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재즈, 재즈] 미국 3대 여자 재즈 가수 사라 본(Sarah Vaug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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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재즈 선율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여러분 지난주까지는 연속으로 4회에 걸쳐서 미국의 초기 재즈라고 할 수 있는 뉴올리언스 재즈를 들려드렸는데요. ‘초기 재즈’라고 하면 개인 연주가 중심을 이루던 1940년대 이후의 현대 재즈보다는 집단 연주가 조화를 이루던 전통적인 재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집단 연주가 중시되던 1930년대 이후 빅밴드 시절의 재즈로 출발합니다. 빅밴드란 10여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콤보, 즉 소규모 악단을 일컫는 용어로 유명한 빅밴드론 카운트 베이시, 듀크 엘링턴, 베니 굿맨, 아티 쇼, 토미 도시, 해리 제임스, 글렌 밀러 악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첫 순서는 토미 도시 악단이 연주하는 ‘I'll Never Smile Again'입니다.

Tommy Dorsey Orchestra's I'll Never Smile Again

지금 방금 들으셨듯이, 당시 빅밴드에는 전속 가수들이 있어서 악단의 성가를 더했습니다. 토미 도시 악단의 이 곡은 나중에 미국의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한 프랭크 시나트라에 의해 널리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I'll Never Smile Again' 즉 ’다시는 당신한테 미소짓지 않겠어요’란 제목이 암시하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상심한 연인이 감상에 젖어 부르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번엔 경쾌한 곡조의 연주곡을 들어보시겠는데요. 유명한 색소폰 주자인 스탄 게츠와 기타 연주자인 길베르토가 함께한 ‘Girl from Ipanema'란 곡입니다. 연주 중간 부분에 나오는 간주가 바로 스탄 게츠의 연주입니다.

Stan Getz & Astrud Gilberto's Girl From Ipanema

어떻습니까. 아주 선율도 흥겹고 경쾌하지요.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란 제목의 이 곡은 흔히 중남미에 있는 브라질의 한 음악 형태인 ‘보사노바’의 일종으로 1962년 처음 나온 뒤 그해 미국 최고의 상이라고불리는 그래미상을 받았습니다. 이 곡은 보사노바 음악을 많이 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작곡했는데 특히 따듯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색소폰 연주로 수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탄 게츠가 연주해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2005년 미국 연방의회는 이 곡을 국립음반목록 50대곡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여름날의 정취를 듬뿍 담은 ‘Summertime'이란 곡을 줄리 런던의 노래로 들어보시죠.

Julie London's Summertime

이 곡은 꼭 재즈라고 하기 보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마도 선율 자체가 흥겹고 쉬워서 흥얼거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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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율동 넘치는 목소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재즈 가수인 사라 본. - PHOTO courtesy of Wikipedia (PHOTO courtesy of Wikipedia)

#이번엔 서울에서 활동하는 탈북 음악가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네, 오늘은 미국의 3대 여자 재즈가수로 불리는 사라 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진행자: 3대 재즈가수라면 엘라 핏제럴드, 빌리 할리데이, 그리고 방금 말씀한 사라 본을 말하죠. 어떤 분인지 잠깐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네, 사라 본은 1982년에 제25회 그래미상 여성 재즈보컬 부문을 탔구요, 1989년 그래미상 평생 공로상, 1945년 에스콰이어(Esquire)지 신인상, 그리고 1942년 아마추어 재즈 대회 우승, 빌리 엑스타인 빅 밴드 창단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1942년 아마추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경연에서 일등을 했는데, 좀 더 설명해주실까요?

김철웅: 네, 사라본은 1942년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열린 신인 재즈가수 대회에서 18세의 나이에 우승을 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당시 사라의 재능을 눈여겨본 재즈싱어 빌리 엑스타인(Billy Eckstine)은 자신이 재즈 가수로 있던 '얼 하인즈(Earl Hines) 빅밴드에 사라를 추천했고, 이듬해 4월 그녀는 얼 하인즈 악단의 대리 피아니스트 겸 가수가 됩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빌리 엑스타인은 얼 하인즈 밴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악단을 결성하게 되는데 이른바 '빌리 엑스타인 빅밴드' 가 그것이었다. 당시 엑스타인 악단의 구성원은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아트 블래키(Art Blakey) 등으로 이들은 재즈의 새로운 조류인 '비밥'의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었다.

진행자: 청취자 여러분들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찰리 파커는 1930년대 이후 재즈계의 최고 색소폰 연주자였고, 디지 길레스피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는 길레스피의 뒤를 이어 재즈사의 큰 획을 그은 트럼펫 연주자이고, 아트 블레이키는 재즈 드럼의 혁명을 가져온 인물이죠.

김철웅: 네, 엑스타인은 여기에 사라 본까지 영입하게 되는데, 결국 사라 본 역시 모던재즈의 영향권 속에 필연적으로 놓이게 되었고, 이 때문에 사라 본은 모던재즈의 거장들과 가장 많이 협연한 재즈 가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라본은 음색이 남성처럼 두껍지만 박자감 때문에 곡을 듣기만 해도 절로 흥이 나는데요. 어떤 곡을 오늘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네, 오늘은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 그러니까 ’연인의 협주곡‘이 되겠네요. 가사를 소개해드리면, <들판 위에 살포시 떨어지는 빗방울은 너무 부드럽고 나무 높이 새들이 사랑의 노래를 꽃들에게 들려줍니다. 언덕 위에 밝은 빛깔의 무지개를 보아요. 오늘 신비스러운 힘이 우리를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이젠 오늘부터 영원히 당신의 사랑이고요. 부드럽게 사랑해주세요. 당신에게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

진행자: 네, 가사도 선율도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곡인데요. 저희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좋아하실 곡이죠?

김철웅: 노래가 쉽고, 선율도 금방 따라 하기 쉽고 저희 청취자들도 흥얼거릴 것 같네요. 진행자: 자, 그럼 사라본의 ‘A Lover's Concerto'를 감상하시면서 오늘 순서 마칩니다.

Sarah Vaughn's A Lover's Concer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