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람이 사는 세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돈입니다. 북에도 돈이 있고 없고 차이에 따라 사람이 굶어 죽기도 하고, 으리으리한 아파트에서 이밥에 고기국을 먹고 살기도 합니다.
여기 남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돈을 잘 버는 직장은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매우 심하고, 힘들고 돈을 적게 주는 직장은 반대로 노동자를 찾지 못해서 고생합니다.
오늘부터 몇 회에 거쳐 남쪽에 어떤 직업들이 선망을 받고 있으며 그러한 직업을 어떻게 얻게 되는지에 대해 북한과 비교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남쪽에선 일반적으로 '사'자가 달린 직업들이 매우 인기가 좋습니다. 의사, 변호사, 검사 뭐 이러루한 직업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직업을 갖고자 하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 경쟁이란 결국 누가 학교 때 공부를 잘하고 능력이 좋은가 이런 것에 따른 것인데, 오늘은 대학에 어떻게 가는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학교 시절에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여기는 학제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마치고 대학에 갑니다. 북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군대에 가는 만 17살 정도면 한국에선 고등학교 1학년 나이인데, 고등학교 3년을 마치고 대학에 가면 우리 나이로 20살 정도 됩니다.
요즘 보면 고등학교 졸업생의 무려 83% 정도가 대학에 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모두가 대학에 간다고 해도 좋은 대학, 선호하는 과 이런 것이 다 다릅니다. 북에서도 평양에 있는 중앙대학과 지방에 있는 대학의 경쟁률이 다른 것처럼 여기도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처럼 좋은 대학에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북은 대학에 가는 것이 지역할당제입니다. 무슨 소리냐 하니 김일성대처럼 선호하는 중앙대학은 지역별로 추천 인원을 정해서 내려 보내지 않습니까. 그러니 평양과 지방의 학력 격차가 나도 그 지역에서만 잘하면 추천받을 수 있는 겁니다.
여기 한국은 북한과는 달리 고등학교 졸업할 때 전국 학력고사라는 시험을 봅니다. 그러니까 전국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탐구, 과학탐구와 같은 과목에서 똑같은 문제를 내서 시험을 치는 것입니다.
북에서 대학에 가려면 혁명역사, 국어,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체육 7개 과목을 시험 쳐야 하는데, 여기는 혁명역사는 없지만 국어와 영어, 수학은 북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물리, 화학 이런 분야는 과학탐구라고 해서 몰아서 치고, 사회탐구는 역사, 지리, 윤리 이런 것을 한 과목으로 몰아서 칩니다.
이러면 성적들이 쭉 나오는데, 그 성적을 보고 내가 갈 대학을 대충 정합니다. 성적이 아주 상위권 1% 안에 들어간다 이러면 서울대 지원할 수 있는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적당히 그 순위에 들어가는 대학에 골라 갑니다.
그런데 서울대라고 해서 다 성적 높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도 의대, 법대 이런 데는 경쟁률이 높고 공과계통은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낮습니다. 이걸 보면 남과 북이 자연과학이 그리 인기가 없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일성대도 대학 나와서 간부를 하려니까 사회과학계열이 인기가 좋지만 자연과학계열은 인기가 낮지 않습니까.
서울대 갈 성적이 나와도 인기 학과에 들어갈 수 없다 이러면 좀 이름이 떨어지는 대학의 인기학과에 지원합니다. 그러다보니 전국 웬만한 대학 의대 같은 데는 서울대 공과계통 정도는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지원합니다.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는 아무 대학 가서라도 의사가 되겠다 이런 거죠. 왜 의사가 되지 못해 안달인지는 다음 주에 계속 말씀드리기로 하고, 아무튼 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 가고 싶은 대학에 갑니다.
여기 와서 느낀 것이 남쪽에선 대학 갈 때 부정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재벌이던, 국회의원이던, 장관이던 상관없이 자식이 공부를 잘 못해 점수가 낮으면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듭니다. 북에서 고위급 간부 자식이면 당연히 좋은 대학 빽과 뇌물 써서 가는 것을 보다가 여기 와서 보니 이런 것이 참 좋구나, 진짜 공정한 민주주의는 이런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북한만큼 썩은 곳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북에선 중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못가면 군대에 갔다 와서 다시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재도전의 기회는 있는 거죠. 물론 군대에 갔다 좋은 대학 오는 아이들 보면 이건 진짜 거의 다 간부집 자식입니다. 대학추천권을 빽으로 직접 물어오는 거죠.
여기서도 재도전의 기회는 당연히 있습니다. 성적이 좀 안 나오고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이러면 대학에 가지 않고 다음해에 전국학력고사 다시 봅니다. 이런 걸 재수라고 하는데, 3년째 다시 보면 3수, 4년째 다시 보면 4수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악스럽게 몇 년씩 원하는 성적 나올 때까지 시험치는 것은 역시 좋은 대학, 좋은 과에 가서 좋은 직업에 취직하겠다 이런 목적이 매우 큰 겁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치는 학력고사 성적에 따라 사람의 일생이 크게 좌우되니 여기선 고등학교 3학년 때가 인생에서 제일 공부 열심히 하는 때가 됩니다. 고3이면 하루 몇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공부합니다. 그리고 3학년 때 점수 잘 받으려니까 또 어려서부터 학교 갔다 와서 다시 학원에 가서 과외를 받습니다.
이게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혹사당합니다. 제가 볼 때는 좀 지나친 정도가 아니고 매우 지나쳐서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시간에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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