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여름이 되면서 무겁고 칙칙한 색의 옷은 사라지고 가볍고 밝은 색의 옷차림이 거리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옷이 날개’란 말이 있습니다. 몸에 맞는 옷, 옷감도 좋고, 색도 튀지 않아 잘 어울리면 옷 입은 사람의 격을 한층 높여줍니다. 오늘은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만드는 사람 즉 한복 설계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숙: 저는 북한에서 한복을 남이 입은 것만 봤는데 여기 와서 한복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쨌든 한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일하는 탈북여성 이숙(가명) 씨의 말입니다. 한복은 서양 의복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품이 넓어서 옷감의 하늘거리는 맵시를 느끼게 하는 멋스런 옷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주로 의식예복 즉 결혼식이나 환갑, 아이의 돌 같은 행사 때 입는 옷이란 인식이 강하기도 합니다. 4년 전 남한에 입국한 이 씨는 보통 탈북 여성이 단순 노무직 부류의 일을 하는데 자신은 한복 만드는 기술을 익혀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이숙: 바느질보다 식당일 한다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바느질은 좁은 공간에 앉아서 갇혀 하는 일처럼 보이고 식당일은 하루일 끝나면 힘들어도 그릇이나 씻고 파나 썰고 하니까 근심이 없잖습니까 하지만 바느질은 실수도 할 수 있고 신경 써야 하니까 사실 머리가 좀 아픕니다. 그런데 일단 배워두면 70살까지 일할 수 있잖아요. 평생 용돈 벌이는 할 수 있습니다.
이 씨가 한복과 인연을 맺은 것은 같은 고향 친구가 한복 회사에서 옷 포장 하고 마무리 손질을 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직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얘길 해 친구 소개로 일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림질이나 포장일을 하다가 곁눈질로 기술을 배워서 한복 디자이너 즉 조선옷 설계사가 됐습니다. 북한에선 단색을 많이 입지만 남한은 여러 색을 조합해 입고 무늬도 화려한 것이 특징이라고 남한과 북한 한복의 다른 점을 말합니다.
이숙: 검정색이나 곤색인데 한복은 사람마다 틀립니다. 화려한 옷을 다 만들어 놨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환성이 나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루한 줄 모르고 일합니다.
이 씨가 만드는 한복은 한 벌에 얼마나 할까?
이숙: 대체로 비싼 여자 옷은 100만원 넘어가고 싸면 50-40만원 가는 것도 있습니다. 또 강남이 비싸고 지역마다 차이가 납니다.
기술을 배울 때는 한 달에 40만원 미국 돈으로 350달러 정도 받았지만 기술자 3년 차가 되는 지금은 한 달에 150만원 미국 돈으로 약 1,300달러를 법니다. 바느질이 손에 익고 이젠 손님이 원하는 물건도 척척 만들어 내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집중을 해야 하는 일이 그리 수월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숙: 힘들면 아니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일감은 많은데 시간에 쫓기고 하면 몸이 안따라 가니까 힘들죠. 내 가게를 하면 그때는 근무 시간이 없는 것이죠. 일하는 대로 내가 버는 거니까 그런데 월급쟁이로 회사 나갈 때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단위 시간 내에 일하고 퇴근합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간이 좀 깁니다.
남한에서 한복 설계사가 되는 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한복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해 견습생에서 출발해 기술자가 되는 길이 있고 다음은 전문학원이나 직업훈련학교를 찾아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대학 의상학과를 가서 심도 있게 전통의상을 공부하는 길입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립 한남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옷 만드는 법에 대해 전혀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복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이정자 선생님입니다.
이정자: 아침 9시부터 4시 반에서 5시까지 수업하는 1년 과정의 주간 과정이 있고요. 야간 과정은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6개월 과정이 있습니다.
기자: 학생이 배우는 과목은 어떤가요?
이: 한국 복식과 한복 구성 즉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 두루마기, 당의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전통 의상을 배웁니다.
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대개 1년에 두 차례 있는 ‘한복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봅니다. 이것은 국가 자격시험입니다.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에 도움이 됩니다. 한복 설계사는 남한에서 어느 곳에 취업이 되고 그 보수는 얼마나 될까?
이정자: 수료 후 진로는 일단 한복 의상실이나 매장 또는 바느질하는 쪽으로 취업이 되고 일부는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국가 자격증인 한복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위주로 취업이 됩니다. 보수는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100만원 전후가 됩니다.
경우에 따라 보수가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대략 남한 돈 100만원 전후라고 하면 한 달에 1천달러 정도를 초기엔 받는 다는 말입니다. 수강생의 경쟁률은 2:1정도로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한복을 배우려는 사람의 폭이 넓다고 했습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는 직업학교에서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정자: 교재비 재료비 수강료는 무료입니다. 저희가 우선 선발이라고 해서 생활보호 대상자나 보훈 대상자를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일반인을 뽑습니다.
북한 주민에게도 잘 알려진 텔레비전 연속극 ‘대장금’처럼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인의 한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의정부 포교원 연화사 사찰에선 한복 패션쇼 즉 조선옷 품평회를 열었습니다. 사찰에서 일하는 남궁순은 씨의 말입니다.
남궁순은: 전통 의상인 한복이랑 절을 많이 알리자는 그런 취지로 행사를 했습니다. 배꽃 사이에 무대가 있었는데 야외였고 밤에 이뤄져서 이색적이었습니다. 산사라서 약간 춥기는 했지만 굉장히 좋아들 하셨고 거의 1천명을 초대했는데 일반이 7백명 정도였고 신자까지 하면 1천명이 관람했습니다.
전문적으로 한복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탈북자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배화여자대학 전통의상과 김소현 학과장입니다.
김소현: 학원, 직업학교는 기술, 기능 위주로 가르친다고 본다면 저희는 이론, 색감, 소재 등 전부 포괄해서 학생이 더 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 것이 틀리다고 봅니다.
김 학과장은 직업과 미래를 성공적으로 연결 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이 뭘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늘 이런 말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김소현: 결국 자기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이것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에 따라서 성취를 하는 힘. 결국 우리 문화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가면서 한복이 가지고 있는 다른 옷과의 차별화 또 이것을 세계 속에 어떻게 적용해서 한국적인 미를 보여줄 수 있는지 이런 역할을 학생이 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폭넓게 보라는 얘길 많이 합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한복 디자이너 즉 조선옷 설계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