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즐거운 음악과 선율로 여러분을 찾아가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193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스윙 재즈를 자주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 첫 곡은 바로 그런 스윙 재즈의 주춧돌을 놓는 데 크게 기여한 플레처 헨더슨(Fletcher Henderson)이 이끄는 악단이 연주한 곡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헨더슨은 대학에선 화학을 전공했지만 밥벌이를 위해 재즈로 전향한 뒤 그야말로 입신출세한 인물입니다. 그는 1920년 '블랙 스완'(black swan) 즉 검은 백조란 이름을 가진 음반사의 녹음 기사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와 인연을 맺었고, 1922년엔 자기 이름을 딴 재즈 악단을 구성했습니다. 당시 플레처 헨더슨 악단에는 1924년 전설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이 들어왔고, 나중에는 콜맨 호킨스, 돈 레드먼, 로이 엘드리지, 베니 카터 같은 유명 연주인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1930년대의 빅밴드 악단의 부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늘 플레처 헨더슨 악단이 연주할 곡목은 경쾌한 선율의 'Sugar Foot Stomp'란 곡입니다. 여기서 '스톰프'란 뜻은 발을 세게 구르는 춤곡을 의미합니다.
Fletcher Henderson Orchestra's Sugar Foot Stomp
헨더슨은 이처럼 비교적 경쾌하고 선율이 빠른 곡들을 연주하다보니 스윙시대의 재즈 음악처럼 편안하게 춤을 추기엔 적당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헨더슨은 193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스윙재즈의 황제로 불리는 베니 굿맨의 편곡자로 활약하면서 진가를 드러냈는데요. 베니 굿맨의 악단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바로 헨더슨의 멋진 편곡 솜씨가 한 몫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따스하고 감미로운 연주로 스윙 재즈 시대를 풍미한 색소편 연주자인 벤 웹스터가 부르는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이란 곡을 감상해보시겠습니다. 제목을 한국어로 풀자면 '한밤중에' 쯤 되겠네요.
Ben Webster & Oscar Peterson Trio's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
벤 웹스터는 스윙 재즈 당시 같은 악기를 연주한 콜맨 호킨스, 레스터 영과 함께 3대 색소폰 주자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인데요. 기회가 있는 대로 여러분께 이 분의 연주를 종종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계속해서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오늘은 한국 재즈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정식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그는 1970년대 한국에 생소한 재즈가 오늘날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한 분이죠. 진행자: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재즈 연주가이자 미국의 세계적인 연주인들과도 어깨를 겨루는 분이죠. 오늘 어떤 곡인가요?
김철웅: 이 분이 편곡을 했고, 장사익이란 국악 가수가 부른 '희망가'인데요. 북한 청취자들도 이 노래를 알 것 같네요. 지금까지는 청취자 분들이 영어로 된 재즈를 주로 들어왔지만 오늘은 가사도 선율도 귀에 익은 곡을 골라봤습니다.
진행자: 북한사람들도 '희망가'를 많이 아는 것 같네요.
김철웅: 과거 신상옥 감독이 평양에서 신필름에서 초창기에 최서해 작품의 탈출기를 영화화했는데 그 주제가가 희망가입니다.
진행자: 그럼 북한 청취자들도 희망가를 잘 알고 따라 부를 수 있겠네요.
김철웅: 그렇죠.
진행자: '희망가'를 재즈 식으로 편곡돼 부르는 걸 들으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나요?
김철웅: 역시 장르를 뛰어 넘어 접목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한민족의 가요를 가지고 재즈식으로 접목하니까 또 다른 맛을 내줍니다. 원래 희망가는 4박자 리듬의 빠른 박자인데, 이걸 재즈적인 느낌으로 풀어가니까 일제 시절에 나라 잃었던 사람들의 애수,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진행자: 가사를 좀 소개해주시죠.
김철웅: '희망가'가 북한에선 조금 가사를 바꿔 부르는데요. '이 풍진 세상이' 아니고 '이 험한 세상을 만났으니' 식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지금 소개해드리는 곡이 원래 곡의 가사이니까 이걸 들으면 가사가 틀렸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겁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주에 또 다시 꿈같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력에 엄벙 텀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진행자: 이 곡이 따라 하기도 쉽지만 어딘가 처연하고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데 북한 청취자들도 색다른 맛이 있다 하는 느낌을 받겠죠?
김철웅: 네, 북한에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이 곡을 들으면 '야, 희망가를 가지고 이렇게 재즈 적인 화음을 가지고 연주할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을 할 겁니다.
진행자: 맞습니다. 북한 청취자들도 익숙한 곡이다보니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겠네요.
이정식 & 장사익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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