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3명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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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들을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올해 노벨평화상은 여성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여성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은 2004년 이후 7년만인데요, 3명의 공동수상자가 누군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설리프 대통령과 인권운동가 레이마 보위, 예멘의 여성운동가 타와쿨 카르만 등 여성 3명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모두들 슬하에 각각 4명, 6명, 3명의 자녀를 둔 엄마들입니다. 노벨위원회의 토르비에른 야글란 위원장이 밝힌 수상 이유, 잠시 들어보시죠.

토르비에른 야글란

: 여성이 사회의 진보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한 기회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인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확고하게 하고, 라이베리아의 평화 정착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 보위 씨는 종교적, 인종적 갈등을 넘어서며, 라이베이라의 오랜 내전 종식과 여성의 정치 참여에 기여했습니다. 여성운동가 카르만 씨는 예멘에서 독재정권에 맞서며,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양윤정: 노르웨이에서 수상자 발표가 난 직후 예상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명화: 사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수상자가 일찌감치 점쳐져 왔거든요. 올해 평화상 후보는 241명의 개인과 53개 단체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올해 초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이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CNN방송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수상자 발표 하루 전날까지 “2011년 노벨평화상은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주로 각국 정부나 기업의 비공개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로, 올해 미국 이라크 전쟁 동영상과 외교 비밀문서를 공개해 충격을 주며 논란이 됐습니다. 또 1월 ‘튀니지의 소녀’라는 가명으로 벤 알리 대통령의 무자비한 탄압을 고발해 일약 유명인사가 된 여성 리나 벤 메니 씨, 이집트 민주화의 불을 지핀 미국 회사 구글의 간부 와엘 고님 씨 등 민주화 주역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드랬습니다.

양윤정: 이번 노벨평화상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장명화: 한마디로 갖은 억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수상자들은 모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들입니다. 이 지역은 여성의 인권이 가장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힌 성명에서 위원회가 3명에 대해 설리프 대통령에 대해서 “여성의 위상 강화에 공헌했다", 보위 씨에 대해서는 "여성의 참정권을 얻어냈다", 그리고 카르만 씨에 대해서 "여성의 권익을 위해 투쟁했다" 등의 찬사를 쏟아낸 것은 이번 노벨상의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하겠습니다.

양윤정: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에 대한 소감이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카르만 씨는 “노벨상 수상은 예멘 민주화 시위대의 승리"라면서, 모든 ‘아랍의 봄’ 운동가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즈는 “노벨위원회가 아랍의 봄의 의미를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 운동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데다 그 과정에서 일부 폭력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평화의 진전을 향한 노력에 보상한다'는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랍의 봄’을 대표하는 인물로 유력한 후보였던 이집트의 고님 씨는 특히 예멘의 인권운동가인 카르만 씨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카르만 씨가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여성들이 있다“면서 이들의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유럽연합도 각각 성명을 내고 ”평등권의 촉진은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평했습니다.

양윤정: 극도로 보수적인 지역인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둔 엄마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다는 것은 결코 쉬윈 일이 아닐 텐데요,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에 자연스레 눈길이 갑니다. 북한 내 여성의 인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장명화: 아닌 게 아니라, 며칠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지난 해 보고서 제출 이후 북한 내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별다른 개선 조짐은 없으며,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과 어린이들의 열악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조짐도 있습니다. 미국의 평화연구소는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의 북한 장마당 상인 10명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로 장마당 내 여성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이들 가운데 이번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설리프 대통령, 보위 씨, 카르만 씨 같은 여성들이 나오리라고 기대한다면 무리일까요?

양윤정: 장명화 기자, 수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초안에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 관련 내용이 대폭 강화됩니다.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인권과 관련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인권정책 종합계획입니다. 200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수립됩니다. 정부 기관과 부처는 인권위 권고안에 따라 정책 방향과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게 되는 만큼 앞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인권위원회는 2006년 첫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외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북한은 헌법상 한국 영토이지만 국제법과 판례상 외국으로 인정돼 한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게 당시 인권위의 기본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마련된 ‘북한 인권에 관한 국가정책 권고안’에 따르면 국내외에 체류 중인 탈북자는 물론이고 북한에 남아 있는 일반 주민과 납북 피해자, 국군포로의 인권도 모두 한국 정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포함됐습니다.

-- 지난 3월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인한 희생자 수가 2천900명을 넘어섰다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밝혔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루퍼트 콜빌 대변인은 "유엔이 보관중인 상세한 명단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반정시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살해된 사람의 숫자가 2천9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콜빌 대변인은 사망자 신원 대부분을 확인했다면서 이 중에는 일부 보안군 병사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