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재즈, 재즈] 재즈 트럼펫 연주가 쳇 베이커(Chet 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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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흥겹고 신명나는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여러분 이 시간을 통해 간간히 재즈를 연주가 아닌 노래로 부르는 사람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흔히 ‘보컬’이라고 하는데요. 재즈에서는 유독 보컬로 유명한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소개드릴 분은 냇 킹 콜( Nat King Cole)이란 재즈 보컬인데요. 원래는 피아노 연주자로 유명하지만 나지막한 저음의 구성진 목소리에다 청중을 휘어잡는 묘한 매력으로 오히려 재즈 보컬로 더 유명한 사람입니다. 냇 킹 콜이 부르는 ‘Sweet Lorraine"으로 오늘 재즈 순서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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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쿨 재즈(cool jazz)의 총아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 PHOTO courtesy of Wikipedia (PHOTO courtesy of Wikipedia)

Nat King Cole's Sweet Lorraine

어떻습니까? 노래가 아주 구성지고 감미롭지요? 이 곡은 냇 킹 콜이 내놓은 즉 ‘자정 이후’라는 앨범에 나오는 곡인데요. 가사를 보면 ‘내 사랑 로레인을 만났을 때 난 어린아이처럼 행복했고, 더 없는 기쁨을 찾았네.’라며 사랑하는 애인에 대한 감정을 듬뿍 담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냇 킹 콜은 1930년대 후반 연주 여행 도중 호텔의 바에서 한 취객으로부터 노래를 한 곡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바로 이 ‘Sweet Lorraine'이란 곡을 불렀고, 그 뒤 자신의 연주 때마다 이 곡을 불러 크게 인기를 끌게 됐다고 합니다. 냇 킹 콜은 1956년엔 미국 3대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NBC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해 이 방송사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재즈 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미국 스윙 재즈시대를 대표하는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One O'Clock Jump란 흥겨운 곡을 들어보시겠는데요. 1937년 선 보인 이 곡은 도입 부분에 악단 지휘자인 카운트 베이시가 연주하는 간명한 피아노 연주가 일품입니다.

Count Basie Orchestra's One O'Clock Jump

여기서 악단 지휘자인 카운트 베이시를 잠깐 소개드릴까 하는데요. 카운트 베이시는 재즈 작곡자이자 연주자, 또 악단 지휘자로 자신의 이름을 딴 오케스트라를 약 50년이나 이끌었을 정도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재즈 연주인입니다. 카운트 베이시는 1930~40년대 주류를 이룬 소위 빅밴드의 대표적 인물이기도 한데요. 그는 곡을 연주할 때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절제하면서도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들에게 되도록 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악단의 조화와 멋을 이끈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미상을 1958년부터 처음 받기 시작해 1982년까지 9번이나 수상했고, 2005년엔 지금 방금 들으신 ‘One O'Clock Jump'란 곡이 미국 연방의회 기록국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언제 들어도 걸쭉한 한국 막걸리와도 같은 구수한 목소리를 가진 미국의 천재 재즈 연주인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Dream a Little Dream', 즉 <작은 꿈을 꿔요>란 곡을 들어보시죠.

Louis Armstrong's Dream a Little Dream

<내가 고른 재즈>

탈북 피아니스트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철웅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네, 오늘은 미국의 재즈 음악가이자 유명한 트럼펫 연주가인 쳇 베이커 (Chet Baker)의 My Funnny Valentine을 소개할까 합니다.

진행자: 쳇 베이커 하면 너무도 유명한 트럼펫 연주가이죠. 이 분은 연주 뿐 아니라 노래도 잘 했지요.

김철웅

: 그렇죠. 이 분이 또 재즈 중에 ‘쿨 재즈’(cool jazz)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상당히 절제된 연주와 애조띤 감성이 결합해 비단 재즈 애호가 뿐 아니라 일반 청중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많았지요. 저도 들어보니까 이 분의 애조 띤 멜로디를 들으면서 쿨 재즈의 맛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쿨 재즈 하니까 청취자들이 도대체 ‘쿨 재즈’가 뭐냐고 고개를 기웃거릴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쉽게 말해서 1950년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일단의 재즈 연주인들이 다소 절제된 흥분 속에서 재즈를 연주하던 하나의 사조를 말합니다. 오늘 소개해주실 My Funny Valentine의 가사를 잠깐 소개해주시죠?

김철웅

: 네, 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재미있는 나만의 발렌타인, 부드럽고 코믹한 발렌타인, 당신은 내 마음까지 미소를 짓게 만드네요. 당신은 너무 웃기네요. 사진으로조차 표현이 안되네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가사가 살짝 코믹하면서도 살짝 로맨스적인 분위기도 풍깁니다. 또 어찌보면 상당히 센치한 느낌도 들게 만듭니다.

진행자: 청취자 여러분께서 ‘센치’란 말이 뭐냐고 궁금해하실텐데요. 영어로 ‘센티멘탈’이라고해서 ‘감상적인’ 이런 뜻인데. 사실 쳇 베이커의 연주건 노래건 감상적이지 않은 게 없죠?

김철웅

: 많은 경우 그의 연주나 얼굴 생김까지 합쳐지면 감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죠. 쳇 베이커의 본명은 체스니 헨리 베이커로 1929년 오클라호마주의 예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다 1940년 가족과 함께 서부 캘리포니아로 이사했고, 중학교 때부터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52년 재즈의 대가인 찰리 파커의 심사에 통과해 한때 활동했고, 이후 바리톤 색소폰 주자로 유명한 게리 멀리건 4중주단에 들어가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 분의 젊은 날의 모습을 보면 1950년대 미국 은막을 수놓은 영화배우 제임스 딘과 비슷해 더 인기를 끌었죠?

김철웅

: 북한 청취자들이 제임스 딘이 북한에 누구를 상상하면 될까요? 한때 엄길선이란 북한 배우가 아주 유명했는데, 그 배우를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쿨 재즈의 우수에 젖은 얼굴 때문에 쳇 베이커는 쿨 재즈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진행자: 이 분은 또 미국의 유명한 재즈잡지인 다운비트(Down Beat)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죠?

김철웅

: 맞습니다. 1989년 재즈 평론가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 봉정이 됐구요. 아무튼 쳇 베이커는 음에 입마춤을 하듯 부드러운 연주로 유명했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산뜻하고 느긋한 연주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재즈 연주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