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자유의 음악’이라 불리는 재즈를 감상해보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재즈의 명연주인을 탐험해보는 순서, 오늘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로 이름을 떨쳤던 스탄 게츠(Stan Getz)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색소폰 연주라고 하면 날카롭고 고음의 연주를 연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스탄 게츠가 부는 색소폰 연주는 유달리 따뜻하고, 감미로우며 서정적인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즈 비평가들은 그를 가리켜 “가장 위대한 재즈 색소폰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스탄 게츠는 정통 재즈보다는 남미 브라질의 전통 음악인 삼바에 상쾌한 재즈 선율을 가미한 ‘보사노바’ 재즈로 유명합니다. 사실 1960년대 중반 미국 전역에 보사노바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 바로 스탄 게츠였습니다. 오늘 첫 곡으로 스탄 게츠가 연주한 보사노바 재즈인 'Desafinao', 한국어론 ’엇 박’이란 뜻의 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Stan Getz's Desafinado
스탄 게츠는 1927년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릴 때 전 과목에서 수를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 했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관심 있던 과목은 음악이었습니다. . 그래서 그는 눈에 띄는 악기란 악기는 모조리 연주해 보았다고 하는데요. 그의 나이 13살 때 아버지가 색소폰을 사다준 뒤 이 악기에 심취해 하루에 8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맹연습 덕에 스탄 게츠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명연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불과 16살의 나이에 그는 당시 유명한 잭 티어가든 재즈 악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잭 티어가든 악단 말고도 당시 ‘스윙의 왕’이라고 부르던 베니 굿맨과 클라리넷 연주자인 지미 도시가 이끌던 악단에서도 맹활약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는 1950년대 당시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오스카 피터슨이나 호레이스 실버, 트럼펫 주자인 디지 길레스피 등과 협연을 하면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하지만 스탄 게츠의 연주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은 1960년대 찾아왔습니다. 그는 국무부 주선으로 1961년 기타 연주자인 찰리 버드와 함께 브라질로 연주 여행을 했는데 거기서 상쾌하고 경쾌한 보사노바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브라질에는 보사노바의 유명한 작곡가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활동 중이었는데요. 스탄 게츠가 조빔을 만나 일련의 보사노바 재즈곡들을 발표한 겁니다. 특히 1965년 발표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곡이 ‘Girl From Ipanema', 한국어론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란 곡입니다.
Stan Getz's Girl From Ipanema
어떻습니까? 곡도 경쾌하고 선율도 톡톡 튀는 게 듣기 편하지 않습니까? 사실 정통 재즈연주가인 스탄 게츠가 보사노바 재즈로 더 잘 알려지게 된 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손을 잡은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지금 방금 들으신 ‘Girl From Ipanema'과 바로 조빔과의 합작품입니다. 이 곡 하나로 스탄 게츠는 1965년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을 받았고, 미국에서 보사노바 재즈를 유행시켰습니다. 이 곡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는데요. 원래 이파네마는 브라질 수도인 리오 데 자네이로 근처에 있는 유명한 해변 마을입니다. 바로 이 곳에 살던 15살 된 늘씬한 미녀 소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곡가 조빔이 만든 노래가 방금 들으신 '이파네마의 소녀‘입니다. 이번에 들어보실 곡은 요즘 같은 늦가을에 딱 어울리는 ’Autumn Leaves' 한국어론 ‘고엽’이란 곡입니다.
Stan Getz's Autumn Leaves
보사노바 재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60년대 중반 경 미국에는 전자 음악이 중심이 돼 젊은이들 사이에 큰 선풍을 일으킨 록 음악이 한창 선풍이어서 재즈가 점차 설 공간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탄 게츠도 1960년대 후반 한때 재즈를 거의 접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1980년대 들어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해 1991년 타계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연주활동을 했습니다. 그가 생전에 취입한 음반은 2백여 개가 넘을 정도인데요. 그만큼 스탄 게츠는 ‘자유의 음악’인 재즈를 가장 따스하고도 감미롭게 연주한 색소폰 주자로 오늘날에도 미국민의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네, 세르지오 멘데스인데요 브라질 음악인 삼바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세르지오 멘데스 하면 한국에도 좋아하는 분이 많고, 내한공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철웅
: 여러 번 한국에 왔었고, 한국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 많습니다.
진행자: 흔히 ‘삼바’라고 하면 음악보다는 몸을 흔들어대는 브라질풍의 춤을 연상하게 되는 데 북한 청취자들도 이런 삼바 춤을 알까 모르겠네요?
김철웅
: 춤은 몰라도 리듬은 가끔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북한 분들이 아주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북한의 영화 ‘민족과 운명’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그 주제가인 ‘운명의 갈림길’에 쓰인 음악이 바로 보사노바 리듬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자, 그럼 세르지오 멘데스, 어떤 분인지 소개 부탁합니다.
김철웅
: 세르지오 멘데스는 1941년 태어났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르지오 멘데스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이반 린스와 더불어 브라질 음악을 대표하는 3대 거성입니다. 이들 모두 삼바/ 보사노바를 세계인의 대중음악으로 전파하는 데 있어서 공신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음악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많은 인기곡을 가진 인물이 바로 세르지오 멘데스입니다. 그는 리우의 위성도시 니테로이에서 태어나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은 뒤 피아니스트로 일하기 시작하였고, 1962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 본고장의 재즈 연주인들과 공연할 기회를 얻어 현대 재즈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진행자: 세르지오 멘데스가 미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때가 1960년대 아닙니까?
김철웅
: 맞습니다. 그는 1962~63년에는 뉴욕의 재즈 무대에는 한바탕 브라질 광풍이 불던 시기였는데요. 1962년 21세의 나이로 그는 미국무대에 처음으로 진출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브라질 광풍이라면 보사노바를 말하겠지요?
김철웅
: 그렇습니다. 당시 보사노바의 주도자인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이미 1959년 영화 ‘흑인 오르페’의 영화 주제가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세르지오 멘데스는 그 후광을 입었던 셈입니다. 이후 멘데스는 본격적으로 미국의 재즈 연주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알토 색소폰 주자인 캐논볼 애덜리와 합작한 ‘Cannonball's Bossa Nova’는 멘데스의 초기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좋은 자료입니다. 텍스트로 남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오늘은 세르지오 멘데스의 어떤 곡을 들어볼까요?
김철웅
: 오늘은 세르지오 멘데스의 아주 밝고, 경쾌하고, 매력이 듬뿍 담긴 ‘Wave'란 곡입니다.
진행자: ‘Wave' 한국어론 ’물결‘ 또는 ’파도‘란 뜻이 되겠는데요. 가사를 잠깐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네, “함께, 함께, 함께, 함께, 함께, 함께. 당신의 눈에 너무나 가까이 그게 바로 사랑스럽게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마음만이 아는 것이에요. 보는 것의 의미와 원초적인 외로움은 사라져 버려요. 둘이 함께 하나의 꿈을 꿀 수 있을 때는요...”
진행자: 가사도 참 감미롭고, 그에 따른 선율도 아주 경쾌한데요. 이런 보사노바풍의 재즈를 북한 청취자들이 좋아할까요?
김철웅
: 그럼요. 북한 청취자분들이 낯설지 않은 보사노바 음악을 통해 잠시나마 힘겹고 지친 마음을 단방에 날려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