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재즈 선율로 여러분을 찾아가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뉴올리언스 재즈를 가장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프리저베이션 홀 밴드’(Preservation Hall Band)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프리저베이션 홀 밴드는 뉴올리언스의 중심지인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s)라는 곳에 있는 프리저베이션 홀 건물에서 연주하는 전속 악단을 말합니다. 원래 프리저베이션 홀 건물은 19세기 초까지 술집과 화랑, 사진관을 겸한 조그만 건물이었는데 1961년 앨런 재피라는 사람이 이 작은 건물을 음악 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뉴올리언스 전통 재즈가 많이 연주됐습니다. ‘프리저베이션’이란 영어 단어는 ‘보존한다’는 뜻인데요. 앨런 재피가 1961년 프리저베이션 홀을 열었을 때 당시 미국엔 소위 로큰롤과 팝 유행음악이 성행하던 때라 뉴올리언스 재즈와 같은 전통재즈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피는 전통재즈를 연주하던 음악인들에게 이곳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고, 자신도 튜바 연주자였기에 이들과 함께 연주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럼 피아노와 트롬본, 클라리넷, 드럼, 튜바 연주자 등 5인조로 이뤄진 ‘프리저베이션 홀 밴드’의 흥겨운 연주를 하나 들어보시죠.
Preservation Hall Band's tunes
이번 재즈 축제 기간 중에 저도 프리저베이선 홀을 가보고, 약 2시간에 걸쳐 직접 악단의 연주를 즐겁게 감상했는데요. 방금 들으셨듯이, 악단 연주인들은 그냥 연주만 하는 게 아니고 연주하며 노래도 하고 이에 맞춰 50여명의 관객은 박수를 치며 서로 호응하는 등 흥을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때마침 제가 찾은 연주회 때 트롬본을 맡은 프레디 론조는 본 연주에 앞서 관중 앞에서 트롬본의 가장 낮은 음까지 내기위해 숨을 참느라 땀을 뻘뻘 흘렸는데요. 잠깐 그 현장음을 들어볼까요?
Freddie Lonzo's trombone play
계속해서 프리저베이션 홀 밴드의 연주가 이어집니다.
Preservation Hall Band's tunes
오늘날 프리저베이션 밴드는 음반도 여러 장 내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면서 미국의 토착 음악인 재즈를 보급하는 데 널리 앞장서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4월16일 프리저베이션 홀이 창설된 지 50주년을 맞아 근처 오그덴 화랑에선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뉴올리언스 전통재즈, 잘 감상하셨는지요. 앞으로도 더 들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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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네, 오늘은 재즈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레드 갈랜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진행자: 아주 유명한 분이죠. 특히 이 분은 저희 청취자들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가 이끄는 악단의 일원으로 이름을 날렸죠. 레드 갈랜드가 어떤 사람인지 잠깐 소개해줄까요?
김철웅: 1923년 달라스에서 태어난 갈란드는 엘리베이터 기술자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음악과는 동떨어진 환경 속에서 자랐구요. 그가 피아노를 만지게 된 것은 거의 20대가 다 된 1941년에서야 가능했는데, 그 때 그는 군대에 있었던 18세 청년이었습니다. 군복무 중에 음악 공부를 하면서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와 냇 킹 콜(Nat King Cole)의 피아노에 영향을 받았던 갈란드는 이들로부터 터치, 즉 누르는 감각이나 프레이징 즉 곡을 구성하는 방식을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활동했나요?
김철웅: 네, 갈란드는 1953년이 되던 때 자신의 그룹을 만들려는 마일스 데이비스로부터 첫 번째 요청을 받았으나 당시 그는 레스터 영(Lester Young)의 밴드에 그냥 머물렀습니다. 레스터 영의 사이드 맨으로 긴 시간을 보내던 그는 1955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마일스 데이비스,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와 함께 한번의 녹음작업을 하게 된 후, 같은 해 마일스 데이비스의 퀸텟에 본격적으로 합류합니다.
진행자: 사실 레드 갈랜드를 오늘날의 레드 갈랜드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 악단에 합류하면서부터죠. 당시 프레스티지 앨범사에서 나온 4개의 음반이 오늘날까지 전설적으로 남아 있는데요. Working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Steaming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Relaxing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Cooking with the Miles Quintet 등이 그것이죠. 자, 그럼 오늘은 레드 갈랜드의 어떤 곡을 소개해줄까요?
김철웅: 네, On Green Dolphin Street, 한국말로 풀면은 ‘초록색 돌고래 거리에서’입니다. 이 노래는 아주 유명한 재즈인데요. 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사랑받아온 'On Green Dolphin Street'은 중간정도의 박자와 경쾌한 피아노 연주와 드럼이 혼합돼 진행된다.
진행자: 이 곡을 들어보면 레드 갈랜드가 손가락 10개를 한번에 건반위에 올려놓고 치는 주법인 ‘블록 코드’ (block chord) 주법을 구사하는 데 설명좀 해주시죠?
김철웅: 블록 코드는 갈랜드 피아노 연주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양손의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여 4성부 이상의 코드를 연속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렇게 멜로디 라인 위에서의 화음을 강조하는 방법을 통해서 갈란드는 간결하거나 또는 복잡한 프레이징에까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장점을 발휘하였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저희 북한 청취자들에게 어떻게 감상할 것을 권하고 싶나요?
김철웅: 이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게 블록 코드르 알고 들으시면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저렇게 연주할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면서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또 오늘 하루 힘들었다면 경쾌한 이 음악에 푹 젖어 한 번 몸도 흔들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