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대부분의 나라는 자국의 상품과 자본, 정보 등을 다른 나라와 맞바꾸면서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그 대세의 흐름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고 그 구성원도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또는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직업을 해외에서 찾기도 합니다.
오늘은 함경북도 출신으로 미국 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탈북여성 황경희 씨의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황경희: 이제 나도 됐구나 싶은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인터넷에 오른 다른 사람의 합격자 후기를 보면서 부러워 했는데 나도 됐구나.
남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40대의 황경희 씨는 지난 3월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제 황 씨는 미국 병원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남한에선 미국과 영국, 중동 등 간호 인력이 부족한 나라의 간호사 자격시험을 보고 취업이민을 하는 것이 인기입니다. 특히 미국은 간호사의 보수가 좋고, 은퇴 연령이 남한보다 길어 해외 취업을 하고자 할 때 선호하는 나라로 알려졌습니다.
황 씨가 남한에서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굳이 말도 안 통하는 미국을 선택해 오겠다고 한 것은 분명히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황 씨가 3년 전 자유아시아방송과 했던 회견 내용 잠시 들어봅니다.
황경희: 저는 솔직히 간호사가 싫어서가 아니고 여기서 만족이 안 되네요. 처음에 시작할 때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겠다 해서 시작을 했지만 지금도 생각을 하는 것이 공부를 좀 더해서 미국에 간호사로 취업할까 생각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거든요.
자신의 계획보다 2년이란 기간을 단축 시켜 목적을 달성한 이 여성은 북한에서는 6년 군 복무를 마치고 회계원으로 일했던 황경희 씨. 탈북해 남한에 가서는 간호사란 직업을 선택해 대학 졸업 후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가 됩니다. 하지만 황 씨는 가사일과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황경희: 일하면서 몸이 피곤해서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없었고 또 아이를 봐야 했기 때문에 병원을 잠깐 쉬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영어로 된 강의를 온라인으로 돈 내고 영어로 하는 미국 간호사 시험 수강을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야 직접 가서 강의를 들으면 됐지만 부산에 사는 황 씨는 먼 서울까지 갈 수 없어 컴퓨터를 통해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혼자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했습니다.
황경희: 내가 과연 강의를 들으며 혼자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혼자 할 수 있다고 맘먹고 온라인 강의를 택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하는 경우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듣고 강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 씨가 말하는 온라인 강의를 보충 설명하자면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든 측에 비용을 내면 수강자는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면서 수업받도록 한 학습방법입니다.
황경희: 분량이 많아 1년에 한 번 과정으로 하면 잘하는 겁니다. 다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간호학도 노인간호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간호까지 다양해서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긴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들었던 것은 까먹게 돼서 다시 보면서 정리를 했고 3번 정도 요약하고 반복해 보면서 문제를 풀며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강의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한 남한 사람이 했고 우리말로 했지만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 즉 교재를 읽는 것은 영어로 진행됐습니다. 이제 두 살 된 아기가 있는 황 씨가 본격적으로 미국 간호사 시험 준비를 한 1년 전. 밤에 병원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써야 했습니다.
황경희: 저는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습니다. 모른 것은 부담이었지만 공부 자체가 부담이진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긴 시간을 앉아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애기가 있어서 많은 시간을 쓰진 못했습니다. 보통 강의를 듣는 5-6시간 집중했고 혼자 복습하고 문제 푸는 시간까지 하면 8-10시간은 공부했다고 봐야 합니다.
황 씨는 지난 3월 중순 일본 도쿄에 있는 고사장에서 시험을 쳤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미국 간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침 9시에 시험을 봤다는 황 씨. 시험 내용과 당일 상황에 대해 들어봅니다.
황경희: 컴퓨터 한 대에 한 사람씩 칸막이 책상에 앉아 시험을 보는데 유리벽 밖에는 감독관이 수험생을 지켜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컴퓨터에 문제가 뜨면 풀어야 합니다. 다 객관식 문제입니다. 문제를 끌어다 서로 맞추는 것도 있고 소릴 듣고 맞추는 문제고 있고요. 저는 3시간 반 정도에 시험을 끝냈습니다. 제한 시간은 총 6시간인데 빠른 사람은 2시간 반에도 나갑니다. 문제를 75문항 정도 풀었을 때 75% 이상 맞추거나 60% 미만의 성적을 내면 컴퓨터 화면이 꺼집니다. 그러니까 75문제 전후로 대충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죠.
시험이 끝나고 직감으로 합격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황 씨. 일단 시험에는 합격했으니 미국에 있는 병원과 연결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적잖은 나이에 시작해 이제 겨우 남한 생활에 정착했는데 이를 뒤로하고 다시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황 씨의 속마음은 뭘까? 그의 답변은 너무도 현실적입니다.
황경희: 지금 일하면서 은퇴연금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20대에서 넣기 시작했지만 저는 그분들보다 20년이 늦었었던 것이죠. 은퇴하고 받는 돈이 많질 않습니다. 미국은 또 한국보다 일할 수 있는 나이가 좀 더 길고, 보수도 많고 저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 공부를 하고 이번에 미국 간호사 시험도 합격을 했기 때문에 언어 문제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문제가 해결된다면 여기에서의 삶보다 더 질 높은 생활을 노후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간호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황 씨는 미국 취업을 위해 이제 곧 영어권 국가로 언어연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항상 인간의 능력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고 믿는 황경희 씨. 그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간호사로서 이웃에게도 베풀 수 있는 삶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당당한 직업여성입니다.
황경희: 꿈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는 인생에 대한 목표와 계획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자신의 미래는 본인이 열심히 꿈꾸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그러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탈북여성 황경희 씨의 얘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