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올 한해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북한 인권 뉴스를 들여다봅니다.
(칼 묄러) 북한은 기독교를 포함해 종교의 자유를 일체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는 거만하고 고립적인 국가입니다. 특히 기독교인들을 집중적으로 박해합니다. 왜냐면 기독교 박해를 시작한 김일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면서, 김 씨 일가를 유사 종교화해 숭배하도록 했고, 이런 계획에 가장 무서운 세력이 기독교라고 판단한 겁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기독교인을 무자비하게 탄압해왔습니다.
2012년은 국제적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가 1월 초에 ‘2012 세계 기독교 탄압 감시 목록’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포문을 열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오픈 도어즈의 칼 묄러 회장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북한을 10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오픈 도어즈에 이어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 ‘휴먼라이츠워치’, 그리고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가 연달아 공개됐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휴먼라이츠워치는 각각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언론 자유를 가장 억압하는 국가, 또 북한을 조직적으로 국민의 기본 인권을 억압하는 정권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반도 주변국이 유엔난민협약의 강제 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엔 보고서가 탈북자의 강제북송 행태를 일삼는 한반도 주변국으로 중국을 명시하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은 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있는 디펜스포럼재단, 북한자유연합, 한미자유연맹, 버지니아한인회, 그리고 여러 종교단체 회원들은 3월 ‘중국은 강제 북송 중단하라’ ‘중국은 탈북자들을 죽이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정문 앞을 수차례 행진하며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합동시위는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이 있는 전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시위에 참석한 탈북자 조진혜 씨의 말입니다.
(조진혜) 저는 최근 30-40명이 되는 탈북자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울었습니다. 제 자신도 네 번이나 강제 북송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이제 앞으로 어떤 고통을 겪어야하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북송이 되는 순간부터 발길질 당할 것이며, 주먹으로 맞을 것이며, 그렇게 맞으면서 보위부에 몇 달간 있다가 벌레에게 뜯기고, 두려움에 떨면서 서서히 죽어갈 것입니다. 그런 탈북자가 수만 명됩니다...
이처럼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 하원은 5월 북한인권법을 5년 연장시켰습니다. 당시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지지해달라고 발언하는 장면, 잠시 들어보시죠.
(로스-레티넌)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북한인권법을 2017년까지 연장함으로써 북한주민의 인권 증진, 난민보호, 그리고 정보자유 촉진을 위한 중요하고 초당적인 일을 지속할 것입니다.
재승인법안은 세달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공식 발효됐습니다. 이번 재승인안은 특히 중국에 대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과 난민에 관한 여러 국제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법안은 또 2004년 북한인권법 통과 이래 모두 128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정착했다면서, 탈북자의 정착에 각별한 관심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내 인권 유린의 중심에 성분 차별이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과거 북한 인권 접근법을 반성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올 6월,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성분제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토론회에서, 앤드류 나치오스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북한 정권이 적대 계층이 많은 동북부지역에 국제사회의 지원식량을 배급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시인했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는 2001년 미국의 대외 원조를 총괄하는 국제개발처 처장에 임명돼 2005년까지 대북 지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인물입니다.
(앤드류 나치오스) 북한의 성분제도는 누가 먹고, 누가 굶느냐,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 문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식량규모에서 당시 미국 국제개발처가 6%정도 담당했는데요, 당시 식량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겁니다.
식량권도 기본권이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 가운데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입니다. 올 가을에 한국에서 열린 국제펜대회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월레 소잉카 씨는 기조연설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가 문학은 물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이번 국제펜대회에서는 특히 탈북 문인 29명으로 구성된 ‘망명북한작가펜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망명북한작가펜센터의 장해성 대표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장해성 대표는 조선중앙TV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다 1996년 탈북했습니다.
(장해성) (가입이 결정된) 그 순간의 감개무량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그 어느 작가도 자기 마음대로,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쓸 수 없잖습니까? 그런데 남한에 온 북한 출신 작가들은, 비록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됐고, 이 사실을 북한에 있는 우리 친구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연구기관인 허드슨 연구소의 멜라니 커크패트릭 연구원은 2년여에 걸쳐 75명의 탈북자를 비롯해 200여명을 면담한 내용을 책으로 펴내, 영어권 국가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 환기시켰습니다. 커크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으로부터의 탈출’이란 제목의 책에서 중국 남성에게 신부로 팔리는 북한 여성과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 국제 인권운동가의 증언 등을 소개하면서,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를 생생하게 기술했습니다. 커크패트릭 연구원의 말입니다.
(멜라니 커크패트릭)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 씨 일가의 노예입니다. 김 씨 일가는 주민들이 굶어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법의 통치도 없습니다. 체제에 위협이 되는 주민은 본인과 가족 3대까지 함께 처벌하는 잔인한 나라입니다. 최소한 백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었고, 지금도 최소 20만 명이 그곳에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북한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이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