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선율이 담긴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간 재즈 음악을 들으시면서 대강 ‘재즈’란 이런 거구나 하고 약간은 감을 잡으셨을 것 같은데요. 재즈를 들으실 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든가 어깨가 들썩거리거나 혹은 발로 박자를 따라가기도 할 겁니다. 사실 이런 느낌은 차분히 고전 음악을 들으실 때는 느끼지 못하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바로 재즈 특유의 박자와 선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곡으로 시작해볼까 하는데요. 들으실 곡은 라이오닐 햄튼(Lionel Hampton) 악단이 연주하는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라는 곡입니다.
Lionel Hampton Orchestra's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참 흥겹지요? 이 음악은 전반부에 색소폰과 피아노, 드럼이 어우러지다가 가수의 노래가 이어지고, 곧이어 비브라폰이란 악기의 연주가 후반부에 들리는데요. 비브라폰을 연주한 사람이 바로 이 악단의 지휘자인 라이오넬 햄튼입니다. 비브라폰은 실로폰과 비슷하지만 실로폰의 재질이 나무인데 반해 알루미늄으로 돼 있어 더 명료한 소리를 내줍니다. 또 오른손과 왼손에 맬릿(mallet)이라고 해서 가느다란 나무 방방이를 각각 한 쌍씩 쥐고 연주합니다. 잠깐 햄튼의 비브라폰 소리를 들어보실까요?
Hampton's vibraphone playing with mallets
이제, 비브라폰이 어떤 악기인지 아시겠지요? 흑인인 햄튼은 일찍이 십대 시절부터 드럼과 비브라폰을 잘 다뤄 처음엔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1930년 그의 나이 22살 때 천재적인 재즈 연주인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을 만나 음악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지요. 암스트롱으로부터 자기가 노래를 부를테니 비브라폰을 연주해볼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받은거죠. 그래서 시작한 비브라폰이 의외로 대대적인 인기를 끌자 햄튼은 아예 그 길로 비브라폰을 자신의 연주 악기로 정했습니다. 햄튼은 스윙 재즈 시절 미국 최고의 비브라폰 주자로 명성을 날렸고, 1935년부터는 자신의 악단을 조직해 1940년대와 5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엔 이 시간을 통해 한 두 번 소개해드린 바 있는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Our Love Is Here to Stay'를 들어보시겠습니다.
Louis Armstrong & Ella Fitzerald's Our Love Is Here To Stay
암스트롱의 걸쭉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노래가 흥겹지요? 이 노래의 제목인 ‘Our Love is Here To Stay'은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리‘란 뜻인데요. 원래 이 노래는 1930년대 최고의 대중 음악 작곡가였던 조지 거슈인이 만들었고, ’골드윈 폴리‘(Goldwyn Follies)란 영화에 삽인된 곡인데요. 가사가 참 재미있습니다. 한 대목을 살펴보면 ‘라디오나 전화처럼 우리가 찾는 건 지나가는 유행품에 지나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 바위도 무너지고 지브롤터시도 꺼질 수 있어요. 모두 점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대요, 우리 사랑은 영원해요’ 라고 돼 있습니다. 가사는 다소 익살스럽지만, ‘사랑은 영원하다’는 가사를 감미로운 선율에 잘 담아내고 있지요. 암스트롱에 이어 부르는 여자 가수는 당대 최고의 재즈 가수였던 엘레 핏제럴드(Ella Fitzgerald)인데요. 이 분의 노래는 차차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엔 탈북 피아니스트로서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자: 한 주간 잘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하죠?
김철웅
: 재즈 하면 미국인데 오늘은 유럽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재즈 가수를 소개할까 합니다. 로라 피지(Laura Figy)라는 분인데 얼마 전 내한공연을 했고, 한국에서는 영화와 광고 음악에 그녀의 노래가 들어가서 상당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분의 개인사를 보면 참 특이해요. 아버지는 독일사람이고 어머니는 이집트 사람이죠?
김철웅
: 로라 피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나 필립스사에서 근무하는 스위스계 독일인 아버지와 무용가였던 이집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들이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음악을 접했고, 유년시절은 대부분 남미 우루과이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다시 청소년기에 네덜란드에 돌아와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진행자: 자, 그럼 오늘 이분의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인데, 한국이나 세계적으로 이 노래는 바로 로라 피지의 대표적인 곡으로 유명하죠. 이 곡의 가사를 보니까 ’진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내 말을 믿어주세요. 당신께 내 맘을 드리겠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외로웠던 건 날 기다렸기 때문이었죠. 제발 당신의 사랑을 내게 주세요. 이별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이 가사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열렬히 표현했는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진행자: 이런 곡은 감성적이고, 스윙감이 있다 보니 북한 청취자도 쉽게 접할 수 있겠네요?
김철웅
: 북한에선 아무래도 직접적인 애정 표현이 드물기 때문에 가사 내용을 알고 들으면 오히려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누가 들어도 이 곡을 들으면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끔 잔잔하고, 계속 ‘I Love You'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세계 공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뭔가 사랑을 향한 노래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진행자: 설명을 들으니 더욱 이 노래를 듣고 싶군요. 자, 그럼 로라 피지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곡을 들으시겠습니다.
오늘 <재즈, 재즈, 재즈> 시간 즐겁게 잘 들으셨는지요. 그럼 다음 주에도 더욱 흥겹고 신명나는 곡으로 여러분을 찾아뵙지요. 여러분 즐거운 한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