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중 북한에서 의사였던 사람은 80여 명으로 이 중 10명 정도가 남한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의료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남한의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로 있는 탈북자 이장일(가명.36)씨를 통해 남한의 의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한의 의사 국가고시는 매년 1월에 있고 현재 제74회까지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의사 국가 고시에선 8명의 의사 출신 탈북자가 응시해 이 가운데 3명이 합격했습니다.
북한과는 달리 남한에선 의과대학 6년을 졸업한 사람만 의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고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의사 면허증을 받았습니다. 쉽게 얘기해 대학만 졸업해선 의사로 활동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남한 정부는 2007년 개정된 '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 지원법' 시행령에 따라 의사나 한의사처럼 전문 분야에서 일한 탈북자는 정부가 심사해서 학력이 인정되면 남한에서 별도의 의료기관 수련 과정 없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즉 남한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고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7년 남한에 간 탈북자 이장일 씨는 이 개정법의 수혜자로 남한에서 의과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시험을 볼 수 있었고 합격했습니다.
이장일
: 지금 한국에 있는 병원에서 인턴과정 그리니까 북한으로 하면 생산실습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체험 의사라고 하죠. 그 과정인데 이 과정이 1년이라서 다음 해부터는 레지던트 과정을 거칩니다. 북한으로 하면 전문의사 전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사로 가기 전 단계에 있는 과정에 있는 상태입니다.
평안도에서 5년간 내과의사로 근무했다는 이씨였지만 그도 처음에는 시험에 한차례 떨어지고 두 번째 시험에 합격점을 받아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시험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월에 있었던 의사 시험에는 3천 469명이 응시해 이 중 3천 224명이 합격해 합격률은 92.9%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5년간 통계를 봐도 남한에서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매년 3천명 이상이 응시해 90% 이상이 합격하니 국가시험에 떨어져 진로를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공부하지 않은 탈북자가 단번에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이장일
: 저는 2년 동안 공부했습니다. 혼자 하기는 너무 어렵고 방대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6년제를 졸업해서 그 지식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 공부한 것으로 시험을 본다는 것은 어렵고 북한에서 배운 것은 잊고 여기서 새롭게 출발해서 배운다는 자세로 해야 합니다. 첫해는 뭘 모르고 마구잡이 식으로 공부해서 떨어졌고 두 번째 해는 여기서 한국의 경희대를 졸업한 학생의 도움을 받아서 공부를 쉽게 했다고 봅니다.
남한에서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증이 나오고 일반의가 되지만 대부분이 종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됩니다.
또한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했다고 무조건 인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에서의 성적 그리고 인턴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만 병원에서 인턴을 할 수 있습니다. 인턴 즉 북한식으로 말해 생산실습과정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전 단계라고 이 씨는 말합니다.
이장일
: 인턴이 크게 의학적으로 배우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인턴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도와주는 방조자 역할을 합니다. 하는 일은 환자 처치 정도, 수술이라면 수술 보조자 역할만 합니다. 대학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병원의 진료는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고 병원의 체계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진료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환자에 대한 의사의 태도나 입장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남한의 의사국가고시에 대해 좀 더 소개하겠습니다. 2011년도 제75회 의사 국가시험 내용을 보면 의학총론이 130문항 그리고 각론이 350문항입니다. 이렇게 의사 국가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러지며 총 500문항을 점심 시간 1시간을 포함 총 670분에 걸쳐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 형식은 전부 객관식입니다. 탈북자에게 4개 또는 5개의 보기 중 맞는 것을 고르거나 틀린 것을 찾는 객관식 문제는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이장일 씨는 시험에서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 들어봅니다.
이장일
: 어려웠던 부분은 각 한국의 보건법규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거기서 점수를 많이 깎여서 첫해엔 떨어졌었죠. 제가 북한에서 5년 의사로 일했거든요. 그래서 시험 문제를 확실히 모르더라도 임기 웅변식으로 해답을 얻는 것도 있습니다. 각론은 점수가 좀 나왔지만 총론은 기초가 약해서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어려웠던 것은 시험방법에 익숙하지 못한 것 그리고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의료법규가 어려웠습니다.
인턴과정은 1년으로 한 달씩 다른 진료과 돌며 경험을 합니다. 의사 보조자라고도 볼 수 있는 인턴은 보수를 받는지 그리고 근무 시간은 어떤지도 들어봤습니다. 우선 궁금한 급료부터 알아보죠.
이장일
: 그렇게 적지는 않습니다. 한 200만 원 이상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본인 통장으로 입금되지 않습니까?
이장일
: 그런데 한 달에도 쪼개서 입금됩니다. 그래서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는데 200만 원 이상인 것은 압니다.
기자: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이장일
: 근무 시간이 지정돼 있진 않습니다. 자기가 해야 할 과제 업무량만 해결할 수 있다면 1시간만 해도 되고 2시간만 해도 되고요. 하지만 업무량이 많아서 밤새워 할 때도 있고 능력이 안되서 시간이 길지만 지정된 업무 시간은 없습니다.
현재 남한에선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영상의학과는 수술 전 컴퓨터 단층 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 촬영검사와 판독을 하는 학과를 말합니다. 이장일 씨가 현장에서 느끼는 의사 직업이 북한에서와 어떻게 다른지 들어봅니다.
이장일
: 북한에선 의사 월급이 보잘것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진 않습니다. 의사라고 하면 북한에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생명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라고 하면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 사무쟁의의 인식이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의사가 되겠다는 분도 계시고요. 그런데 한국에선 사회적인 지위도 있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의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