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택 숙청으로 어수선한 마당에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한다면서요. 지금 대의원은 2009년에 687명이나 뽑혔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이중 사라진 대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것입니다. 그 사이 화폐개혁, 박남기 처형, 보위부 류경 처형 등을 거쳐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고 나서는 하도 잘못된 사람이 많아서 정말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대의원이 뭐 맛있는 씨암탉도 아니고, 이렇게 영문도 모르고 잡혀 먹히니 참 불쌍합니다.
남쪽에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한국의 국회의원에 비교하는데, 제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비교죠. 우선 인원 자체가 비교 안 됩니다. 북한이 2,400만 인구에 대의원이 687명이지만, 한국은 인구 5,000만 명에 국회의원이 300명입니다. 인구는 남쪽이 두 배 넘게 많은데, 대의원 숫자는 북한이 남쪽보다 두 배 이상 많으니 남쪽에서 국회의원 되기가 4배 이상 더 어렵습니다.
선출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남쪽은 여당, 야당 등 각 당에서 후보를 내고 여럿이 치열한 선거를 통해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물론 북쪽도 선거를 형식상 합니다만, 100% 투표 100% 찬성을 자랑하는 형식상의 선거입니다. 장담컨대 북한 사람 중에 자기 선거구 대의원이 누군지 아는 사람 열 명에 한 명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찬성투표만 허용되니 선거날 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 던지고 옵니다. 당연히 대의원 후보도 여러 명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뽑은 사람 한 명이 나와 당선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거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임명되는 겁니다.
권한도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자기들을 차관급, 즉 북한의 노동당 부부장급 정도로 여기면 매우 싫어합니다. 급여는 차관급처럼 받지만, 사실상 대우는 장관급으로 받습니다. 청문회 열면 장관들 불러놓고 큰소리치는 것이 국회의원인데 반면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큰소리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대의원은 중앙당 부부장급은 고사하고, 자기 지방의 보위부원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신세입니다. 물론 간부가 대의원이 됐다 이러면 자기 직위만큼 대우받겠지만, 노동계급의 세상임을 선전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 대표로 대의원 된 사람들은 평양에서 회의할 때를 제외하고는 돌아와서 다시 공장일해야 하고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북한 대의원은 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대의원회의 때마다 평양에 가서 손 한번 들어주고 오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냥 김정은의 결정에 형식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동원되는 거수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반면 남쪽의 국회의원은 여러 가지 하는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지 않으면 예산안도 통과되지 못해 나라가 멈출 수도 있고, 정부 구성할 때 총리나 장관 임명 찬성해주지 않으면 정부도 구성할 수 없고, 각종 법안도 국회의원들이 찬성해야 통과됩니다. 그런데 현안이 나설 때마다 여당 야당이 계속 입장을 달리해 싸움을 벌이고 있어 여기 국민에게 계속 욕을 먹긴 합니다. 국회의원 도대체 뭘 하냐, 우리 세금 받고 맨 날 국회의사당에서 싸움만 하느냐 이렇게 욕을 하죠.
국회의원이 욕을 먹는 이유 중 하나는 워낙 특권이 많아서이기도 한데, 아마 북한 대의원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겁니다. 여기 국회의원 한 명을 유지하는 비용이 1년에 60만 달러나 됩니다. 본인에게 20만 달러 넘게 주고, 보좌진도 9명이나 붙여주는데 그들 임금까지 합하면 60만 달러 정도 됩니다. 그리고 회기 중에는 체포도 되지 않고, 각종 특권도 200가지나 됩니다.
이 정도만 말해도 북한 대의원들은 남쪽에서 자기들을 북한의 국회의원과 동격으로 여겨주는 언론에 매우 황송해야 할 것입니다. 속으론 우리에게 1년에 60만 달러는 고사하고 60달러만 줬으면, 보좌진 9명은 고사하고 1명만 줬으면 이렇게 생각하겠죠. 그래도 제일 부러운 대목은 체포되지 않는다는 말일 건데, 우린 체포는 돼도 좋으니 처형만 시키지 말았으면 이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비교할만한 기구는 여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즉 민주평통이란 조직이 아닐까 봅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통일 정책을 자문 및 건의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흔히 북한 조평통하고 비교됩니다. 그런데 민주평통은 성격은 조평통하고 비교할 수 있지만 조직구성이나 선출 방식, 그리고 위원이 권한이 별로 없다는 것 등 여러모로 최고인민회의와 닮았습니다.
민주평통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 분야 대표 1만 7,000여명을 자문위원으로 뽑고 다시 여기서 500여 명의 상임위원을 선발합니다. 의장은 대통령이 맡습니다. 북한도 지방 대의원을 합하면 한 만 명 되겠고, 이중 최고 대의원은 600여 명 뽑으니 숫자도 비슷합니다. 물론 한국 인구가 2배 많으니 민주평통 상임위원 되기가 두 배는 더 어렵겠죠. 민주평통 상임위원 500여 명 중엔 탈북자도 5명 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저도 상임위원이어서 1년에 몇 차례 회의에 참가하고 작년 1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바로 30센치 정도 뒤에 서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북에선 김정일 김정은과 사진 찍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으라고 교육하죠. 하지만 여기는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고 대단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사진 찍는 방식도 북한은 수백 명이 높다란 촬영용 대에 올라가 한참을 기다리면 김정은이 나중에 가서 찍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서서 기다리면 사람들이 가서 주변에 둘러서서 찍습니다. 한꺼번에 찍는 사람도 20~30명 정도에 불과하고요. 독재 사회와 민주사회는 최고 권력자와 사진 찍는 방식도 이렇게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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