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의 직업사전을 보면 1만3,500개 이상의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 원래 직업은 산업이 첨단화되고, 과학화되고,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남한의 음식점 배달원이란 직업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맥도널드 홈서비스입니다. 네, 저희 서비스 이용이 처음이십니까? 그러시면 주소입력 후에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주소가 무슨 동이십니까?
방금 들으신 것은 맥도날드라는 햄버거 가게에서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고객과 직원이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였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은 맥도날드, 홈서비스 등 절반은 영어가 섞여서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해 맥도날드라는 이름의 서양식 음식점은 지난해 말 평양에 문을 연 ‘삼태성 청량음료점’과 같은 곳입니다. 다진 고기빵과 구운 빵지짐 등을 음료와 함께 파는 곳입니다. 한가지 다른 것은 남한에선 손님이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하지만 집에서 전화로 원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음식 배달원이란 직업이 남한에는 얼마나 될까? 남한의 직업 전문가 김준성 씨의 말을 들어봅니다.
김준성: 최근 한국의 10대 20대들의 식생활 문화가 바뀌면서 햄버거 배달뿐만 아니라 치킨을 배달해 먹는다든지 이렇게 소비자를 찾아가서 영업하면서 생활하는 직업군이 상당히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역동적이면서 기회의 공간이 많은 활력이 넘치는 나라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남한 생활 8년 차로 평안남도 덕천이 고향인 탈북자 김병재(48. 가명) 씨는 맥도날드 식당의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 시간 1시간을 빼면 11시간은 쉴 틈이 거의 없다며 자신이 하는 일을 들려줍니다.
김병재: 가격이나 개수와 상관없이 한 개 제품이라도 배달을 합니다. 어쨌든 손님이 원하는 데로 해주는 겁니다. 햄버거 배달은 집에도 배달되고, 회사 배달도 되고요. 배달 일 한 지 1년 반 정도 됩니다.
김 씨가 주로 배달하는 음식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청량음료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묶어서 남한 돈으로 5천원 안팎 미국 돈으로 하면 약 4달러입니다. 북한엔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햄버거를 남한의 젊은이들은 많이 먹습니다. 북한을 떠나기 전까지 햄버거가 뭘 말하는지 전혀 몰랐던 김 씨는 아직도 대부분의 북한 사람은 햄버거가 생소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병재: 남한에서 햄버거를 알았지 북한에선 몰랐습니다. 그 말 자체를 몰랐습니다. 빵을 하나 아래 놓고 그 위에 야채, 고기 간 것(햄) 놓고 다음에 빵을 얹은 것이라고 하면 알아들을겁니다. 여기 와서 햄버거를 알았고 탈북자들이 고기 겹빵이라고 말하는데 북한엔 그 말 자체를 모릅니다.
남한에선 예전부터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하면 보통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인 자장면이나 짬뽕 등을 떠올렸지만 90년대 들어서 그 종류가 더 다양해져 피자 즉 서양식 부침개 또는 닭튀김을 시켜 먹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음식점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습니다. 햄버거도 매장을 직접 찾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또는 편리를 위해 전화 주문을 하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김병재: 사람이 다양하잖아요. 학생은 학교 갔다 와서 햄버거 하나라도 먹고 학원가는 아이도 있고 한데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햄버거 감자튀김 이렇게 시키면 배달을 해주고 여기선 제품 하나 당 원가에 한 10%에서 15% 정도 배달 가격이 붙습니다. 그러니까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에 좀 차이가 있죠.
김 씨는 몇 차례 직업을 바꿔가며 일해 봤지만 차 운전은 일이 없을 때는 쉬어야 했고 또 서울의 교통이 어딜 가나 거대한 주차장처럼 차가 막혀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운전을 하느라 식사 시간을 거를 때도 많았고 항상 사고의 위험 때문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편의점 일을 할 때는 실내에서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에 비해 보수가 적고 힘들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음식 배달은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항상 외부로 나가기 때문에 지루할 겨를이 없습니다. 특히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괜찮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일하다 보면 또 하루가 갑니다.
김병재: 처음엔 시간제로 일했는데 130만원을 받았습니다. 내 나이에 일자리 찾기도 어렵고 하니까 하자 했는데 하면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서 하다 보니 160만원에서 190만원까지 나왔습니다. 지금은 180만원에 맞춰 일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한 달 수입이 미국 돈으로 1천 600달러 정도 된다면 말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직업인 햄버거 배달원. 기자는 구직자인 양 김 씨가 일하는 직장의 다른 매장에 전화해 월급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사항을 매장 지배인에게 문의해봤습니다.
직원: 시간은 오전 오후가 있고 주 6일 이상 근무하면 한 120만원에서 130만원 정도 받습니다.
기자: 배달 사원 하면서 승진도 있습니까? 정직원은 아니죠?
직원: 아르바이트입니다. 잘하면 정기급여 인상도 있고 저희가 시급으로 주는데 많지는 않지만 시간당 50원에서 100원 정도 올려줄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죠. 시간을 보장하고 월급을 받으니까요.
기자: 시급이면 시간당 얼마인가요?
직원: 5,200원입니다.
기자: 제가 오토바이를 못 타는 데 걸어서 배달하나요?
직원: 그러면 안돼요. 오토바이 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탈 줄 알아야 합니다.
기자: 어떤 면허증이 있어야 합니까?
직원: 원동기 면허증 이상 있어야 해요.
남한에서는 최대한 빨리 음식이 손님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라도 걷지 않고 주로 50cc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일을 합니다.
취업 담당자들은 구직자가 직업을 찾을 때 능동적이고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남한에 간 탈북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직업 전문가 김준성 씨에게 직업을 찾을 때 명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다시 들어봅니다.
김준성: 우리가 직업을 구할 때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은 지나친 편견에 치우치지 말고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조금 힘들더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일하는 태도가 긴요하겠고 또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또한 역동적인 직업 설계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직업을 구할 때 전통적인 직업 예를 들면 의사, 공무원, 교사 이런 직업이 안정적이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의사가 많아져서 이분들이 개인 병원을 차렸을 때 옛날처럼 많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인구가 감소하면서 초등학교 교사의 미래직업 수요도 가변적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변하고 유망한 직업은 돌고 돈다는 생각으로 직업설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햄버거 배달원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