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의 접견 허용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캐나다 외교부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해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만나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먼저 임 목사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임현수 목사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한 한인장로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지난 1997년부터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다 억류됐습니다. 지난해 1월 북한 법원으로부터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캐나다 외교부 관계자와 임현수 목사와의 접견을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장명화: 미국의 AP통신이 북한 관영 언론을 인용해 서울발로 보도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새러 테일러 북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사무국장을 단장으로 한 캐나다 외교부 대표단이 최근 북한에 도착해 3일간 임 목사 문제 외 여러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캐나다 대표단이 임 목사를 만났다고만 전하고 자세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양윤정: 캐나다 외교부도 이런 북한의 보도내용을 확인했습니까?
장명화: 네. 캐나다 외교부 측도 이번 북한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면서 "당국은 임 목사의 억류와 건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석방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외에 북한에 억류된 외국인이 또 있습니까?
장명화 네. 북한 정부는 현재 캐나다인 임 목사 외에 미국인 2명을 억류하고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는 10년 노동교화형을, 미국인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양윤정: 이 두 명은 어떤 혐의로 북한에서 복역 중입니까?
장명화: 김 목사는 지난 2015년 10월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간첩 행위 혐의 등으로 체포돼 지난 4월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웜비어 씨는 지난 1월 북한 호텔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치려다 발각돼 체포됐으며, 이후 3월에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양윤정: 미국인 김 목사와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 씨에 대한 접견은 이뤄지고 있습니까?
장명화: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외국 대사 접견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은 두 미국인을 수개월 째 접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양윤정: 어쨌건 캐나다 정부 측이 이처럼 직접 북한을 방문해 임 목사 문제를 논의함에 따라 민간인 억류자들의 석방 가능성도 점쳐지지 않을까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억류 중인 미국인에 대한 접견이나 논의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국면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협상 카드'로 민간인 억류자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과거 경색된 미국과 북한 관계를 풀기 위한 단초로 민간인 억류자를 활용해 오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실제로 북한은 억류자를 내세워 협상 의사를 타진하고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두 명도 향후 북한의 대미 협상용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직후 억류 중이던 미국 여기자 유나 리 씨와 로라 링 씨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두 사람의 석방은 그 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뒤 이뤄졌습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은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캐네스 배 씨를 내세워 협상에 나섰습니다. 결국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방북하면서 억류자들이 모두 풀려났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추방된 반체제 인사들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중국 내 인권문제를 개선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대만을 '완전한 민주주의 자치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최근 미국 의회 위원회의 공청회에 참석한 반체제 인사들은 지난 2일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단교 37년 만에 전화 통화를 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앞으로 한층 강경한 대중 정책을 펼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러한 대 중국 강경책이 인권문제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톈안먼 민주화 항쟁에 참여했던 양젠리 씨는 "트럼프가 미국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 체제의 취약점을 공격해 중국을 민주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젠리 씨는 미국의 대만정책 변화를 지지하며 "이는 완전한 민주주의 자치국으로서 대만의 지위를 반영하면서 국제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망명 위구르족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의 레비야 카디르 의장도 "미국이 자국의 정책적 이득을 위해 인권문제를 포기하는 것은 중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공화당 의원들도 중국정책에서 인권문제를 우선순위에 놓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시에서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마약사범을 직접 살해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권 유린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이 같은 고백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궁에서 사업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개인적으로 마약 용의자를 죽였다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년 바다오시 시장에 처음 당선된 뒤 총 22년간 시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장 재직 초기에 중국인 소녀를 유괴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살한 적이 있다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인정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장 재임 기간에 사실상 암살 조직인 자경단을 운영하며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약상 등 범죄자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 체포를 피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두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중독자가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조용히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약으로 안된다면 내가 밧줄을 보낼 테니 목을 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두테르테 마약사범에게 집에만 머물도록 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