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첫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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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첫 재판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1월 말, 인구 8천만 명의 이집트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민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계속된 이집트 시민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를 철권 통치하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시위가 발생한지 18일 만에 권좌에서 쫓겨났습니다.

'살아있는 파라오'로 불리며 30년간 중동의 대국 이집트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무바라크 씨는 이달 초 미결수들이 입는 하얀 죄수복을 입고 환자용 침대에 누워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겉보기에는 병약한 팔순 노인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의 분신처럼 아낀다는 두 아들, 알라와 가말이 그 옆에 섰습니다.

무바라크 씨는 심장병과 우울증을 앓으며 최근 음식물 섭취를 거부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대로 약간 수척했고, 청력이 약해진 듯 판사가 질문할 때마다 아들이 귀에 대고 다시 이를 반복해줬습니다. 방청석에서 야유가 쏟아질 때는 곁눈질하며 코와 입을 만지작거렸습니다.

하지만 시민 살해나 부정 축재 같은 혐의를 부인할 때는 단호했습니다.

(판사)

당신의 혐의를 인정합니까?

(무바라크)

나의 모든 혐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집트 검찰이 무바라크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살인교사죄,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축재 등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검찰은 무바라크 씨가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을 당시 평화적인 시위대를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교사죄를 적용했는데요. 무바라크 씨가 당시 내무장관에게 당국의 실탄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에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 총을 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무려 850명이 숨졌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입니다.

부정축재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주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검찰은 무바라크 씨가 홍해 휴양지에 궁전을 포함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 규모는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무바라크 씨의 재산은 그가 62년간 일해서 모은 600만 이집트 파운드, 미화 약 100만 달러가 전부이며, 해외 은닉 재산은 단 1달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씨의 살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5년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 축재 혐의는 징역 5∼15년형에 해당되는 범죄입니다.

이집트 재판부는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피고인석을 대형 철창으로 둘러쌌고, 재판장 안팎에 3000여명의 군경을 배치했습니다. 건물 밖에선 그를 비난하는 시위대와 지지자들이 투석전을 벌이며 충돌했습니다.

재판 과정은 이집트 국영TV의 현장중계를 받아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이집트 시민들은 숨죽인 채 지켜봤습니다.

(이집트 시민 1)

누구든지 나쁜 일을 저지르면 감옥에 간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집트 시민 2)

법정에 선 무바라크를 보면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느낍니다.

법정 밖에서 시위에 참여한 모하메드 나구이브 씨는 AP통신에 "무바라크가 신체에 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침상에 누워 법정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동정을 유발하기 위한 수법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은 살인자 무바라크에 대한 처형을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무바라크 씨는 아랍권에서 시민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난 뒤 자국 법정에 서게 된 첫 국가 지도자인데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무바라크 씨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아랍권은 물론 세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의료조치 미흡으로 인해 수형자가 사망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A씨가 교도소 측의 의료조치 미흡으로 사망했다며 유족이 제기한 진정과 관련해 "직무집행상 과실로 인해 A씨의 생명권이 침해된 측면이 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과 제주교도소 보건의료과장에 대해 직무집행상 과실에 대해 주의 조치할 것을 제주교도소에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A씨가 제주교도소에 처음 입소할 당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에서 간 기능 이상 소견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간암 말기의 환자인 경우 환자의 적극적인 호소가 없었다 해도 황달, 복수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증가했을 것이므로 제주교소도측이 조금 더 주의깊게 살폈다면 외부의료시설 이송이 지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직무집행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2009년 10월 상해죄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제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2010년 3월 외부 진료기관인 제주시 소재 병원으로 이송돼 간암말기와 합병증으로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후 같은 달 25일 사망했습니다.

--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국 입국이 불허된 채 해외를 떠돌던 저항시인 베이다오 씨가 22년 만에 중국 지방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베이다오 씨가 중국 칭하이성 정부 주최로 열린 축제에 초청을 받아 참석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홍콩에서 생활하고 있는 베이다오 씨의 부인은 "남편이 주목을 받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베이징 출신인 베이다오 씨는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오랜 망명생활로 '중국의 솔제니친'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솔제니친 씨는 구소련의 인권탄압을 기록한 소설로 반역죄로 추방돼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오랫동안 한 러시아 작가입니다. 베이다오 씨는 1970년대 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는 저항시를 쓰면서 인권운동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톈안먼 사태 당시 해외에 머물던 베이다오 씨는 대학생 시위를 지지하는 선언에 서명했고, 시위대는 '대답'이라는 베이다오 씨의 대표작을 톈안먼 광장에 내걸기도 했습니다. 베이다오 씨는 2001년 부친상을 당해 베이징을 일시 방문했지만 중국 공안의 엄중한 감시 속에 상을 치른 뒤 곧바로 출국해야만 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