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주는 관련 남북회담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15일 남북 접촉에서는 북한이 예술단 140명을 보내겠다고 했고, 17일엔 응원단 230명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예술단 파견을 위한 15일 회담은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북한측 차석대표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준마처녀 등을 부른 현송월을 남쪽에선 김정은의 옛 애인으로 다들 생각합니다. 현송월은 이번 남북 회담에서도 실세임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그가 회담 테이블에 앉자 북한 요원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서류철을 현송월 앞에 올려놓는데 이 요원은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것만 봐도 실세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죠. 권혁봉이 현송월의 승인을 받은 뒤에야 우리 대표단에 악수를 청하는 모습도 보였고, 또 그가 현송월에게 존칭을 쓰며 깍듯한 태도를 보이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됐습니다.
하긴, 지난해 현송월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된 것임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 정치국 위원은 129명, 후보위원은 106명입니다. 현송월은 200여 명 밖에 안 되는 최고 권력층에 포함된 것인데, 이 정도면 문화성의 국장 정도가 굽신거릴 수밖에 없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저 현송월이란 여자는 김정은이와 어떤 관계일까, 그게 궁금합니다. 남쪽에서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고 말해도, 저는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막말로 둘이 좋아하는 거 누가 봤을까요. 또 봤다고 한들, 2013년에 은하수관현악단 문경진 단장을 비롯해 김정은의 옛날 비밀을 알던 예술인들이 무리로 총살됐으니 알던 사람도 죽고, 알고 있을 사람도 입을 못 열겠죠.
분명한 점은 김정은이가 현송월을 진짜 상식 밖의 선에서 엄청 신뢰하고 밀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송월이 장성택이 처형되고 몇 달 뒤 대좌 계급을 달고 나타났지요. 현송월이 나이가 몇 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30대 여자가 대좌라니 가능한 일입니까. 하루아침에 별을 몇 개씩 뗐다 붙였다 하는 북한이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김정은 가계가 아닌 사람이 갑자기 이런 벼락출세할 일은 없습니다. 정말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왜 장성택이 죽은 뒤에야 벼락출세했을까요. 장성택이 현송월을 견제하다가 그가 죽고 나니 이제 눈치 볼 사람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10월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것은 또 더 황당합니다. 200명 안에 들어가는 후보위원 정도가 되려면 군단장도 될지 말지 모르겠는데, 연대장 급인 대좌가 정치국 후보위원이 가당하기나 합니까. 이건 분명 김정은이가 지시하지 않았으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현송월의 과거 행동들을 봐도 김정은이 봐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짓도 막 합니다. 실례로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은 북중 관계 개선이라는 큰 중책을 맡고 베이징에 파견됐습니다. 그런데 공연 시작 3시간을 앞두고 현송월이 악단을 몽땅 철수시켜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 사건으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망신을 했고, 북중 관계가 더 크게 냉각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북중 관계 파탄을 각오하고 대표단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북한에 누가 있겠습니까. 간이 배밖에 나오지 않고선 불가능한데, 그래도 현송월은 처벌 없이 승승장구합니다. 이쯤 되면 현송월이 김정은의 애첩이란 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경력을 봐도 가능한 일입니다. 1984년생인 김정은은 1990년대 초반 형 김정철과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스위스로 나가 살았습니다. 김정일이 본처 자식이 아닌 이들 형제를 남의 눈에 띌까봐 숨긴 것이죠.
이들은 스위스에서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의 가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고용숙이 1997년에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사춘기였던 김정은은 엄마처럼 자기를 돌봐주던 이모가 가족과 함께 하루아침에 적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에 갔으니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배신자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탈북자들을 저리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일 겁니다.
김정은이가 2000년에 북에 돌아와 이제야 엄마 사랑 좀 받을까 했는데, 고용희가 덜컥 유방암에 걸려 모스크바 치료 다니다가 2004년에 죽습니다. 김정은은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엄마를 잃은 김정은은 그땐 후계자도 아니니 아버지 따라 다닐 수도 없었고, 그래서 매일 예술단에 가서 공연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때 북에서 제일 젊은 악단이 바로 현송월이랑 이설주랑 있었던 은하수였습니다. 여배우들이 슬픔에 잠긴 왕자를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이런 것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이죠.
그때 김정은이가 현송월을 좋아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심리는 조선시대 10대왕 연산군과 흡사한데, 조선 왕조의 대표적 폭군인 연산군도 어렸을 때 엄마를 잃고 슬프게 살다가 장녹수라는 나이 많은 기생에게 푹 빠집니다. 사랑에 굶주리며 자란 남자가 엄마의 사랑을 연상케 하는 나이 많은 여자에게 빠지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그래서 장성택이 큰일 났다고 현송월을 빼돌려 호위국 군관에게 시집보냈다는 말도 있고, 현송월을 찾지 못한 김정은이 이설주에게 다시 빠졌다는 말도 있지만 이건 다 증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김정은이가 무슨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아님 무슨 점에 빠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현송월을 지금도 끔찍이 챙기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송월에 대한 김정은의 마음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갈지, 이설주의 질투는 없을지 이런 것들도 앞으로 흥미롭게 볼 대목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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