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선율이 담긴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재즈, 재즈, 재즈> 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20세기 들어서 미국에서 흑인에 의해 처음 생긴 재즈는 시대적 변천에 따라 여러 형태의 재즈를 낳았습니다. 이를테면 1930년대엔 10여명 위주의 연주자들이 집단 연주를 통해 율동감 넘치는 재즈를 연주했는데 흔히 이걸 스윙 재즈라고 합니다. 스윙재즈가 집단 연주에 초점을 맞췄다면 1940년대 중반부터는 기량이 뛰어난 개인 연주자들이 여러 명의 다른 연주자와 함께 모여 작게는 3인조에서 많게는 7인조까지 소규모 밴드를 구성해 연주한 ‘비밥’(beboop) 재즈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특유의 율동감과 선율감 때문에 듣는 이를 흥분시키는 비밥 재즈는 그 때문에 ‘뜨겁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hot'이란 말이 앞에 붙어서 ’hot jazz'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밥과 대조적으로 흥분이 다소 절제된 가운데 주로 백인 연주인들이 연주한 ‘쿨 재즈’(cool jazz)가 1960년대 들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오늘 첫 곡으로 대표적인 쿨 재즈 한 곡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피아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루벡(David Brubeck)이 이끄는 4인조 악단이 연주하는 'Take Five'란 곡입니다.
Dave Brubeck Quartet's Take Five ~
어떻습니까? 이 곡을 들어보시면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가 들리는데요. 이걸 연주한 사람은 폴 데스몬드(Paul Desmond)인데요.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피아노의 반복적인 리듬과 감미로운 색소폰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곡은 1959년 선 보인 뒤에 즉각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어 많은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널리 쓰였습니다. 이 곡은 재즈에서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4분의 5박자라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Take Five'란 제목도 바로 이런 특징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번엔 엘라 핏제럴드와 함께 ’재즈의 여왕‘이란 소리를 들었던 사라 본(Sarah Vaughn)이 부르는 'Lullaby of Birdland'란 곡을 들어보시죠.
Sarah Vaughn's Lullaby of Birdland ~
이 곡을 들으시면 특유의 사라 본이 부르는 노래의 율동감 때문에 어깨춤이 절로 나실텐데요. 노래 한 소절이 끝난 뒤 사라 본이 흥얼흥얼하는 소리를 들으셨을 겁니다. 통상 재즈에서는 원곡을 연주한 뒤에는 원곡에 있는 화음을 따라 즉흥 연주를 하지만 재즈 가수의 경우엔 목소리를 이용하는데요. 이걸 스캣 송(scat song)이라고 합니다. 사라 본이 흥얼거린 게 바로 스캣 송인데요. 사실 ‘스캣 송’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진짜 재즈 가수로 칩니다. 이 곡은 원래 1952년 영국의 맹인 재즈 피아니스타인 조지 시어링(George Shearing)이 작곡했는데요. 여기서 ‘룰러비’(lullaby)란 자장가를 뜻하구요. ‘버드랜드’(Birdland)란 뉴욕에 있는 유명한 재즈클럽의 이름인데 특히 ‘ 버드(Bird)' 란 미국 재즈사에 영원한 금자탑을 남긴 천재 색소폰 주자였던 찰리 파커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곡의 제목을 풀면 ’버드랜드의 자장가‘란 뜻이 되겠네요.
이번엔 탈북 피아니스트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철웅 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주실 분은 누군가요?
김철웅: 오늘은 엘라 핏제럴드란 여성 재즈 가수입니다. 1917년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3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유명한데 그만큼 음력이 풍부하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에선 옥타브를 한 돌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건반상에서 한 도에서 다른 도, 또 다른 도 등 3개의 도 사이를 오고가는 음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다보니 재즈 여왕이라는 별명도 있을 만큼 유명합니다. 핏제럴드는 1934년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아마튜어 노래대회에서 1등을 해서 칙 웨브가 이끄는 밴드의 전속 가수가 됐습니다.
진행자: 이 분이 이끄는 빅밴드, 악단이 사실은 토미 도시, 지미 도시, 베니 굿맨이 이끄는 악단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김철웅: 그렇죠. 핏제럴드는 1938년 'A Tisket, A-Tasket'란 곡으로 명성을 떨쳤구요 1939년 칙 웨브 악단에서 독립해 활동했는데 빌리 할리데이 이후엔 최고의 재즈 가수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진행자: 그럼 너무도 유명한 재즈 가수인 엘라 핏제럴드는 사실 상당히 많은 곡을 불렀는데 오늘은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오늘 들려드릴 곡은 ‘The One I Love Belongs To Someone Else'란 곡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애인이에요‘라는 뜻인데 1956년 영화 ’I'll See You in My Dreams'에도 사용됐습니다. 그 뒤로도 이 곡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려졌는데요. 오늘 곡도 스윙적인 감각을 들으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진행자: 이 곡의 가사를 좀 소개해주시죠?
김철웅: 가사를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속하였네. 그녀의 부드러운 노래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네. 심지어 내가 내 팔을 그녀에게 벌렸을 때라도 그녀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강렬하다는 것을 아네...’
진행자: 그런데 이 분의 노래를 들으면 원곡을 부른 뒤 목소리를 통해 즉흥적으로 선율을 만들어내는 스캣 송을 잘 하시는데. 클래식 음악을 하는 분으로서 어떤 느낌이 듭니까?
김철웅: 재즈만이 가지고 있는 묘미라고 보구요. 핏제럴드처럼 음악적 재능을 가져야 나올 수 있는 뛰어난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 재즈, 재즈>, 엘라 핏제랄드의 ‘The One I Love Belongs To Somebody Else'를 들으시면서 마쳐야 할 시간인데요. 여러분 다음시간에도 흥겨운 재즈로 찾아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