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북의 대남관련 보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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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안녕하십니까. 여기 남쪽에서 북한 언론 보도 보면 참 기가 막히고 혼자 어이가 없어 허허 웃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요즘엔 그런 일들이 좀 더 많아졌습니다. 저번 5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6면에 "인류역사에 길이 빛날 수령영생헌법"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이북바로알기회' 회원들이 토론회를 가지고 "공화국의 창건자이신 김일성 주석의 존함으로 명명된 이북의 헌법은 조문마다 민중적이며 민주적인 성격이 흘러넘친다"고 과학적으로 논증했답니다.

강남구는 남쪽의 부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고, 평균 집값도 아마 100만 딸라쯤 되고, 고학력자들도 많습니다. 성향도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선거만 했다고 하면 새누리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곳입니다. 이런 강남 사람들이 "이북 헌법은 조문마다 민중적이며 민주적인 성격"이라고 칭송했다니 말문이 막히죠. 세상에서 가장 반인민적이며, 가장 독재적인 성격의 헌법을 놓고 이렇게 완전히 반대로 말할 수 있는 겁니까. 김일성 헌법 밑에서 사는 북한 인민 여러분들의 처지가 바로 그걸 증명합니다.

이런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공부를 좀 해야 하지 않겠나 봅니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관악구 정도에서 이런 모임이 있다면 몰라도 하필이면 강남이라고 하니 거짓말인 게 너무 들통이 나잖습니까. 강남이 좋은 것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는 '이북바로알기회' 이런 모임을 굳이 결성하지 않아도 신문과 TV 방송만 틀면 온통 북한 관련 뉴스가 넘쳐서 알아도 너무 잘 압니다.

또 기사엔 '헌정연구회'라는 단체의 회원 강인길, 정치학교수 김민석 등이 "수령의 사상과 건국업적을 더욱 부각시키고 영원토록 빛내이도록 한 김일성 헌법이야말로 인류헌정사에 길이 빛날 대 기념비"라고 말했다고도 썼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설마 이런 것을 믿진 않겠죠. 이렇게 이름 직책을 밝혔다는 것이야 말로 이 글이 거짓말임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동아일보에 가령 평양시민 강인길과 평양 대학 정치학 교수 김민석이 남조선 사회를 칭송했다 이렇게 쓰면 이거 누가 믿습니까. 이 사람 잡아가시오 이렇게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밖에 서울 시민이 장군님의 순결무구한 도덕의리심이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내용을 비롯해 내용 전체가 자기가 하고 싶은 소리를 서울 시민이 했다고 조작했네요. 이런 글을 쓰면 상부에서 평가를 해줍니까. 이젠 북한의 선전방식도 좀 변했으면 합니다. 어찌 이렇게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태의연합니까.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압권의 사례는 한 10년 전에 비전향장기수들을 내세워 "남조선 대학에선 수령님 초상화를 모시지 않으면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된다"고 하던 말이었습니다.

이젠 북한의 언론도 여기서 다 보니까 좀 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11월인가 '우리민족끼리'라는 해외에서 운영되는 대남 사이트에서 "처단돼야 할 남조선 악질 언론인 18명"을 선정해서 제 이름도 올렸던데, 그걸 보고서도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아니, 언론인 이름 소속사도 다 틀리고, 또 여기 포함된 사람들은 난 왜 포함시켰지 어처구니없어 하는 실정입니다.

글쎄 저야 북한을 맨날 비판하니까 협박을 당할 수 있다지만 제가 보기엔 올라야 할 사람은 안 올리고, 올리지 말아야 할 사람은 올리고 하니까 어처구니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제 뉴스만 쓰는 기자를 모략질 언론인이라고 하는걸 보면서 여긴 모니터하는 일도 안하고 뭐하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남 담당자들은 거짓말을 지어내도 좀 그럴 듯하게 지어내야지 터무니없이 지어내면 애초에 "이 기사는 거짓말입니다. 믿지 마시오"라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들도 한국 실정이나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너무 잘 알 테니까, 자기들이 밥 벌어먹기 위해 글은 쓰지만, 인간인 이상 양심이 찔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마 그래서 "나 억지로 지어냈으니 알아서 믿지 마시오" 이런 것을 표현하느라 이렇게 쓴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오늘 이 방송을 모니터 하는 대남 담당 당직자는 열 좀 받을 겁니다. "아니, 얘가 우리 말 못할 사정 누구보다 잘 알면서 우릴 골탕 먹이려 이러냐, 어떻게 올라 온 자린데" 이러면서 말이죠. 저도 오래 좀 살려면 북한 매체를 보지 말아야 정신건강에도 좋고 오래 살 수 있는데, 직업이 그런지라 안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 17일 노동신문에는 "남녘땅에도 비가 내려야 하오"라는 제목의 김정일 덕성 일화가 실렸습니다. 남조선이 가뭄이 들었는데, 한 일꾼이 "남조선괴뢰들이 콩크리트 장벽을 쌓아 놓은 것을 생각하면 그놈들의 머리 우에 비 한 방울 떨어지는 것도 아깝습니다"라고 하자 김정일이 '뢰성벽력같은 음성'으로 이랬다면서요. "동무, 무슨 소리를 하는가, 남녘땅은 내 나라, 내 땅이 아니란 말인가. 남녘겨레들은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동족이 아니란 말인가" 이렇게 소리를 치고는, 이윽토록 남녘하늘가를 바라보다가 "남녘겨레들도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아갈게 아니요. 그렇다면 남녘땅에도 비가 내려야 하오"라고 했다네요.

이걸 놓고 '위대한 민족애의 발현'이라 침 마르게 칭송하던데, 그 정도 위대한 민족애는 여기 유치원 코흘리개들도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 가뭄이 들었다면 여기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합니다. 저도 대남일꾼들이 안타깝다는 민족애가 발동해서 "비슷하게 써야 먹힐 것 아니요"하고 지금 말하는 겁니다.

억지로 칭송꺼리 만들어내느라 얼마나 고생일지 짐작은 되지만 저도 10년 동안 좋은 글만 읽어도 모자랄 시간에 맨날 거짓말을 들어주느라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으니 오늘 참다 참다 한마디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