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종교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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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2013년 성탄절을 맞아 북한의 종교 자유를 들여다봅니다.

(이선희 '기쁘다 구주 오셨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방금 들으신 곡은 한국의 국민가수 이선희 씨가 부르는 성탄절 노래입니다. 이선희 씨는 지난 2004년에 평양을 방문해 '아름다운 강산'을 비롯한 여러 인기곡을 부르기도 했지요. 아기 예수의 탄생일인 오늘 성탄절을 맞아 각국의 방송에는 성탄을 기념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어린이들은 부모에게서 성탄 선물을 받고 기뻐합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는 기념 예배와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성탄절 풍경을 기대하는 것은 힘듭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대도시에서는 성탄절 분위기를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탈북자 김국화 씨와 동명호 씨(가명)의 말, 이어서 들어보시죠.

(김국화) 북한에서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은 일반적으로 들어 본적은 없어요. 여기 와 보니까 크리스마스를 북한에서 말하는 김일성 탄생일 맞잡이로 크게 쉬는 게 참 특징적인 것 같고요,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다 즐기는데 북한만 안 즐긴다, 이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동명호) 북한에서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인이 다함께 즐기는 국제적 명절이라는 걸 정말 몰랐고요, 이렇게 좋은 명절을 북한 사람이 왜 함께 즐기지 못하는지 안타깝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북한 기독교인들이 성탄절을 맞아 활기찬 분위기를 보이기는커녕, 북한 사회의 폐쇄적 특성과 종교탄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은 성탄절을 공공장소에서 축하하거나 기념하는 행사를 법으로 금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독교를 포함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관련해 타인을 전도하거나 교육시키는 행위 또한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이 세계 종교자유 관련단체들이 매년 발표하는 종교탄압국가 명단에서 기독교 박해국가 1위를 차지하는 까닭입니다. 국제적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즈의 로널드 보이드-맥밀런 담당관의 말입니다.

(로널드 보이드-맥밀런) 올해 발표한 명단은 2011년 11월 1일부터 2012년 10월 31일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50개의 기독교탄압국입니다. 북한이 11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꼽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기독교를 철저하게 뿌리 뽑으려 할 뿐 아니라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며 그 어떤 종교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탄압 속에서도 북한 내의 소수 기독교인들은 자신만의 신념과 믿음을 유지해 나가면서 비밀집회를 하던가 지하단체를 만들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비밀스럽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지하세계에서 신앙을 전하기 위해 몇몇 지역에서는 비밀 통신망을 가동시키는 등, 나름대로의 신앙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대표의 말입니다.

(정 베드로)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반 김일성이 기독교를 거의 완전하게 없앴다는 종교 박해 시기에는 지하교인들은 서로 암호 등 특수방법으로 신앙지도자들과 함께 특별한 날을 정해 비밀장소에서 만나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0년대 초 이후에는 이런 비밀활동도 박해와 핍박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후 80년, 90년대 계속해서 가족단위의 개별적인 신앙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는 입으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하거나 기독교 전파를 할 수는 없어도 생활 가운데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와 신앙이 이어져 왔습니다. 90년대에 탈북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탈북자 가운데 기독교를 접하고 북송된 사람들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를 부인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교화소, 수용소 내에서 기독교인을 박해해도 기독교 신앙을 견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20만 명에서 40만 명의 지하 기독교인이 있고, 이들 가운데 5만 명에서 7만 명의 신자가 수용소에 갇혀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서울에 정착한 한 탈북자가 최근 한국의 개신교계 방송인 CGNTV에 격려의 말을 남겼습니다.

(탈북자) 형제님들, 자매님들 힘내십시오. 하나님이 지켜보시고, 또 여기에 있는 우리 많은 사람이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열고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에 대한 처형과 관련한 견해를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사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극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며 "장성택 처형 후 한반도에 긴장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총장은 장성택에 대한 처형과 관련, "북한 정권이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인권 규범을 준수하고 국민 생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사형이 집행돼 충격을 준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프랭크 울프 연방 하원의원은 내년 1~2월경 북한인권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울프 위원장은 북한에서 과거 누군가를 숙청하면 2, 3년 동안 모습을 감췄다가도 복권되기도 했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권력의 2인자이자 자신의 고모부를 바로 처형했다며, 이는 더 많은 피의 숙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