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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들의 직업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단순 노무자에서 한의사나 교수 같은 전문직 종사자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요.
그중에는 회사나 단체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업 즉 창업을 원하는 탈북자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탈북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창업 즉 전자상거래 사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은 집에 필요한 물건이나 식량을 살 때 국영상점이나 장마당에 가서 사는 것이 보통일 텐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직접 시장에 가지 않고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인테넷을 통한 방법인데요. 남한에서 탈북자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 정보문화진흥원 박문우 과장에게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간단한 설명부터 들어보시죠.
박문우: 쉽게 얘기해서 오프라인 즉 고객이 매장을 찾아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매장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사고팔게하는 것이 인터넷 온라인 창업니다.
좀 이해가 되셨습니까? 북한 장마당에서 매대를 꾸미듯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 자기가 팔려는 상품의 사진을 찍어 쭉 올려놓으면 소비자는 집에서 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그 물건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주문합니다. 그러면 파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대금 결제를 하고 물건을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남한에서 인터넷 거래는 직접 시장에 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거래 행위가 됐습니다.
박문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창업은 일반화돼 있습니다. 실제로 팔리는 물건 거래 실적이 전체 규모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에서 사고,파는 것만큼이나 온라인상에서 거래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활발하게 돼 있습니다.
인터넷에 가상공간을 꾸며 장사를 시작하는 일을 온라인 창업이라고 합니다. 남한에는 탈북자가 많은 정보를 얻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또 인터넷을 이용해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국청년정책연구원입니다.
지난 3년간 탈북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온라인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창업 지원과의 라일엽 부장에게 탈북자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라일엽: 시장을 체험하는 경제교육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교육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면 사업 품목을 잡는 방법, 계획서 쓰는 법, 시장조사가 뭔지 일반적인 사항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교육받은 내용으로 외부에 나가서 실습하고 그런 과정이 모두 끝나면 팀을 구성해서 품목을 정해 사업 구상을 하게 됩니다.
교육은 3개월가량 하고 실제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1개월 해서 총 4개월 이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대상자는 탈북 대학생과 청년에 맞춰 주로 20대가 온라인 창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 단체에서는 그동안 매년 10명 정도가 온라인 창업 교육을 받았고 3팀이 창업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 가게를 차리기 위해 들어가는 자본금은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3천 달러에서 5천 달러 정도가 들어갑니다. 현재 온라인 창업을 한 탈북자가 파는 품목은 옷, 천연비누, 가방입니다. 옷에는 귀여운 반달곰 그림 도안을 넣었고 비누는 화학제품이 아니라 몸에 좋은 자연 식물을 주원료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가방은 북한주민들에게 친숙한 너구리 그림을 도안한 천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한순간 사장이 된 이들은 모두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입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시간을 쪼개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마당 매대에서 물건을 팔듯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되기에 가능한 겁니다.
라일엽: 본인이 수시로 접속을 해서 확인하고 판매량, 주문량, 배송 일자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고객의 희망에 맞춰 상품 포장을 하고 배송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문을 열고 저녁에 문을 닫는 그런 가게가 아닌 24시간 열려 있는 가게라고 보면 됩니다.
너구리 그림을 넣어서 가방을 만든 주인공은 탈북여성 박예진(가명) 씨입니다. 상표 이름은 ‘라쿤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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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쿤은 미국말로 너구리이고 빽은 가방을 뜻합니다. 박 씨는 청진이 고향으로 2003년 남한에 가서 보육교사와 식당일 사무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남한 생활을 배웠습니다. 북한에서 동양자수를 전공했기 때문일까 남쪽의 다양하면서 화려한 옷에 관심이 끌렸고 가방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박예진: 처음부터 가방은 아니었고 의류나 장식품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할 수 없어서 설문지를 작성해 돌렸습니다. 대학가와 주변 분들 그리고 아파트 등에서 설문지를 돌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제가 나름대로 좀 특색있는 가방을 하려고 했습니다. 가방 디자인을 따로 배운 것이 아니라 잡지나 텔레비전 등을 보면서 스스로 터득한 겁니다. 가방에 완전히 푹 빠져서 앉으나 서나 가방 생각밖에는 안 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모은 자료를 보면서 승부가 안 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 신제품 사진을 보면 바로 시장에서 그 가방이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탈북자가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나 기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인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결코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박 씨도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시장 조사를 하고 자료를 수집했고 연구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상공간에 자기 가게를 꾸밀 수 있었습니다.
박예진: 처음에는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장님이나 회장님을 보면 특별한 사람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 공부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거리에서 보는 전단도 빠지지 않고 보면서 배우고 싶은 것은 무료 교육을 통해 다 배웠습니다. 다행히 교육이 주말에 있어서 가능했었죠.
온라인 창업의 선구자라고도 말할 수 있는 탈북자는 오세혁 씨입니다. 오 씨는 시장에서 상인들과 흥정을 하면서 자신이 가상공간인 온라인에서 판매할 상품을 고르고 그 제품에 반달곰의 그림을 찍어서 팔고 있습니다. 그는 온라인 창업의 매력과 어려움을 이렇게 말합니다.
오세혁: 좋은 점은 저렴한 창업비라고 볼 수 있고 불리한 점은 아무래도 완전 경쟁을 해야 하니까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돕는 이들은 많은 수의 탈북자가 자기 사업을 했다가 실패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친절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상품을 한 번 팔면 그만이지가 아니라 그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보문화진흥원 박문우 과장은 온라인 창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박문우: 인터넷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파는가 하는 겁니다. 경쟁력 있는 상품 선택이 관건입니다. 컴퓨터를 잘 사용하는가 못하는 가는 둘째 문제입니다. 탈북자가 국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실용교육 즉 남한 사람들만큼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교육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창업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탈북자분들이 무엇을 팔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최근 탈북자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인터넷 온라인 창업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는 이진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