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흥겹고 즐거운 선율로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여러분 이 시간을 통해 여러 차례 '스윙 재즈'를 소개해드렸는데요. 흔히 '재즈의 황금시대'로 일컫는 1930년대에 미국 전역에서 널리 유행하던 재즈가 바로 스윙 재즈였고, 이걸 연주한 악단을 빅밴드라고 했습니다. 특히 클라리넷 주자로 스윙 재즈를 일반 미국인에게 대중화하는 데 1등 공신을 한 베니 굿맨은 '스위의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였습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어깨춤이 절로 나는 스윙감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스윙재즈로 시작하겠는데요. 들으실 곡은 클라리넷 연주자 겸 색소폰 연주자로 유명했던 우디 허맨(Woody Herman)과 그의 빅밴드가 연주하는 'Days of Wine and Roses'라는 곡입니다. 처음엔 우디 허맨을 비롯한 다섯 명의 색소폰 주자가 함께 연주하다 곧이어 들리는 트럼펫 연주가 일품인데요. 이걸 연주한 사람은 빌 체이스(Bill Chase)입니다.
Woody Herman & his Swinging Herd's Days of Wine and Roses
흥겹게 잘 들으셨는지요. ‘Days of Wine and Roses' 한국어로 풀어보면 ’술과 장미의 나날‘이란 뜻인데요. 원래 이 곡은 1958년 술로 인해 결혼생활이 망가지는 부부의 모습을 극화한 90분짜리 TV 작품의 제목이었는데,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과 가수들이 취입한 곡이기도 했습니다. 1962년에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왔고, 여기에 깔린 바로 이 음악은 미국 최고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의 주제가상을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자, 이번에 들어보실 곡은 ‘Whisper Not', 한국말로는 ‘속삭이지 말아요’라는 노래인데요. 재즈 색소폰 주자인 베니 골슨(Benny Golson)이 1956년 작곡한 뒤 널리 연주돼왔고, 그 뒤 애니타 오데이(Anita O'Day), 멜 토르메(Mel ), 페기 리(Peggy Lee), 엘라 핏제럴드(Ella Fitzgerald) 등 유명한 재즈 가수들이 불러 더욱 대중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늘은 에니타 오데이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는데요. 노래와 함께 깔리는 피아노 반주가 일품입니다.
Anita O'Day's Whisper Not
이어 계속해서 해리 코닉(Harry Cornick Jr.)이 부르는 ‘Our Love Is Here To Stay,' 한국어로 ’우리 사랑은 영원하리’란 뜻의 곡을 감상해보시겠습니다.
Harry Connick Jr's Our Love Is Here To Stay
어떻습니까? 앞서 들으신 애니타 오데이의 노래와는 색다른 재즈의 맛이 나지요? 이걸 부른 해리 코닉은 재즈 가수이자 작곡가, 연기자로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사람인데요. 그의 앨범은 전 세계에 2천5백만장 이상 팔렸을 정도라고 하네요.
이번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네, 오늘은 한국의 정엽이란 대중 가수인데 소개할 곡은 가수 주현미가 불러 화제가 된 ‘짝사랑’입니다. 정엽이 이 노래를 편곡해서 불러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주현미가 1989년에 부른 ‘짝사랑’이란 노래를 정엽이 편곡을 해서 불러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데 참 궁금하네요.
김철웅
: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짝사랑은 트로트, 뽕짝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주현미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일품이었다면 정엽은 이걸 재즈의 소울 느낌을 가지고 편곡을 해서 불렀는데 완전히 다른 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저도 들어봤는데 정엽이 부른 짝사랑은 주현미가 부른 짝사랑하곤 완전히 다른 맛을 보여주네요.
김철웅
: 흔히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냐하면 주현미는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아 사랑인가봐~ (이어서 정엽 풍의 짝사랑)
진행자: 잘 하시네요. 주현미와 정엽이 각각 부른 짝사랑을 김철웅 씨 노래로 들으니 아주 색다른 맛이 나에요. 이런 곡을 북한 청취자들이 들으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요?
김철웅
: 쉽게 말하면 역발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에 있는 가요를 우리가 리듬은 알고 있으니 화성의 변화를 주면 또다른 음악이 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널리 유행하는 대중가요인 ‘심장에 남는 사람’을 정엽이 부른다면 어떤 곡이 될까요?
김철웅
: 그런 음악은 너무 진하게 나오겠죠. 이걸 재즈 식으로 부르면 상당히 진하게 나오겠죠.
진행자: 맞아요 이걸 정엽이 흑인영가 식으로 부른다면 아주 대단한 노래가 나오겠네요.
김철웅
: 사실 이걸 북한 청취자들이 들으면 흥얼거릴 수밖에 없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이번에 소개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오늘 ‘내가 고른 재즈’ 순서에선 비록 재즈는 아니지만 재즈의 한 부류인 흑인영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엽의 ‘짝사랑’이란 노래를 들어보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