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율동과 선율이 담긴 재즈로 여러분을 찾아가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1930~40년대 미국에 이른바 춤바람을 몰고 온 스윙 재즈와 함께 당시 널리 인기를 끌었던 곡 등을 들려드리겠는데요. 오늘 먼저 듀크 엘링턴 악단이 작곡했고, 천재 재즈 연주인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이 노래한 'Don't Get Around Much Anymore'란 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암스트롱이 전반부에 흥겨운 트럼펫을 연주한 뒤 신명하게 노래하고, 엘링턴의 피아노 반주도 일품입니다.
Duke Ellington's Don't Get Around Much Anymore
스윙 시대에는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외에도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색소폰과 같은 악기를 10여명의 연주자가 담당해 소규모 악단을 구성한 '빅밴드'가 주류를 이뤘는데요. 듀크 엘링턴은 바로 그런 빅밴드 재즈의 위대한 작곡가로서 수많은 인기곡을 내놓는데요. 'Don't Get Around Much Anymore란 곡도 그런 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분, 재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리듬, 즉 율동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걸 느낄 수 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930년대 스윙시대를 주름잡은 빅밴드 악단을 이끌던 토미 도시와 지미 도시 두 형제의 실화를 담은 'Fabulous Dorseys', <전설의 도시 형제>란 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한 대목을 보면 토미와 지미, 두 형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연주하던 시골 동내의 조그만 무도회에서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두 형제가 연주한 곡은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메기의 추억'이란 월츠 곡인데요. 우선 동생 토미가 트롬본으로 연주하는 전반부를 들어보시죠. 연주 도중 도시 형제의 부모가 두 아들의 멋진 연주를 칭찬하는 대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Jimmy & Tommy Dorsey's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그런데 이걸 들으면 구성지긴 한데 어딘가 흥겨운 맛은 없지요? 실제로 영화를 보면 무도회에 나온 손님들도 이 곡에 맞춰 춤을 추긴 하는데 흥은 별롭니다. 그러자 토미가 2절부턴 단조로운 곡의 리듬을 이번엔 재즈적으로 변주합니다. 그러자 무도회도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손님들도 대만족입니다. 방금 들으신 곡이 이번엔 재즈로 변주돼 나옵니다.
Dorsey Brothers'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jazz style)
어떻습니까? 같은 곡이지만 앞서 들었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 다르지요? 바로 이게 재즈의 생명인 리듬, 즉 율동감이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던 흥겨움과 신명을 끄집어냈기 때문인데요, 바로 이런 점이 재즈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엔 페기 리(Peggy Lee)라는 재즈 가수가 부른 'Love Me or Leave Me' '절 사랑하든가 아니면 떠나든가'라는 경쾌한 재즈 리듬의 곡을 들어보시죠.
Peggy Lee's 'Love Me or Leave Me' ~
이번엔 탈북 피아니스트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시간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곡을 들려주실까요?
김철웅: 오늘은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These Foolish Things'를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특별히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이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고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목석과 같다고 할 정도로 목소리에서 재즈의 가장 진함이 묻어난다고 볼 수 있는 그런 가수다.
진행자: 맞습니다. 정확한 곡명은 'These Foolish Things Remind Me of You' 즉 '이 부질없는 것들이 당신을 생각나게 해요'라는 곡인데요. 빌리 할리데이가 부르는 노래는 어딘지 모르게 슬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조 섞인 감정이 묻어나는 그런 가수죠.
김철웅: 그렇죠. 외국인이 우리의 판소리나 창을 들으면서 희안한 표정을 짓듯이 누구나 할리데이의 음성에서 그 절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할리데이의 목소리에서 이런 애절함,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데는 아무래도 그녀의 기구한 성장환경과도 연관이 있죠?
김철웅: 그렇죠. 빌리 할리데이는 어릴 때부터 성폭행과 감옥 등 여러 가지 난관을 거쳤지요. 할리데이는 우연치 않게 일자리를 찾으러 극장에 갔다가 처음엔 극장주보고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했지만 춤은 못 추고, 그래서 대신 노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노래를 했는데 그 순간 바(bar)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고 정적이 흘렀을 정도로 잘 불렀다죠. 그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그의 음성의 애절함에 감탄한 거죠.
진행자: 그 날 이후 할리데이의 인생이 달라졌죠?
김철웅: 그렇죠. 그 날 이후 할리데이는 유명한 가수로 활약했습니다. 당시엔 많은 인종차별이 있어 활동을 하면서도 인종차별을 많이 느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희망을 노래하고, 여러 인종차별 속에서도 노래 하나만을 인생희망으로 삼고 살아온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음악이란, 재즈란 얼마나 사람에게 자유와 낭만을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진행자: 많습니다. 많은 재즈 평론가들이 할리데이는 오직 노래할 때만 행복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을 정도로 삶 자체가 고단한 인생이었죠. 그럼 김철웅 씨가 고른 빌리 할리데이의 'These Foolish Things'를 들으시면서 이 시간 마칩니다.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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