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자유의 음악'으로 불리는 재즈를 만끽할 수 있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재즈의 명연주인을 탐험해보는 순서, 오늘은 '재즈 피아노의 쇼팽'이라는 별명을 지닌 빌 에반스(Bill Evans)를 소개할까 합니다. 빌 에반스에게 그런 별명이 붙은 까닭은 그만큼 그의 연주는 어떤 것을 듣더라도 격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감미롭고도 잔잔한 흥분을 주기 때문인데요. 에반스는 미국에 비밥(bebop), 즉 강한 엇박자와 리듬감에 연주자 개인의 기량이 한껏 가미된 현대 재즈가 풍미하던 1950년대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70년대까지 주옥같은 명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에반스는 연주할 때면 피아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고 구도하는 듯 피아노 건반 위에서 유유히 연주하는 모습이 늘 인상적인데요. 그럼 우선 그의 명곡 가운데 하나인 'Waltz for Debby'란 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Bill Evans' Waltz for Debby
이 곡은 원래 1956년 에반스의 첫 앨범인 에 들어있었지만 일반에 널리 알려진 때는 1961년 베이스를 맡은 스코트 라파로(Scott LaFaro)와 드럼을 맡은 폴 모션(Paul Motion) 등 세 사람과 함께 연주한 동명의 앨범이 나왔을 때입니다. 빌 에반스는 1929년 8월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에반스는 12살 때부터 피아노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었고, 음악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재즈보다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1950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1살 때 당시 유명한 재즈 가수였던 빌리 할리데이와 함께 연주 여행을 하면서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기량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에반스가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화려한 삶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재즈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 진출해 당대의 유명한 재즈 연주인들과 교류하면서부터인데요. 그러다 1958년 당대 최고의 트럼펫 주자였던 마일스 데이비스에 눈에 띠어 그의 악단에 들어가면서 에반스는 재즈 피아노계의 기린아로 이름을 굳힙니다. 그럼 여기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한 'Blue in Green'이란 곡을 감상해보시죠.
Bill Evans' Blue in Green
지금 들으신 곡은 역대 최고의 재즈 앨범으로 꼽히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에 삽입된 것인데요. 트럼펫의 마일스 데이비스와 색소폰의 존 콜트레인의 연주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에반스의 간주가 참 멋들어지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데요. 이처럼 마일스 데이비스 악단에서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에반스는 1950년대 말부터 재즈 트리오, 즉 3명으로 이뤄진 악단을 만들어 '빌 에반스 트리오'로 활약하며 전성시대를 맞이합니다. 에반스는 베이스의 스코트 라파로, 드럼의 폴 모션과의 긴밀한 교감을 통해 1961년에 'Portrait in Jazz'와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등 재즈사에 찬연히 남을 명반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들어보실 곡은 빌 에반스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드럼, 즉 북을 쇠붓으로 긁어대는 폴 모션의 연주가 일품인 'My Foolish Heart' 한국어론 '어리석은 내 마음'이란 곡입니다.
Bill Evans's My Foolish Heart
빌 에반스의 연주 기법은 생전에 수많은 재즈 피아니스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그 가운데는 허비 행콕을 비롯해 키스 자렛, 칙 코리아, 브래드 멜다우 등 현대 재즈의 거장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빌 에반스를 추모해 만든 음반이 무려 28개나 나온 것도 빌 에반스가 얼마나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에 무려 31번이나 지명됐고, 그 가운데 7번을 수상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곽윤찬 씨를 소개할까 합니다.
진행자: 어떤 분입니까?
김철웅: 네, 곽윤찬 씨는 1968년 태어났고, 현재는 나사렛대학교 교수로 있습니다. 재즈로 유명한 미국 버클리음악대학에서 재즈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2000년 1집 앨범 Sunny Days로 수상했고, 2007년 제1회 <재즈 피플>이 독자를 상대로 실시한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전문 음반업체하면 '블루노트'를 꼽을 수 있는데요. 곽윤찬 시시는 바로 이 블루노트와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녹음을 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분이죠.
김철웅: 네, 맞습니다. 곽윤찬 씨는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블루 노트 아티스트로 선정되면서 한국 재즈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이미 90년대부터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재즈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 분이 어릴 때부터 재즈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나 보죠?
김철웅: 실은 유난히 재즈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재즈를 접했다고 하네요. 그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악보에 그려진 대로 연주하는 정형화된 연주대신 변주하는 즐거움을 터득했고, 그 즐거움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는데요. 진행자: 사실 재즈는 정형화된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는 클래식과 달리 악보 이외 즉흥 연주를 하는 게 특징이죠.
김철웅: 네. 곽윤찬은 추계예대 작곡과 재학 중 일본으로 건너가 1989년 도쿄 뮤즈음악원을 졸업한 후 도미하여 1993년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의 산실인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였습니다. 1996년 귀국 전 버클리 공연센터에서 '곽윤찬 트리오'를 개최하여 큰 호평을 받았으며, 키스 쟈렛의 스승이었던 레이 산티시는 '버클리 학생 중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평하였습니다. 또 1996년 귀국 후 다양한 연주 활동으로 국내외 여러 뮤지션들과 교류를 쌓았습니다. 세계적인 트럼펫 주자 척 맨지오니, 미국의 색소포니스트 데일 필더, 일본의 재즈 가수인 게이코 리 등과 연주하였으며 1999년에는 한국을 대표해 한미일 재즈페스티벌 등 큰 무대에 서왔습니다.
진행자: 지금 말씀해주신 대로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쟁쟁한 재즈 연주인들과 실력을 나란히 겨뤄왔는데요. 오늘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곽윤찬 씨는 신앙심도 아주 깊은 분인데요. 찬송가인 'Amazing Grace' '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재즈로 편곡한 곡입니다. 일단은 멜로디가 친숙하구요. 가사가 주는 여운이 누구에게도 신앙에 대한 숭고함을 주게 만드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이 곡은 원래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인 존 뉴튼이 만들었는데요. 이 곡은 느릿한 풍의 감미로운 선율이 특징인데요. 또 이걸 부르다보면 은혜로운 마음이 드는데요. 이걸 재즈적으로 편곡해 연주했다니까 궁금하네요.
김철웅: 약간 빠른 스윙리듬을 타면서도 흑인들 특유의 영가적인 맛도 내는데 그 가운데 신앙의 숭고함까지 주고,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진행자: 그 많은 곡 가운데 유독 이 '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택한 동기라도 있나요?
김철웅: 어찌보면 이 곡이 저의 신앙고백과도 같습니다. 제가 처음 교회에 나간 게 피아노가 있다는 걸 알고 갔거든요. 그럴 때 처음으로 피아노에서 친 곡이 바로 'Amazing Grace'입니다. 저도 역시 이 곡을 변주해 편곡한 게 있지만, 저희 북한 청취자들이 이런 곡을 듣다보면 좀 더 자기 자신의 인간의 무력함과 함께 신앙심도 생겨나지 않을까 해서 이 곡을 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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