황과 그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회의에서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북한의 인권에 대한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조치와 관련자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당시 커비 위원장은 회의 뒤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이 북한 인권침해 관련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6개국은 회의에 불참한 중국과 러시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유보를 밝힌 2개국, 그리고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논의를 제안한 2개국 등입니다.
레더러 기자의 질문에, 파워 대사는 지난해 12월 22일에 열린 것은 정규 회의였으며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아리아 포뮬러 회의는 그 이후에 열렸다고 세부사항을 정정하면서, 안전보장이사회가 연내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루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사만사 파워) 지난해 12월 22일 회의는 정규 이사회 모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탈북자들도 증언자로 나선 아리아 포뮬러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12월 22일 회의는 북한 내 인권위기 상황이 사상 처음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제로 채택된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파워 대사의 말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안전보장이사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습니다. 당시 안전보장이사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할지를 놓고 투표한 결과 찬성 11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가결했습니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9개 이사국 이상만 찬성하면 안건으로 채택되는 규정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는 정식으로 안전보장이사회 안건이 됐습니다.
하지만 파워 대사는 1일 레더러 기자에게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만사 파워) 지난 한 해 동안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문을 열고, 북한 후방의 삶에 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늘어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 삶은 정말이지 매우 암울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관련 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으리라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아무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지난달 19일에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이 유엔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중순 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이 자국에서 열리는 미스월드 선발대회에 중국계 미스 캐나다의 입국을 금지시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중국계인 미스캐나다가 자국 인권문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아 미스월드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고 최근 대서특필했습니다. 중국 입국이 원천 봉쇄된 주인공은 중국 출신의 캐나다 1.5세 아나스타샤 린 씨입니다.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파룬궁 수련자인 린 씨는 중국의 인권유린과 종교탄압을 항의하는 인권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중국서 개최되는 대회 출전을 위해 린 씨는 지난 수 주간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에 비자발급을 기다리다가 홍콩으로 날아가 '현장' 입국사증 발급을 시도했으나 거절됐습니다.
-- 유엔인구기금이 지구촌의 분쟁과 재난 지역에서 고통 받는 여성의 출산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최신 보고서에서 “지구촌에는 1억여 명의 사람이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 중 2600만 명은 가임연령 소녀를 포함한 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의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사무총장은 “열악한 환경의 국가에서 매일 507명의 여성이 분만 중 혹은 임신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청소년기 소녀를 포함한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